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균 칼럼] LH 사태 해결과 골프장 부지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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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4-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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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

[사진=아주경제DB]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부동산 공화국이다. 이에 대한 경각심이 다소 부족했을까? 아니면 암암리에 성행하던 비리 일부를 이제야 자각한 것인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모든 걸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사태 초기 LH 내부직원들의 부적절한 문제 인식과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해 사회적 공분을 사면서, 안 그래도 주택정책에 대한 불만이 가중된 국민 정서에 큰 충격과 반감을 불러왔다.

이제는 해당 사태의 해결은 물론이고, 주거복지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시장 부패 척결이 정치권의 핵심과제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주거난과 폭등하는 아파트값을 잡고자 하는 부동산 문제해결의 방향이 이제 엉뚱한 곳으로 와전된 셈이다. 과연, 기존과 같은 택지개발을 통해 안정적이고 공정한 주택공급을 할 수 있는지? 다수의 국민은 이러한 의구심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서울을 대체할 대규모 주택 공급지로 골프장 부지를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골프장은 그 용도가 체육시설용지이고 골프장 내에 있는 원형 보전지나 유휴부지의 경우라 하더라도, 관련 법규와 환경보호 차원에서 골프텔이나 콘도숙박업 시설물 외에는 개발 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용도변경은 불가하다.

일부 서울 근교 골프장에서 고급 주택형 콘도로 우회해 분양한 적 있으나 지자체에서는 고급 주택(별장)으로 취급하여 과세하는 바람에, 이마저도 상품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니 유럽이나 북미대륙에 있는 골프장 코스 내의 그림 같은 전원주택은 사실상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풍경이었다.

하지만, 통상 18홀 골프장 부지면적 기준을 30만평(991,736㎡) 수준으로 보면 그 입지와 환경에 따라서 아파트 1~2만 채 정도, 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서울 근교의 정부 소유의 골프장들과 민간 골프장들의 개발이 추진된다면 웬만한 신규택지를 지정하는 효과와 맞먹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연스레, 불문율에 부쳐지던 골프장 용도변경에 대한 논의가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이번 LH 사태가 빌미를 제공한 것도 한 가지 이유로 볼 수 있다.

물론 과거 정치권에서도 뉴서울과 88CC 등, 일부 정부 기관 소유의 골프장에 아파트를 짓자는 제안들이 단골 소재처럼 쓰였으나, 운영사와 회원권 보유자들의 반발에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었다. 더구나 골프장의 수입과 자산가치가 급등한 최근의 동향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촌극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을 의식한 탓인지, 최근에는 육군사관학교에 접해있는 태릉CC나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인접한 부영CC처럼 일반 회원모집이 없는 군 골프장이나 대중제 골프장 체육 용지를 주택용지로 전용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해당 골프장들은 모두 도심지에 인접해 있어, 거주환경이 뛰어나고 초기 개발비 부담이 적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국내 지리적 특성에 비춰보면 이와 같은 평탄화 된 대규모 부지는 향후에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주택부지로 용도를 변경할 경우, 건설기한을 단축해 신속한 주택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공론화되지 않았지만, 서울 주변 신도시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레 도심지역 회원제 골프장이 된 곳들도 주택 공급 후보지가 될 수 있다. 고양 삼송지구에 인접한 서울한양, 뉴코리아 골프장을 비롯한 하남 감일 지구에 있는 캐슬렉스 서울 골프장과 판교 신도시의 남서울 골프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수용해야 할 회원권 가격이 비싸고 골프장 소유주의 이해관계가 복잡한 곳들이어서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나마 캐슬렉스 서울 골프장 정도만 사조그룹 단일소유로 지분 구조가 단순하다는 평이다.

캐슬렉스 서울의 경우, 지난 2011년 하남시가 일부 부지를 수용해 현재는 골프장 코스에 인접한 아파트 단지가 이미 들어서 있고 나머지 코스의 대부분도 감일 주택지구와 인접해 있기에 개발 가능성이 엿보인다.

또한 회원제 골프장 중에서 앞서 거론된 뉴서울 골프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곳으로 부지도 넓고(약 278만㎡)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골프장보다 개발 부담이 적은 곳으로 통한다. 비록,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고배를 들이킨 바 있지만. 인근의 판교지구가 확장 중이고 근래에는 광역교통망이 대대적으로 추진되면서, 해당 지자체도 개발에 적극적인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새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이미 개발지로 지목된 태릉CC와 부영CC 또한 지역단체와 거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정부가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교통대란에 대한 우려와 골프장 소유주의 막대한 개발차익에 대해 특혜시비가 일며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부는 선행과제로 교통망 구성안과 개발이익에 대한 기부채납 등의 조율을 통해 형평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캐슬렉스 서울이나 뉴서울CC처럼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권 보유자들에 대한 배려와 충분한 보상이 추가되어야만 개발에 동의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골프장 부지를 활용하여 아파트를 짓고 주택난 해결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는 찬반논란이 존재하는 이상, 단순히 규범 경제와 당위성을 바탕으로만 논할 수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대규모 택지지정에 따른 부작용과 그린벨트와 공익재 같은 시설을 활용해서 주택을 짓는 것은, 오히려 더 큰 공공의 손실을 불러올 것으로도 우려를 사고 있다.

또한 이번 LH 사태와 같은 구조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도덕 불감증의 초래와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없어야 하기에, 과거의 폐해를 차단할 방안의 하나로 지목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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