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 백화점…'대백' 본점 52년 만에 문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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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04-0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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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극화 심화로 토종 기업 사라져

  • 유통 대기업도 대형 럭셔리 점포만 생존

지방 중소형 백화점들이 쓰러져 간다. 지역 랜드마크를 표방한 대형 고급 백화점들에게 안방을 내어주면서다. 

77년 전통의 지역 향토 백화점인 대구백화점 본점이 개점 52년 만에 올 7월 문을 닫는다. 31일 대구백화점은 "영업환경 악화 및 적자 지속에 따라 대구백화점 본점 점포를 잠정 휴점한다"면서 "임대, 리모델링 등 다양한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공시했다. 

대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입점 브랜드 철수, 마진 인하 요구, 판촉사원 인건비 부담, 매장 인테리어 공사비 부담 등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사진=대구백화점 제공]

대구백화점은 1944년 구본흥 창업주가 대구 종로 옛 동인호텔 일대에 '대구상회'를 세우면서 시작됐다. 1969년 현재 동성로 본점 자리에 10층 규모의 대형 백화점을 열었고, 1988년 기업공개, 1993년 대구백화점 프라자점(대백프라자) 개점을 이어갔다.

대구백화점 본점은 지역민들 사이에서 "대백 앞에서 보자"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지역 '만남의 광장'이나 다름없었다. 선거철 대구백화점 본점 앞은 후보들의 유세로 수많은 인파가 몰리곤 했다. 2002년엔 본점·프라자점을 합산해 매출 6900억원, 영업이익 880억원, 당기순이익 413억원까지 실적을 끌어올렸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점,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2016년 대구신세계 등이 잇따라 출점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출 급감과 경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을 겪어왔다.

2017년 4월엔 대백아울렛 동대구점을 열었으나 17개월 만에 폐점했다. 현대백화점 시티아울렛에 10년 건물 임차를 내줘야 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영업손실이 175억원까지 늘었다. 

1997년 IMF가 터진 이후 지방 유통업체 상당수가 자금난에 봉착해 하나둘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1998년 광주 송원백화점은 현대백화점을 거쳐 현재는 이랜드그룹 NC백화점 광주점으로, 울산 주리원백화점은 현대백화점 울산점으로 탈바꿈했다. 2000년 갤러리아백화점은 대전 동양백화점을 인수해 갤러리아 타임월드로 키웠다. 

대구지역은 대구백화점, 동아백화점 쌍두마차를 기반으로 부산·광주·대전에 이어 향토 유통업체가 지역상권을 고수하는 마지막 보루였지만 결국 무너진 것이다. 동아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영업적자에 무너져 47년 역사를 끝내고 폐점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비단 지역 향토 백화점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커머스의 급성장과 명품 소비 트렌드로 연쇄적으로 지방에 위치한 중소형 백화점이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의 전국 점포 매출을 분석해보면, 서울·수도권 이외 지방 점포에서 성장한 점포는 △신세계 센텀시티점(전년 대비 +7.5%) △​신세계 광주점(+3.3%) 단 두 곳밖에 없었다. 그나마 성장한 두 곳 역시 신세계백화점이 '지역 1번점' 전략을 구사하면서 공 들인 대형 럭셔리 점포다.

이외 지방 중소형 점포의 경우 매출이 급감했다. 롯데 마산점(-20.9%), 현대 동구점(-15.1%), AK 원주점(-21.7%), 롯데 상인점(-21.0%), 신세계 마산점(-11.7%), 갤러리아 진주점(-14.8%), 롯데 포항점(-15.7%)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에도 매출 2조원을 넘긴 신세계 강남점(5.5%), 최단 기간 1조 클럽에 가입한 현대 판교점(9.4%), 압구정 대표 럭셔리 백화점 갤러리아 명품관(8.5%)과 비교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억눌려 있던 내수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백화점의 업황 회복 강도가 굉장히 클 것"이라면서도 "다만 명품 비중이 높고 체험형 콘텐츠가 많은 점포로 고객이 쏠리면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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