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연임할거야(?) 백신과 올림픽 받쳐주면

노다니엘 아시아리스크모니터(주) 대표입력 : 2021-04-08 17:42
1년 총리 스가의 꿈

[노다니엘]



[노다니엘의 일본 풍경화] (26) 스가정권의 운명과 동북아

일본에서는 수상의 ‘아내역’(女房役)이라고 불리는 관방장관으로 있다가 아베가 갑자기 사임하며 남은 임기를 채우는 형식으로 수상에 오른 스가 요시히데. 지난 6개월간 코로나가 엄습한 가운데 동경올림픽의 개최 연기 등 엄청난 일을 치른 그의 임기는 9월 30일이면 끝나게 된다. 그렇게 정해진 임기 중에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막중한 것이다. 하나는 코로나사태에 대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무난히 치르는 것이다. 기대하지도 않은 총리자리에 오른 것은 횡재였으나, 이 두 개의 막중한 과제를 해결해야만 가을에 차기 총리자리를 넘볼 수 있는 입장이다.
 

[금년도 일본정치 주요일정]


권력의 목적지는 권력이다. 조지 오웰의 말이다. 아베에 의하여 관방장관으로 발탁될 때, 일본정계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그가 너무 큰 모자를 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년 9월부터 반년 넘게 총리로  재임하며 그가 정식으로 차기총리 자리를 넘보게 ‘성장’했다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다.

전후 일본에서는 정당 사이에 정권이 교체되는 대신에 자민당이라는 거대정당 안에서 파벌 사이에 정권이 왕래했다. 이른바 시계추(pendulum) 정치였다. 따라서 총리가 되는 자는 일단 파벌의 수장이 되는 것이 일본정치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아베내각이 세번 집권하는 동안 그 밑에서 관방장관을 했다는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정치적 권위가 없고 자신의 파벌도 없는 스가가 이제 가을에 수장 자리에 가장 가까이 있다는 것이 일본정치의 ‘뉴노멀’이다.

중의원 해산?

집권당의 총재가 중의원을 해산하여 정국을 다시 바꿀 수 있는 권한은 일본정계에서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로 여겨진다. 현재 총재인 스가로서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유리할 때 중의원을 해산하여 다시 총재로 선출되면 총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가는 임기가 만료되는 9월말 이전에 중의원을 해산하여, 전국선거를 치르고 권력을 잡을 것인가?
 

[현재 일본중의원 회파별 소속의원수]

NHK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민당 지지율은 38%이다. 한국의 정치감각으로는 이 정도 지지율을 가진 집권당이 선거를 한다면 정권을 내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현실은 한국과 같이 양당체제가 아니고 ‘거대 1당+기타 군소정당’ 체제이다. 한때 정권을 잡았던 입헌민주당은 의석수가 자민당의 40%가 넘는데도, 국민 지지율은 7.4%에 불과하다. 따라서 내각지지율과 정당지지율을 같이 해석해서는 안된다. 설혹 내각을 지지하지 않아도 권력이 결정되는 장은 중의원 선거구이다.

지금 시점에서 중의원이 해산되고 각 지역구에서 선거가 이루어진다면 자민당은 다시 변함없이 제1당이 될 것이고, 같이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공명당과 함께 압도적인 힘을 가지는 정권을 꾸릴 수 있다. 1955년에 결성된 자민당이 지금까지 6년을 제외한 전 기간에 집권을 유지한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스가는 언제 중의원을 해산할 것인가? 지금 일본정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유력한 가설은 두 개이다. 하나는 5월말이고 또 하나는 스가의 임기가 끝나는 가을이다.

첫째 가설은 스가 자신이 아닌 자민당 본부, 특히 간사장을 맡고 있는 니카이(二階俊博)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전략이다. 1983년에 중의원에 당선되어 지금까지 38년간 총 12선의 자민당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82세의 이 정치가는 단수가 9단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니카이가 추진하고 스가가 받아들인다는 이 가설에서는 4월 중순으로 정해진 스가의 미국방문에서 미·일동맹의 굳건함을 일본시민에게 보인 후, 도쿄에 돌아와서 침체한 일본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디지털청 설치법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켜 여론을 환기하고 즉시 중의원을 해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5월 11일에 중의원 선거를 공시하고 23일에 선거를 실시한다. 그러면 24일 이후 가장 빠른 시일에 자민당 총회를 열어 스가가 다시 총재로 선출됨으로써, 당연직인 총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스가는 원래 9월 30일로 예정된 총재임기 만료를 4개월 앞당겨 새로운 임기 3년을 카운트다운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가설은 지금대로 가는 것이다. 즉, 7월과 8월에 예정된 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그 기억이 생생할 시점인 9월 30일로 예정된 스가의 임기 만료에 맞추어 중의원을 해산하고 10월에 새로운 내각이 출범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의 정규적인 총리가 된 스가가 10월 30일에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참가한다는 것이다.

