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춘진 aT 사장 "우리나라가 동북아 식품공급의 허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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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1-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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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달러 이상 목표…네덜란드 수준 우리도 가능

  • 식량은 국내에 쌓아둬야 안전…재고관리에서 비축의 경제체제로 전환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4월 30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운영 철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식량은 이제 세계 각국에서 무기화를 하는 실정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식량 위기를 대비해 상시 비축·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량콤비나트 구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달 말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식량안보에 관해서 줄곧 강조했다. 이미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만나 새만금 지역의 식량콤비나트 건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김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드러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식량안보를 1순위로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굳건했다. 새만금에 건설을 꾀하는 식량콤비나트는 향후 동북아의 식량 허브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나라가 보여준 저력은 농업 수출 선진국인 네덜란드를 넘어서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국내의 스마트팜과 경쟁력있는 농촌사회를 조성해 식량 수출의 선진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거시적 정책은 물론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다만 김 사장이 거쳐온 국회의 많은 조력자를 통해 점차 구체화 시키겠다는 큰 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3선 의원 출신인 김 사장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aT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있다면?

"농촌을 발전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다. 평상시에 모두가 잘사는 농어촌을 만들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고 싶었다. 소득이 없으면 농촌에서 살 수가 없다. aT의 설립목적이 농어촌의 소득증대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평상시에 생각했던 것을 실천한다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해서 기꺼이 aT에 들어오게 됐다. 앞으로도 농수산물의 수급 안정과 유통개선, 수출진흥 등을 수행하면서 우리 농어업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


-식량안보를 강조하게 된 배경은?

"대한민국은 인구는 많고 영토는 좁다. 그리고 무역의존도가 높다. 많은 것을 수입하기도 하고 수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절대적인 곡물의 양은 적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은 156만5000ha(헥타르)다. 인구대비로 본다면 경지면적이 작다. 근본적으로 식량자급률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입과 비축이 필요하다. 과거에 정치를 하면서도 이 부분을 고민했지만, 실현하지 못한 부분이다. 코로나19를 보면서 세계 경제는 비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어렵게 살아온 경험이 있어서 비축을 습관적으로 했다. 식량의 자급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제 식량안보 차원에서 저장을 해야 된다.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저장할지 꾸준히 생각해왔다."


-식량콤비나트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우리나라 4대 곡물인 쌀, 콩, 밀, 옥수수 중에서 쌀을 제외한 곡물의 식량자급률은 매우 낮아 대부분 곡물 수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식량 위기 상황에 대비해 식량을 상시 비축‧관리하는 식량콤비나트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식량은 외국부지에 사놓으면 위험하다. 우리나라에 쌓아놔야 한다. 식량콤비나트를 건설하면 일자리 창출과 소득 창출도 따라온다. 곡물을 저장하기 위한 창고가 필요하고, 근처에 가공공장과 사료공장도 건설할 계획이다. 종자 창고와 밀 수매창고도 만들어 다양한 식량위기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익산에 위치한 식품산업 클러스터와도 연계할 수 있다. 식량콤비나트는 대형선박의 접근 및 풍력‧조력 등 청정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지인 새만금 간척지에 구상 중이다. 이곳에 하역시설과 대규모 곡물 터미널엘리베이터를 건설해야 한다. 식량콤비나트를 통해 국가 식량안보를 확립하고 더 나아가 주변국 등에 식량을 공급하는 '동북아 식량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동북아 식량 허브의 자신감은 어디서?

"중국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곡물 수입량은 1억4200만t(톤)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도 수입이 적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 바로 위에는 북한까지 위치한다. 이런 나라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새만금에 식품 기지를 세우면 허브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약 110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 규모는 98억 달러에 불과하다. 네덜란드와 수출액이 약 11배 차이난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그리 큰 나라가 아니다. 생산액도 크지 않다. 모두 식품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중개무역을 한 성과다. 오렌지도 나지 않는 네덜란드가 EU 오렌지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우리도 얼마든지 식품을 가공해서 수출하고, 중개무역을 할 만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새만금에서 현재 접안장소 운영을 9선석 규모로 한다. 향후 7선석을 곡물 중심으로 개발하면 얼마든지 우리나라도 경쟁력이 있다."


-농수산식품 수출 활성화 및 수출 확대 방안은?

지난해 농림수산식품 수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한 98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뤄낸 사상 최대 수출액이다. 작년 오프라인 사업 취소가 잇따르면서 aT수출지원사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줬다.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 수출지원체계로 빠르게 전환해 수출확대를 달성했다. 특히, 중국 티몰 내 aT 직영 한국식품관 설치를 비롯해 신남방·신북방 등 권역별 대표 온라인몰 내 한국식품관을 개설했다. 또 온라인 수출상담회 개최로 온라인에 특화된 바이어·유통업체 발굴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aT는 올해에도 한국 농수산식품의 지속적인 수출성장을 위해 디지털기반 마케팅 강화, 국가별 맞춤 수출지원 정책, 수출유망전략품목 육성, 비관세장벽 애로 해소 지원 등 정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외국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지만 향후 경쟁력 있는 우리 플랫폼을 구축해 전 세계를 상대로 서비스 공급에 나서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빅데이터의 확보라는 큰 그림도 필요하다. aT는 앞으로도 농식품산업의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추진해 나가며, 공공·민간기업 생산 데이터가 플랫폼을 통해 거래될 수 있도록 시장조성자 역할도 수행할 방침이다."


-식량의 요람, 농어촌의 고질적 문제 해결의 묘안은?

"농촌의 고령화 현상과 도시 청장년층의 취업난은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aT는 농촌의 고령 인구와 도시의 청·장년 인구가 함께 상생하며 농촌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창출할 수 있는 '주민참여 공유경제형 스마트팜' 사업 추진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주민참여 공유경제형 스마트팜은 유관기관 협업으로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해 마을기업이 운영한다. 농촌 고령층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청장년층은 스마트팜을 운용하는 사업이다. 스마트팜 운영으로 창출되는 수익 일부를 기본소득처럼 마을 전체 농가와 균등하게 배분해 농촌복지를 현실화시킨다. 또한, aT는 스마트팜을 통해 재배된 농산물의 판로를 책임지고 확보해 안정적 농가 소득 창출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4월 20일 계란 등 정부비축 농산물 현장 점검에 나섰다.[사진= aT 제공]


※김춘진 aT사장 걸어온 길

김춘진 사장은 1953년 전북 부안에서 출생했다. 지역에서 부안중-전주고를 졸업하고 경희대 치대를 나왔다. 치과의사로 지내다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과 주치의로 활동하며 정치에 가까워졌다.

국회 입성은 2004년 17대 총선 부안·고창 선거구에서 승리하면서부터다. 이후 김 사장은 19대까지 같은 지역구에서 3선을 채웠다.

국회의원 시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과 보건복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지역의 경제발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농어업 활성화를 위한 입법활동을 열정적으로 했다.

주요 입법으로는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와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등이 있으며 농촌진흥청의 폐지 위기에서는 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아내며 기관을 존속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대 21대 총선과 전라북도지사 등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올해 3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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