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 걸프전 치르던 美, 韓에 "군 의료진 파견 적극 추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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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3-2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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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부, 29일 30년 경과 외교문서 일반에 공개

  • 미 당국자 "걸프 위기, 한·미 껄끄럽게 할 수도"

1991년 11월 12일 국회 외무위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자료를 준비하는 이상옥 외무장관과 반기문 당시 외교부 미주국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1990년 한·미관계를 고리로 한국에 걸프전쟁 지원을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30년 경과 외교문서 2090권(33만 쪽 분량)을 원문해제 요약본과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1990년 12월 17∼19일 미국을 방문한 반기문 당시 외교부 미주국장과 미국 당국자 간 대화 기록이 포함됐다. 이때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겨냥해 '사막의 폭풍' 작전을 개시하기 한 달 전이었다.

칼 포드 미국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당시 반 국장과 면담에서 한국의 군 의료진을 사우디아라비아 측에 파견하는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 측이 사우디 측에 대해 계속 진전 상황을 점검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드 부차관보는 첫 미군 사망자가 나오면 미국 여론이 우방국의 지원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우리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우리의 친구들이 취한 행동은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처드 솔로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역시 "6·25 사변 시 미국의 도움을 받은 바 있는 한국이 미국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느냐는 미국 여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며 "본인은 GATT(상품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문제와 걸프 위기가 한·미관계를 껄끄럽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 국장은 협의 상대가 당초 미국에서 사우디로 바뀌며 군 의료단 파견이 지연되고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반 국장은 또 정부가 다국적군 지원으로 약속한 5000만 달러를 11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했고, 조만간 미국 측에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능력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걸프전쟁 의료단·수송단으로 파병됐다 서울공항으로 개선한 한 장교가 1991년 4월 1일 부모와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 국장은 당시 방미 계기에 더글라스 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과도 만나 소련 및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팔 보좌관은 반 국장에게 한국 정부가 해군 대잠초계기 입찰에서 프랑스 대신 미국의 P3C를 선정한 것을 거론,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소련 및 중국과의 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미국과의 관계나 페르시아만 사태 해결을 위한 지원에는 다소 소홀하지 않나 하는 인상을 가졌었다"며 "한국 정부의 P3C 대잠함 초계기 구매 결정 등은 우리의 그런 우려를 씻어줬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반 국장은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서의 긴장 완화와 평화구조 정착을 위해 소련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상적인 국가 간의 건전한 쌍무적 관계로서의 관계 개선 추진이며 우리가 소련과 지역 또는 세계적 차원에서 파트너로서의 관계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외교문서 공개목록과 외교사료해제집 책자는 주요 연구기관 및 도서관 등에 배포되며 외교사료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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