[곽재원의 Now&Future] 한미, 안보 넘아 新기술동맹의 찬스가 왔다

곽재원 수석논설위원입력 : 2021-05-24 18:03

문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과 크랩케이크 오찬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계기로 새로운 기술동맹의 시대로 진입했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지금까지 지적되어온 문재인 정부의 중국 경도(傾倒)와 북한 몰입 자세에 대한 견제를 일단 뒤로 하는 대신 첨단기술, 보건의료,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 경제안전보장에서의 협력을 앞세웠다.

문재인 정부는 대중·대북 정책의 활동공간과 시간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한편 새 협력 이슈들을 다룰 수 있도록 큰 길을 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른바 한미 신(新) 기술동맹(K-U 테크놀러지 얼라이언스)이다. 이 동맹은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적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지만 미·중 무역마찰과 기술패권 경쟁에서 한국의 과학기술력을 돋보이게 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미국 정부와 5월 21일 공동성명을 발표한 한·미 동맹강화와 협력을 위한 ‘미국-대한민국 파트너십’에 잘 나타나 있다.

그 골자는 “우리는 첨단기술에 대한 우리의 협력을 심화시키고, 전 세계 백신 접종을 늘릴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전염병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하고, 기후위기와 싸우고, 강화한다”는 표현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성명은 특히 기술과 혁신(Technology and Innovation)을 첫째 항목으로 내세워 글로벌 리더로서 한국과 미국의 위치를 강조하면서 강력하고 탄력적인 공급망 육성, 우주협력, 새로운 디지털 프런티어 및 가치 주도(Values-driven)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 포스트 팬데믹 회복 등 공동협력 내용을 담았다. 이 성명은 이와 함께 지적재산권 보호 노력, 과학연구의 투명성, 과학과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혁신의 공유 정신 등으로 21세기의 중대한 도전에 맞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의 대미 투자에 대해 전례없이 큰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 양국 선도기업들의 협력투자 규모는 총 2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용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등 자재, 부품 및 공급망 전반에 걸친 투자로 주요 첨단 제품의 생산능력을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인공지능), 차세대 이동통신망(6G), 데이터, 양자 컴퓨팅 기술, 생명공학 등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장려하기로 했다. 미국은 특히 양자기술에 관해 공동연구와 전문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양국이 첨단제조와 공급망에서 협력을 이행하고 점검하기 위해 청와대와 백악관 간에 ‘한미 공급망 태스크포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연방 재무부, 국무부와 한국의 관련 부처들이 ‘투자심사 협력 실무급 워킹그룹’을 설치해 투자보호와 투자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이밖에 미국은 우주협력 사업으로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글로벌 위성항법시스템(GPS)과의 호환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번째 항목은 현재 국내외에서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이다. 한·미 양국은 미래 글로벌 다자간 협력인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아래서 협력을 확대하고, 팬데믹 예방과 대응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나아가 시급한 전 세계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백신 생산과 제조 혁신을 확대하기 위해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코백스(COVAX)와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협력 사항을 보면 한국은 향후 5년간 2억 달러의 신규 공여를 약속했고,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고 했다. 새로 구축될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은 이러한 양국의 협력을 포괄하게 된다. 이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국은 코백스를 통해, 그리고 감염병혁신연합과 조율하는 방안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데 적극 협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백신 제조시설의 확대, 연구개발 등 과학협력을 약속했다.

세 번째 항목은 기후변화와 청정에너지에 관한 협력이다. 양국은 기후목표, 부문별 탈석탄, 청정에너지 보급에 공동 의지를 갖고 협력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C 제한을 위한 노력과 글로벌 2050 온실가스 배출 넷 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상향된 ‘잠정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오는 10월 초순께 밝힌 다음 ‘상향된 최종 2030 NDC’를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COP26(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필요한 온실가스 무배출 차량 등의 기술개발과 국제 공적 금융지원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해양폐기물과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해 협력한다.

