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3.6km 옥상정원·도심속 수목원…세종시로 여행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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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세종=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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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네스북 등재 '세계 최대 옥상정원'…성벽 길 걷는 기분

  • 삭막한 정부청사?…물방울 조형물·무궁화 동산 '눈길'

  • 축구장 90배 도심형 수목원엔 알람브라 닮은 지중해온실

  • '이상한 꽃나라의 앨리스' 등 이색 전시…동심의 나라로

정부청사 옥상정원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사진=기수정 기자]

"이번 주말이 고비입니다. 불필요한 외출과 사적 모임을 자제해주십시오." 소통을 위한 모임조차 불필요한 행위로 인식되는 요즘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의 일상은 철저히 무너졌다. 큰 고비만 넘기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왔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꽁꽁 묶인 우리 일상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 흔한 꽃놀이 한번 못 간 채 살아온 1년의 세월에 심신은 지쳤고, 여행에 대한 열망은 커져만 갔다.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꽃과 나무 가득한 곳을 거닐며 마음을 가라앉힐 요량으로 무작정 내달려 세종으로 향했다. 여행보다는 출장으로 오갔던 곳이지만, 이곳에는 수목원부터 형형색색의 꽃이 식재된 옥상정원까지 천천히 걸으며 지친 마음을 치유할 만한 여행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지막 코스인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 조성된 대형 태극기. 우리나라 꽃이 무리지어 있는 '무궁화 동산'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정부청사 잇는 3.6km 옥상정원에 '화들짝'

옛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충북 청원군 일부를 합쳐서 만든 계획도시 세종. 귀에 익은 곳이지만 여행지보다 정부청사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곳 정부청사에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오죽 갈 데가 없으면 정부청사를 여행지로 삼냐"고 말하는 이가 있겠지만, 모르시는 말씀이다. 정부청사 건물 위를 거대한 정원으로 조성해 여행객을 받는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지난 2016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저층으로 넓게 펼쳐진 저밀도 수평 건물에는 15개 청사가 길게 늘어서 있다. 15개의 청사 건물을 하나로 이어주는 곳이 바로 옥상정원이다. 마치 거대한 성벽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성곽 둘레를 돌며 성 안팎의 경치를 구경하는 '순성놀이'에서 착안해 성벽(Floating Wall) 개념으로 설계됐단다.

전체 길이만도 약 3.6㎞나 된다. 이곳에는 약 122만 본의 다양한 식물이 식재됐으며, 약용원, 허브원, 유실수원 등 주제별로 공간을 조성해 계절에 따라 다른 분위기의 정원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3월 15일부터 일반에 다시 개방한 옥상정원을 찾았다. 정부세종청사 종합안내동에서 비표를 배부받아 안으로 들어가니, 숲 해설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해설사와 함께 승강기를 타고 6동 옥상으로 이동해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옥상 정원 관람은 6동에서 2동까지 약 1.2㎞ 구간까지 가능했다. 

삭막할 것만 같은 정부청사 옥상을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으로 활용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아래는 바쁜 업무 탓에 눈코 뜰 새 없이 일에 몰두할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마저 들었다. 

태극 문양을 활용한 안명수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물방울처럼 표현한 작품 '바람' 등 다양한 조형물도 눈길을 끌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유채는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정원길을 지나 시원하게 길이 펼쳐진 길을 걷고, 꽃으로 장식된 계단을 따라 오르니 옥상전망대가 등장했다. 지금껏 걸어온 옥상정원 전경을 비롯해 주변 풍광까지 한눈에 담겼다. 

전망대 뒤편으로는 전월산으로 시작해 지난해 개장한 국립세종수목원, 대통령기록관, 두꺼운 책을 펼친 모습을 형상화한 세종도서관 등 세종을 대표하는 건물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옥상정원 관람은 평일 기준 1회당 50명에 한정한다. 모바일 사전예약과 현장 접수를 병행한다.

모바일 사전예약은 '세종청사 옥상정원' 앱을 이용하거나 정부청사 관리본부 누리집 내 모바일 관람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아, 관람 시 신분증은 필수다.

정부청사 건물과 건물을 연결한 길을 따라 걷는 시간은 참 특별하게 다가왔다. 가을엔 더 아름다울 것 같았다. 문을 닫는 혹서기(7~8월)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이곳을 다시 찾으리라. 
 

