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산어보' 설경구 "첫 사극…이준익 감독이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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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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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준익 감독님 작품이기 때문이죠."

배우 설경구가 데뷔 29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미뤘던 사극 장르지만 이준익 감독에 관한 신뢰로 모든 두려움을 극복했다.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어류 학서 '자산어보'의 서문 "섬 안에 덕순 장창대라는 사람이 있었으니, 문을 닫고 손님을 사절하면서 독실하게 옛 서적을 좋아했다. (…) 결국 나는 그를 초청하고 함께 숙식하면서 함께 궁리한 뒤, 그 결과물을 차례 지워 책을 완성하고서 이를 '자산어보'라고 이름을 지었다"라는 대목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극 중 설경구는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호기심 많은 학자 정약전 역을 맡았다. 천하제일의 인재로 불렸으나 신유박해 당시 동생 정약종, 정약용과 천주교 교리를 따른 죄로 간신히 사형을 면하고 흑산도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육지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바다 생물과 섬마을 주민의 일상을 보며 호기심을 되찾게 되고 청년 어부 창대와 만나 어류 학서 '자산어보'를 집필하고자 한다.

"사극 제안도 많이 받았죠. 지금까지 거절했던 이유는 싫어서가 아니라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서였어요. 미루고 미루다가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이준익 감독님께 '대본 하나 달라'고 했는데 마침 그게 사극이었던 거예요. 현대극이었어도 (이 감독 작품이라면) 했을 거예요. 자연스레 (사극을 찍는) 합이 맞게 된 거죠. 나이 들어 (사극을) 하니까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영화 '자산어보'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준익 감독과 설경구는 지난 2013년 영화 '소원'을 찍으며 만나게 됐다. 8년 만에 다시 만난 이 감독은 여전히 유머러스하고 따뜻했다.

"상황에 맞게 대화를 풀어가는 재주가 어마어마해요. '소원' 때와 달라지지 않았더라고요. 모든 배우를 잘 포장해주고 단점은 묻어두세요. 스태프 하나하나에 관심이 있고 잘 챙기고요. 일할 때는 또 단호한 면이 있어서 그런 점들도 (촬영할 때) 좋았어요. 약종 역을 맡은 최원영 배우는 지금까지 접한 촬영장 중 '자산어보'가 제일 행복했다고 했어요. 이 감독님의 현장은 늘 그래요."

이 감독의 따뜻함은 영화 '자산어보' 전반에 녹아있었다. 시선이며 따뜻한 온도는 설경구를 비롯해 배우들의 마음을 녹진하게 만들었다.

"사회를 흔들 만한 사건이 있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사람 사는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참 쉽지 않은데. 정도 있고 따뜻함도 있어서 정말 좋더라고요. 기존 사극과 배경이나 색감 같은 게 달랐던 거 같아요."

첫 사극이라는 점도 흑백 영화라는 점도 설경구에게는 모두 신선하고 낯설었다.

"첫 사극이다 보니 호기심도 있었고 흑백으로 (영화를) 찍는다는 점도 궁금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산어보' 자체가 그 시대의 색깔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극을 한 번 더 찍는다면 그 시대에 맞는 색감에 맞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설경구는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어울리며 역사 속 실존 인물인 정약전을 온몸에 묻히려 했다. "그 시절 양반과 다른 인물"이라고 해석한 설경구는 시나리오와 정약전에 관한 서적을 살피며 그 시절 깨어있는 정약전을 이해하려고 했다.

"'정약전이 정약용보다 더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 그를 더 먼 유배지로 보내잖아요.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정약전이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가받는 게 맞았던 거 같아요. 그는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 마음을 시작점 삼아 '자산어보'를 썼어요. 흑산도 주민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점 때문인 거 같아요."
 

영화 '자산어보'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준익 감독이 그리는 정약전과 스스로 해석한 정약전에게 간격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고.

"걱정이 컸어요. 상투도 처음 틀어보는데…뭘 해도 양반 같지 않더라고요. 이 감독님 작품이니 해보겠다고는 했는데. 뭘 해도 양반처럼 보이지 않으니. 하하하. 감독님은 워낙 장점을 잘 끌어내 주시는 분이라 용기를 많이 주셨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도움을 많이 받았죠."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배우들 간 연기 호흡. 설경구는 창대 역을 맡은 변요한과 가거댁 역을 맡은 이정은, 그리고 정약용 역을 맡은 류승룡에 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창대 역을 두고 번뜩 (변)요한이 생각이 났어요. 친분이 있던 사이는 아니었는데 왜인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요한이가 떠오르더라고요. 낯가림도 심한 친구인데 좋고 싫음은 분명해요. 저와 다른 듯, 닮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촬영하면서도 '쟤가 창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가거댁 역의 이정은과는 알콩달콩한 로맨스도 그려냈다.

"워낙 친한 사이라서 연기할 때 어려움은 없었어요. 상대 배우와 친하지 않으면 연기할 때 어색하거나 쑥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정은이와 연기하면 그런 점이 없었어요. 우리끼리는 장난스레 (로맨스 연기에) 접근했던 거 같아요. 잘 어울리지 않았나요? 짧은 게 조금 아쉬웠어요."
 

영화 '자산어보' 설경구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정약용 역의 류승룡 배우에 관해서는 고마운 마음을 여러 차례 표현하기도 했다. 특별출연한 류승룡이 제일 마지막에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정약전이란 인물이 대중에게 친숙하지는 않잖아요. 교과서에도 한 줄 정도로만 표현돼 있고요. 알려진 바 없다 보니 정약용 캐릭터를 비롯해 특별출연하는 이들은 친숙한 얼굴의 배우들이길 바랐어요. 섬 촬영인 데다가 1~2회만 촬영하면 되니까 캐스팅이 어려웠죠. 바쁜 사람들 부르기도 미안하고요. 그런데 류승룡씨가 (정약용 역을) 해주겠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죠. (그의 캐스팅으로 인해)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생각해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배우들은 차오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변요한은 시사회 직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이 젖어 들었는데 그게 점점 번지기 시작하면서 눈물이 흐른 거 같아요. 요한이만큼은 아니었지만, 저도 눈물이 나긴 하더라고요."

설경구와 변요한의 눈물샘을 터트린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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