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비트코인 대신 '브리트코인'?... 디지털 화폐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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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4-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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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중앙은행 중 86%, 자체적으로 디지털 화폐 발행 고려

  • 암호화폐보다 안정적인 것이 강점, 상용화 나선 국가도 있어

  • 전통적인 은행 구조 파괴 우려···"한국은 아직 발행할 이유 없다"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 암호화폐 열풍이 부는 가운데 제도권 금융계가 견제에 나섰다. 카드는 중앙은행이 전자 형태로 발행하는 법정 화폐인 ‘디지털 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다.
 
제도권 내 '디지털 화폐' 긍정적 검토···일부 국가는 이미 사용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각 국가의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관련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체탄 아하야 모건스탠리 수석 경제학자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중앙은행의 86%가 디지털 화폐 탐색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화폐와 암호화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이지만, 근본은 전혀 다르다. 디지털 화폐는 나라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화폐인 만큼 실물 화폐와 똑같은 가치를 갖고 관련 규제를 받는다. CNBC는 “디지털 화폐가 달러와 같은 기능을 하고 널리 수용될 것이다. 디지털 화폐는 완전히 규제를 받을 수 있는 중앙 권한 아래에 있다”고 전했다.

또한, 디지털 화폐는 환율 차이 등으로 인한 변동성이 있지만, 암호화폐만큼 단기간에 크게 요동치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개당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뒤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롤러코스터 같은 가격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업비트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암호화폐 도지코인은 지난달 개당 60원대를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 개당 53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터키 중앙은행은 암호화폐를 상품·서비스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인도 정부도 지난달부터 모든 암호화폐를 금지하고 거래하거나 보유한 사람은 벌금형을 내리는 등 규제를 시작했다. 대신 이 두 나라는 암호화폐를 대신할 디지털화폐 발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다른 나라도 디지털 화폐 발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은행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제기하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는 중이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연구를 위해 재무부와 영란은행(BOE)간에 새로운 특별전담반(TF)을 출범한다”고 보도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이같은 내용이 알려진 후 본인 SNS에 ‘브리트코인(Britcoin)?’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세계경제포럼 패널 토론에서 “가상자산의 궁극적 미래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라고 말했다.

EU도 디지털 유로화를 약속했다. 지난달 파비오 파네타 유럽중앙은행(ECB)이사는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유로 출시 여부는 올 중순경 결정 날 것이다. 도입이 결정되면 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절차가 진행되면 2년간의 조사 단계와 2~3년간의 이행단계를 거쳐야 한다. (디지털 유로) 도입이 국내외 지급결제와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매우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도 디지털 화폐 개발을 시작했다. '디지털위안화(e-CNY)'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인 중국은 디지털 화폐 경쟁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중국은 2022년 초에 열리는 북경동계올림픽에 외국인에게도 디지털 위안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은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1년간 디지털 화폐 실증실험을 진행한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기술 검증, 장애 환경에서의 실증실험, 소비자 참여형 실험 등 3단계에 걸쳐서 디지털 화폐를 연구할 계획이다.

이미 디지털 화폐를 상용화한 국가도 있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와 캄보디아는 디지털 통화를 발행했다. 케냐는 현지 최대 통신사 ‘사파리콤’을 통해 2007년부터 디지털 결제·송금 서비스 ‘엠페사(M-PESA)’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케냐 국민 10명 중 9명이 사용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전통적인 은행 구조 붕괴 우려···한국형 디지털 화폐는 '아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에 대해 “빨리 도입해 선점하는 국가는 통화 정책을 설정하는 면에서 이점을 가져올 수 있고 ‘화폐 주권’을 보호할 수 있다. 비효율적이고 불편함에도 꼭 필요한 현금 결제와 탄력적인 디지털 시스템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환경적인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아하야는 “중앙은행의 CBDC 주도권이 의도치 않게 은행 조직을 방해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에 현금이 없어지면 전통 은행 존립이 어렵다는 의미다.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화폐에 대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유럽인들이 디지털 화폐에 관한 프라이버시, 도입 시기 등에 걱정하는 중이라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내 금융계는 아직 디지털 화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디지털 화폐를 연구 중이고 발전이 느린 건 아니지만 정보통신기술(ICT)가 잘 발달돼 각종 페이 서비스 등 지금 결제 수단이 워낙 많아서 필요성을 못 느끼는 단계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역시 “우리나라는 전자적 수단의 지급결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만큼 지급결제 수요 면에서 CBDC 발행 유인이 크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CBDC가 발행되면 암호화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겠지만, 어느 정도일지는 CBDC의 발행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발행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투기 수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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