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일본 나라] ①스가 측근의 때아닌 '잔물결 대란'...코로나 대응 실패만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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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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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이 정도의 '잔물결'에 올림픽을 취소한다거나 하면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다카하시 요이치 일본 가에쓰대학 교수)


지난 9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고문 역할(내각관방참여역)을 하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트위터가 일본 사회에 '잔물결 대란'을 일으켰다.

다카하시 교수는 자국의 코로나19 감염·사망자가 다른 나라보다 적은 수준이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그간 일본 정부의 미진한 방역 대책에 쌓여왔던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트위터에는 "우리 어머니도 이 정도 잔물결에서 돌아가셨다", "저도 잔물결 중 하나인데, 제 앞에서 웃어주신다면 기꺼이 바이러스를 나눠드리겠다", "이 정도의 잔물결에 긴급사태를 발효한 스가 총리를 비웃어야 하지 않는가" 등의 답글이 달리는 것은 물론 '#다카하시요이치내각관방참여의경질을요구합니다'라는 해시태그도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다카하시 요이치 일본 가에쓰대학 교수의 지난 11일 트위터. [사진=트위터 갈무리]


정치권에서도 스가 내각의 코로나19 사태 대처와 도쿄올림픽 개최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혼란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다음날인 10일 의회에 출석한 스가 총리는 다카하시 교수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개인적인 의견이기에 이에 대한 평가는 삼가겠다"고 말해 책임을 피해가려 했다. 그러나 결국 실언은 터져나왔다. 

한 야당 의원이 "병상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하고 자택에서 사망한 많은 확진자들에게 할 말이 없는가"라고 묻자, 스가 총리는 "요양 중에 돌아가신 분들, 자택 대기 상황에서 돌아가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순간 탄식을 터뜨렸고, 국정 책임자인 스가 총리의 '유체이탈' 발언이 보도되자 여론 이탈 상황은 더욱 거세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왼쪽)와 다카하시 요이치 일본 가에쓰대학 교수. [사진=FNN 유튜브 갈무리]


이튿날인 11일 아침 일본의 주요 일간지 요미우리·아사히·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는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두 면짜리 대형 광고가 실렸다.

일본의 대형 출판사인 다카라지마샤(宝島社)가 낸 이 광고에는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어린이들이 죽창을 들고 선 모습과 빨간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을 합성한 사진이 실렸다.

광고 상단에는 "백신도 없고, 약도 없다. 죽창으로 싸우란 말인가"라며 "이대로라면 정치에 죽임을 당한다"라는 큰 문구와 함께, "(일본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이런저런 변명을 하지 마라"면서 "언제까지 자숙해야 하는가, 참기 대회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스가 내각을 비판했다.

다카라지마샤는 이어 "무리한 것을 밀어붙이는 것만으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분노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일 다카라지마샤(宝島社)가 일본의 주요 일간지 요미우리·아사히·니혼게이자이 신문에 게재한 광고. [사진=트위터 갈무리]
 

실제 일본의 코로나19 제4차 유행세는 지난달 25일 도쿄도와 오사카부 등 4개 지역에 제3차 긴급사태를 발효했음에도 사그라들 조짐이 없는 상태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11일 자정까지 일본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를 65만3647명, 사망 1만1108명으로 집계했다.

특히, 지난 8일에는 하루 동안 7241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전의 일일 최다 확진자 기록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 사상 처음으로 하루 7000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주말이던 9일과 10일 각각 6488명과 494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11일 자정까지 24시간 동안에는 624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주말에는 검진검사 실시 횟수가 줄어들어 확진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현재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의료 과부하 상황이 연출하며 사망자도 다시 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하루 148명이 사망하면서 앞선 최다 기록인 지난 2월 10일의 121명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11일에도 113명이나 코로나19로 숨졌다.

이는 지난 4월 29일~5월 5일까지 '골든위크'라고 불리는 연휴 기간의 여파인데, 이는 봉쇄령의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도인 도쿄부와 오사카 경제권(오사카부·교토부·효고현)에 한정해 3차 비상사태를 발효한 스가 내각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3차 비상사태에도 골드위크 동안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제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도쿄와 오사카에 뒤이어 인구 이동·경제 활동이 활발한 홋카이도 지역과 후쿠오카현 등 규슈 지역까지 감염세가 번졌기 때문이다.

실제 홋카이도와 후쿠오카현의 일일 확진자 수는 골든위크가 끝난 6일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홋카이도의 경우 지난 5일 181명을 기록한 후 6일 하루 만에 320명으로 급증했으며, 이후 9일 506명으로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8일부터 4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후쿠오카현도 6일 259명에서 7일 471명으로 크게 뛴 후 9일 529명을 기록하는 등 하루 4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일본 언론들은 후쿠오카현을 포함한 규슈 지역과 홋카이도 지역에 비상사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와 내각 지지율 추이. [자료=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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