스가의 중간 평가

그렇다면 지난 반년간 총리로 일한 스가의 평가는 어떠한가? 스가내각이 들어선 직후인 작년 9월 20일에 내각지지율은 62.3%라는 놀라운 수치였다. 이는 아베정권 후기에 지속되었던 30%대의 두 배를 넘는 것이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9월 20일 조사에서 반전이 시작되어 3월말에 이르러서는 지지율이 35%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스가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인의 관심이 집중된 두 개의 사안은 코로나 대책과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이다. 그러나 이 두 사안 모두 스가, 나아가서는 한 정권의 능력범위를 초월하는 어려운 내용이다. 다만, 이 대목에서 스가가 비판받는 것은 그가 관료들을 너무 타이트하게 컨트롤하며, 자신의 호불호에 따라 인사나 정책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가 내각에서 여러 포스트를 두루 섭렵하지 못하고, 총무성에 오래 관여함으로써 시야와 인맥이 좁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스가를 더 곤혹스럽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장남인 스가 세이고 (菅正剛)가 자신이 일하는 영상제작회사 사장과 함께, 이 분야를 관장하는 총무성의 간부들을 불러 지난 10월에 고급요정에서 회식을 하였다는 것이다. 사안으로 볼 때는 그리 큰 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스가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총무성의 간부들이 식사자리에 가서 대접을 받고 선물까지 받았다는 것은 스가를 깎아내려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타이밍에 벌어진 스캔들이다.


더 큰 시험무대

그러나 스가의 진정한 시험무대는 워싱턴이다. 요코하마 시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1996년부터 지금까지 25년간 중의원 의원자격을 유지해 오고 있는 정치가 스가는 한마디로 국내파이다. 내각에 들어가서도 총무대신, 우정민영화 담당대신 등 국내이슈를 다룬 경험이 중심이다. 게다가 그의 전임자 아베와 너무 비교가 된다.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베는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외교’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외교분야에 있어서의 경험 부족에 추가하여, 스가의 국가지도자로서 외교역량에 회의를 갖게 하는 요인은 그가 아베 정권을 그대로 이어받으며, 관료들을 소외시키고 관저 주도의 정치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롯된 하나의 부산물은 외교정책형성 및 집행에서 외무성이 소외되고, 관저에 파견 나온 관료들, 특히 경제산업성에서 온 관료들이 영향력이 컸다는 것이다.

한국과의 사이에 벌어진 특정원료의 수출규제, 나아가서 종군위안부 및 강제징용 등의 사안에서 한·일외교의 갈등이 두드러진 이유의 하나로 관저 주도의 행정이 강화하는 가운데, 국익을 중시하는 경제산업성(구 통산성)이 외무성을 압도한 것도 한 이유로 생각할 수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말을 빌리자면 국정의 장에서 홍(紅, 이데올로기)이 전(專, 엑스퍼티즈)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에서 스가로 정권이 바뀌며, 외교 주도권을 외무성이 되찾는 기대가 있었지만, 스가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으로 발탁된 국가안전보장국장이 경찰 출신의 기타무라 시게루 (北村滋)로 낙점이 되면서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스가의 방미에 앞서 워싱턴에 가서 사전조정을 담당한 사람은 직업외교관 출신이 아니라 30년간 경찰에 몸을 담았던 기타무라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스가가 직면해야 하는 미·일외교는 통상적인 무대가 아니다. 바이든 정권이 발족하여 중국과의 기싸움이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스케일과 심도로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모두 사활적인 이익이 걸린 일본의 입장을 지키는 고도의 외교적 통찰과 협상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약 반년간 동북아 정치는 거대하게 요동치는 바다와 같을 것이다. 4월에 한국에서 서울과 부산의 시장보궐선거가 끝나고 2022년 3월의 대통령선거 모드에 들어간다. 한편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5월 또는 9월에 자민당 총재선거로 새로운 정권이 탄생한다. 새로운 일본정권은 바이든의 요구에 따라 미·일동맹을 한층 강고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은 양팔을 잡아당기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2022년의 대선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22년 3월에 모습이 드러나는 한국과 일본의 정권은 수출규제, 위안부, 징용공, 독도 등의 갈등사안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역사의 쳇바퀴는 같은 회전을 구태의연하게 되풀이하는 것이다.

노다니엘 필자 주요 이력 

▷서강대 외교학과 ▷MIT 정치경제학박사 ▷홍콩과기대 조교수 ▷일본미래공학연구소 수석컨설턴트

 
노다니엘 아시아리스크모니터(주) 대표  danielroh12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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