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받고 있는 프란시스코 두케 보건부 장관(바로 앞 왼쪽). (사진=필리핀 보건부 제공)]
필리핀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 계획에 고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백신 공급 부족으로 조달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 연내목표인 7000만명 접종 완료 실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7000만명 접종은 2032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국산 백신 제조를 시작한다는 계획도 있으나, 백신의 효과를 낮출 우려가 있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연내 목표달성을 위해 1일 50만명 또는 1주일에 300만명에 대한 접종을 실시하고, 한 달에 1500만회분의 백신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404만 600회분 밖에 확보하지 못했으며, 접종을 마친 사람은 200만명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 백신 전략책임자인 칼리토 갈베스는 4일 회견에서, "연내에 7000만명 접종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월 1000만~1500만명에게 접종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백신 조달 지연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연내에는 5000만명에서 7000만명 사이의 인원에 대해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집단면역은 인구의 60~70%가 백신을 접종하면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필리핀 인구는 약 1억 1000만명에 달한다. 필리핀대학에서 코로나 감염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에드슨 구이드 교수는 현재 추세대로 접종이 진행될 경우, 정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시기는 2032년 1월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의 백신 조달 계획에 따르면, 5월에 400만회분, 6월에 1000만회분이 도착할 예정이라, 월 1500만회분의 목표치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7월에는 1500만~2000만회분이 도착할 예정이기 때문에, 하반기에 접종을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매트로 마닐라와 6개 주에서 하루 12만명에게 접종을 실시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획득한다는 목표로 세우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백신 접종을 위한 인프라 정비에도 나선다. 접종 장소를 5000여곳 추가로 설치해, 1곳당 하루 100명에게 접종을 실시한다. 백신을 직접 접종하는 의료진도 2만 5000~5만명 확보한다.
3월 1일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은 현재 의료종사자, 고령자, 기초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접종이 실시되고 있다. 7월까지 이들에 대한 접종을 마치고, 8월부터 일반시민들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필리핀 통상산업부에 의하면, 필리핀 제약회사 6곳이 신종 코로나 백신 제조 계획에 돌입했다. 실현된다면, 수입에 의존하는 현재의 조달체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파력이 높으며, 백신 효과를 낮출 우려가 있는 변이 바이러스에는 경계심을 최대한도로 높이고 있다. 남아공발 변이주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효과를 낮춘다고 알려져 있으며, 필리핀에도 남아공발 변이주에 감염된 사람이 많다. 인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변이주에 대해서도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효과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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