국립세종수목원 유리온실 전경. 외떡잎식물인 붓꽃잎을 형상화했다.[사진=기수정 기자]

◆국내 첫 도심형 수목원에서 즐기는 이색 전시

지난해 10월 문을 연 '국립세종수목원'은 세종의 떠오르는 여행지다.

경기 포천의 국립수목원, 경북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이어 세 번째로 조성된 국가 수목원으로, 축구장 90개 면적에 달하는 65ha에 식물 2834종, 172만 본이 식재됐다. 다른 수목원보다 작은 규모지만, 총 20개의 주제 전시원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다양하게 품었다. 수목원 곳곳을 꼼꼼하게 둘러보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다.

국내 첫 도심형 수목원이자 강소형 잠재 관광지 '국립세종수목원'은 5월에 더 빛난다.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꽃과 나무 등 자연은 물론, 다양한 전시를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 발길도 꾸준하다. 

강소형 잠재관광지는 지역 내 알려지지 않은 유망 관광지를 찾아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육성해나가는 한국관광공사 사업이다. 현재는 방문객이 많지 않지만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인기 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유·무료 관광지를 선정한다. 공사 세종충북지사는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이곳 국립세종수목원을 선정했다. 

매표소와 방문자센터를 지나니 커다란 유리 온실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앞에는 드넓게 펼쳐진 축제마당도 자리했다. 외떡잎식물인 붓꽃의 꽃잎을 형상화한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유리 온실이란다. 최고 높이 32m, 총면적 약 9815㎡에 달한다. 

(유리 온실) 붓꽃잎마다 이름이 있다.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이다. 알스토니아 스콜라리스는 다 자라면 키가 32m나 되는데, 여기에 맞춰 온실도 천장을 높게 지었다고 한다. 온실은 돌아보는 재미가 퍽 쏠쏠했다.

특히 2200㎡ 규모 지중해온실에는 식물 227종 1960본이 식재됐다. '공룡의 먹이'라고도 불리는 울레미소나무,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올리브 등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스페인 알람브라궁전의 정원을 참고해 지은 지중해온실은 지중해풍 조각품과 어우러져 이국적이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따뜻한 공간을 가득 채운 식물들이 주는 기운 덕이었을까. 어지러웠던 마음이 한결 가뿐해졌다. 지난해 개장한 터라 수목원 곳곳은 모든 것이 갖춰졌다기보다,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것이 많았다. 나무들이 자라 울창한 수목원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몇 년 후 식물원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기대하게 했다. 

유리벽과 유리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에 반짝이는 식물들에 동화됐던 마음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 '이상한 꽃나라의 앨리스' 전시로 이어졌다. 식물과 꽃으로 동화를 재해석한 전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흥미를 안겼다.

수많은 꽃 속에 녹아든 앨리스의 장식을 배경 삼아 너도나도 인증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앨리스가 되어 시간여행을 떠나보기도 하고, 미디어 아트를 감상하며 환호하기도 했다. 잠시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동심으로 돌아가 보내는 시간은 참으로 값졌다. 
 
국립세종수목원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동시 관람 입장객 수를 5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계절전시온실은 국립세종수목원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해야 관람할 수 있다. 동시간대 입장객도 300명으로 제한한다. 

상쾌한 봄바람을 맞고, 나무가 뿜어내는 공기를 머금고, 향긋한 꽃향기를 지긋이 맡는 시간, 퍽퍽했던 일상의 고단함을 이곳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묵직하게 짓눌렀던 몸과 마음도 가벼워졌다. 여행을 일상처럼 즐기던 때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금 깨닫는 이 시간, 하루빨리 코로나와의 전쟁을 끝내고 자유로운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기를 소망해본다. 
 

정부청사 옥상정원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 [사진=기수정 기자]

정부청사 옥상정원에 설치된 작품.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형상을 물방울 형태로 표현했다.[사진=기수정 기자]

정부청사 옥상정원. 청사 15개동을 하나로 이은 3.6km 길이의 정원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정부청사 옥상정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사진=기수정 기자]

국립세종수목원 유리 온실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국립세종수목원 온실에서 자라는 다양한 종류의 난[사진=기수정 기자]

국립세종수목원 내 지중해온실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국립세종수목원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획전시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획전시 '이상한 꽃나라의 앨리스' 전[사진=기수정 기자]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획전시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획전시 '이상한 꽃나라의 앨리스' 전[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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