한·미 양국은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 등 상호 관심분야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기존 에너지정책 대화를 장관급으로 격상해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수소저장 관련 연구개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그리드 규모 에너지 저장소, 잠재 재생에너지 보급(예: 해상 풍력) 분야에서의 협력을 포함해 청정에너지 및 탈탄소 협력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한·미 양국은 해외 원전시장에서 민간 원자력 산업 협력을 확대하고, 이와 같은 협력 과정에서 비확산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원자력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양국은 공급망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 참여해나가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서로 합의가 가능한 시점에서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의 방미는 한·미 양국의 과학기술협력을 전방위적으로 한 단계 올려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간 과학기술협력은 지난 1976년 체결한 한·미 과학기술협력협정으로 본격화됐다. 이후 양국은 우주, 보건의료, 원자력,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연구, 인력교류 등의 협력활동을 펼쳐왔다. 이 협정은 지난 1999년부터 5년마다 연장해 왔다. 마지막으로는 2015년 8월에 연장한 것이다. 새로운 연장기에 해당하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의 확산과 코로나19의 만연으로 뉴노멀 시대에 걸맞은 과학기술협력 체제가 필요하다. 한·미 공동성명은 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 해결, 글로벌 이슈 협력, 오픈이노베이션 등 달라진 목표와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의 과학기술정책도 대대적인 수정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보다 한달 앞서 미국을 방문했던 스가 일본총리가 그 후속대책을 만들고 있다는 뉴스는 주목할 만하다. 일본정부는 6월에 내놓을 새 성장전략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 골자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맞춘 ‘사람에 대한 투자’, 탈탄소, 경제안전보장, 디지털화 추진을 전략의 기둥으로 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재 분야에서는 2022년까지 전문가 프리랜서의 보호제도를 확충한다. 기업 지원의 경우 세계적인 조류가 된 탈탄소를 향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해 인프라가 되는 전국의 송전망을 증강한다는 방침도 명기하고 있다. 가솔린자동차로부터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전기자동차의 급속충전 설비, 연료전지자동차를 위한 수소 스테이션의 설치도 가속화한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경제안보가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와 희토류 같은 중요 기술과 전략 광물을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조달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첨단 반도체와 축전지의 국내 생산을 늘리기 위한 예산과 세제를 최대한 동원할 방침이다. 일본이 뒤처지고 있는 디지털화 촉진을 위해 기업과 개인의 중요 데이터를 처리 저장하는 센터를 기업이 국내에 신설하도록 유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일본정부 방침에 호응해 미국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책임자들이 설립한 싱크탱크 BGA 일본법인과 니시 마사노리 전 방위성 차관이 반도체의 지정학적 위기를 줄이기 위해 ‘미일반도체연구소’를 만들 것을 제언했다. 이 싱크탱크는 이 제언에서 슈퍼컴퓨터 후가쿠(富岳)의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를 일본에서 설계해 인텔을 포함한 미국 반도체 메이커들에 제조를 위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싱크탱크는 미국과 일본의 향후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국내외에서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술개발과 규제완화, 미국 등 우방과 호흡을 맞춘 기술정보 관리,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기여가 필요하다는 3개 원칙도 제시했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의 반도체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과의 반도체 협력에도 나서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외교 중시 정책은 취임 초기에 일본과 한국의 정상과 잇달아 워싱턴에서 대면 회의를 가짐으로써 더욱 분명해 지고 있다. 물론 그 목표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을 동맹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포위하는 데 있다.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부담이 크다. 새로운 한·미 기술동맹의 시대로 들어가는 이때, 정부와 산업계는 호흡을 맞춰 배전(倍前) 노력으로 굳건하고 치밀한 방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44조원의 투자외교를 짊어진 기업들이 국가 발전을 선도하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곽재원 수석논설위원  kjwon54@gmail.com
컴패션_PC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2021 KEDF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