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⑦] 개발제한구역서 지렁이 사육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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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21-04-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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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봉 중기 옴부즈만 "공무원 적극행정이 가장 빠른 규제 해소 방법"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개발제한구역에서 지렁이를 사육하던 A농가는 정부합동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납부하고, 더 이상 지렁이 사육을 못하게 됐다. 지렁이 먹이로 공급하던 하수슬러지가 폐기물로 분류돼, 개발제한구역 안에선 허가 없이 반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렁이는 건강한 땅을 만드는 고마운 동물이다. 흙을 먹고 식물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흙을 뱉어내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최근 지렁이는 농가소득 증대와 환경 문제를 해소하는 '친환경 폐기물처리생물'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정부도 축산법에 따라 지렁이를 가축으로 분류하고, 농가에 사육을 권장하고 있다. 

지렁이는 먹이로 유기성 오니(폐기물)를 처리하고, 분변을 이용한 비료를 생산하지만, 많은 먹이가 필요하다.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 등 생활폐기물도 공급 가능하지만, 그 양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지렁이 사육농가는 대부분 하수처리나 정수과정에서 생긴 침전물인 유기성 오니를 먹이로 주고 있다.

폐기물로 분류된 유기성 오니를 반입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처리업 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해서 지렁이 사육농가가 폐기물처리업자가 돼야 가능하다. 이런 규제는 사육시설이 개발제한구역 내 위치한 경우 쟁점이 된다. 개발제한구역 내 폐기물처리업허가를 위해서는 별도의 도시계획시설 설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절차와 상당한 시일이 요구된다.

사례 농가도 도시계획시설에 의한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 과정이 생략됐다.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지렁이 사육을 위해 뒤늦게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신청하더라도 폐기물처리시설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도시계획시설 심의과정에서 허가 받기는 요원했다.

이에 농민들은 해당 지자체 앞에서 연일 시위했고, 지자체는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지방규제 신고센터를 통해 규제·애로를 신고했다. 중기 옴부즈만은 현장을 찾아 실사한 결과, 해당 시설물이 폐기물처리시설이 아닌 지렁이 사육농가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부분 시설규모가 작고 지렁이 사육을 위한 시설 외에 다른 시설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기 옴부즈만은 국토교통부에 해당 시설물을 도시계획시설 승인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검토 결과, ‘개발제한구역 내 거주하는 농업인 종사자는 300㎡ 이하의 지렁이 사육시설에 대해 허가를 받아 설치할 수 있으며, 이는 동식물 관련 시설로 허용한 것이기 때문에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 없이 설치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유권해석을 통해 해당 농가는 신속하게 지렁이 사육을 재개할 수 있었다.  

박주봉 중기 옴부즈만은 "지렁이 사육을 주목한 농가는 농업진흥구역 등 다른 지역에도 설치가능한지 문의하기 시작했고, 가능하다는 관련 기관의 유권해석에 따라 점차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공무원의 적극행정이 다른 적극행정의 디딤돌이 된 사례다. 법령 개정보다 적극행정이 기업이나 자영업자의 규제애로를 훨씬 빨리 해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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