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모터쇼 개막일에 실시된 발표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리전위(李震宇) 바이두 부총재 =19일, 상하이시]
19일 개막한 상하이(上海)모터쇼에서 중국의 IT기업들이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 바이두(百度), 통신기기 화웨이(華為技術) 등 거대 IT기업들이 경쟁하듯 모터쇼에 부스를 설치, 자동차 분야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전동화와 IT화가 급속도 진전되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는 최근, 완성차 업체와 IT기업 간의 복잡한 합종연횡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번 모터쇼에는 이런 흐름이 그대로 투영돼 눈길을 끌었다.
상하이모터쇼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바이두는 행사 첫날, 독자적인 발표회도 개최했다. 중국 모터쇼에서 IT기업이 단독 발표회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리전위(李震宇) 바이두 부총재는 올해 하반기부터 매달 출시되는 자동차 모델 중 하나는 바이두가 독자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 플랫폼 '아폴로'의 기술이 탑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3~5년간 아폴로가 탑재된 차량을 100만대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 부총재는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스마트차량이 앞으로 엄청나게 발전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기정사실"이라며, 아폴로가 자동차 제조사들의 디지털화와 스마트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리 부총재에 의하면, 바이두는 아폴로 개발에 착수한지 4년 만에 레벨 4(주행을 특정한 장소에 한정해 완전 자율화하는 자율주행기술) 자율주행차 주행시험 누적거리 1000만km에 도달했다고 한다.
바이두의 발표회에는 '신에너지차(NEV)' 벤처기업 WM모터(威馬汽車科技集団)의 선후이(沈暉) CEO도 등장했다. WM모터는 16일에 출시한 전기차(EV) 'W6'에 바이두와 공동개발한 자율주차시스템 '아폴로 발레파킹(AVP)'을 탑재하는 등 바이두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 화웨이는 공동개발 자율주행차 전시
화웨이는 자사 부스에서 자동차 스마트화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부스 내에 설치된 각 코너에서 ◇스마트 콕핏(Smart Cockpit) ◇스마트 차량 제어 ◇스마트 차량 클라우드 서비스 ◇상용차, 특수차량 솔루션 ◇선진 스마트 센서 솔루션 ◇스마트 주행 컴퓨팅 플랫폼 등을 전시했다. 특히 클라우드 코너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화웨이와 자동차 제조사 간 협력은 이미 구체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EV제조사 베이징신에너지자동차(BJEV, 北京新能源汽車)는 화웨이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일부 모델에 탑재한 신형차 '아크폭스 알파 S(極狐阿爾法S)'를 발표했다. 화웨이 시스템을 탑재한 'HI'사양에는 3개의 차세대 센서 '라이더(LiDAR)', 6개의 밀리파 레이더, 12개의 카메라를 비롯해, 연산능력 400TOPS(1초간 400조회)의 화웨이 칩 등이 채용됐다.

[화웨이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베이징신에너지자동차의 신형차 '아크폭스 알파 S'의 전시공간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19일, 상하이시]
아크폭스 알파 S가 전시된 화웨이 부스에는 유럽과 미국의 완성차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비롯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 시장의 높은 관심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인터넷 서비스 기업 텐센트(騰訊控股)와 광저우자동차그룹은 이번 모터쇼를 앞두고 제휴관계를 앞으로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와 같은 IT기업과 완성차 간의 제휴강화와 관련해, 닛산자동차와 둥펑(東風)자동차그룹 간의 합작사 둥펑자동차유한공사(東風汽車有限公司, DFL)의 야마자키 쇼헤이(山崎庄平) 총재는 "(중국 IT기업과의 협력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이라고 말해, 향후 필요에 따라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용의가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차량 전자부품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차량 전자화가 향후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EV는 자율주행과 상성이 좋기 때문에, EV보급이 진전되면 자율주행 보급도 가속화될 것이며, 자율주행이 늘어나면 차량 전자부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신흥 NEV 제조사 태동
이번 모터쇼에서는 신흥 NEV 제조사,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주목을 끈 업체는 상하이자동차그룹 산하 EV 제조사 즈지(智己)자동차, 둥펑자동차그룹의 NEV부문 보이아(嵐図)자동차, 저장지리(浙江吉利)홀딩그룹 산하 EV 제조사 지커(極氪) 등 3사.
즈지자동차는 양산형 모델 1호인 세단 '즈지L7'을 선보이며, 예약판매 접수를 개시했다. 예약판매가는 40만 8800위안(약 680만엔)으로, 가격대를 하이엔드 수준으로 설정했다. 항속거리는 655km이며, 차체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으로 제조됐다. 차량내부 액정패널이 운전석에서 조수석까지 뻗어 있는 등 중국에서 차량의 IT화가 급속도로 발전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보이아자동차는 양산형 모델 1호인 SUV '프리'를 선보였다. =19일, 상하이시]
보이아자동차는 양산형 모델 1호인 SUV EV '프리(FREE)'의 예약판매에 돌입했다. 예약판매가는 31만 3600~33만 3600위안. 이 차량도 내부 액정패널이 조수석까지 뻗어 있었다.
지커는 모터쇼에 앞선 지난 15일, 양산형 모델 1호인 세단 '지커 001'을 출시했다. 가격은 28만 1000~36만위안. 모터쇼 부스에는 동 차량이 전시됐다.
지금까지 30만위안을 넘는 고가 NEV는 웨이라이(蔚來·Nio)와 리샹(理想·Li Auto)이 강세였으나, 앞으로는 경쟁이 한층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신흥 4강 제조사, 벌써 '전통 브랜드'?
중국에서는 정부의 지원 등으로 2015년 무렵부터 신흥 NEV 제조사가 난립했으나, 2019년 경부터는 웨이라이, 리샹, WM모토, 샤오펑(小鵬·Xpeng) 등 4개사가 두각을 나타냈다. 이들은 '4강'으로 불리며 최근 수년간 모터쇼에서 꾸준하게 주목을 받아왔으나, 이번 모터쇼에서는 '보다 새로운 신흥 제조사'에 주목도에서 다소 밀린 느낌이 든다.
중국의 경제매체들은 '4강' 제조사들을 '신흥세력 전통 브랜드'라고 표현했다. 이번 모터쇼를 통해 새로운 제조사들이 부각됨에 따라, 4강 업체들을 '전통 브랜드'로 규정지은 것이다.
신흥세력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4강 업체 중 선두로 평가받는 웨이라이는 이번 모터쇼에서 차세대 전지교환 스테이션을 소개하는데 그쳐,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샤오펑도 세 번째 모델 세단 'P5'를 14일에 이미 발표했기 때문에, 이번 모터쇼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했으며, 리샹은 차량을 전시하기는 했으나, 발표회는 따로 개최하지 않았다.
비약적인 차량판매를 보이고 있는 4강 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이번 모터쇼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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