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내 OTT發 '쩐의전쟁' 콘텐츠 생태계 질적 성장 계기돼야

차현아 기자입력 : 2021-03-27 17:5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잡기 위한 사업자들의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자 티빙과 웨이브 등 국내 OTT 사업자는 물론 통신 사업자인 KT까지 콘텐츠에 수천억 원 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맞대응한다.

올해 넷플릭스는 한국에만 5억달러(5600억원)를 투자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13편을 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지난해까지 총 5년간 투자액이 7억달러였던 점을 고려할 때 엄청난 규모다. 넷플릭스가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세계 1위 OTT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하려면 한국 콘텐츠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다. 옥자와 킹덤, 승리호 등은 한국 콘텐츠가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음을 증명했다. 

지난 26일 웨이브가 2025년까지 총 1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에 대항하기 위한 선전포고였다. 웨이브가 올해 목표한 투자 금액은 800억원 정도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웨이브의 대주주인 SK텔레콤은 웨이브에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웨이브는 기존에 가진 자금 이외에도 추가 투자를 유치하고 콘텐츠 수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총 1조원 규모 투자액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사업자 중에서는 최대 규모 투자를 자신했던 KT의 실제 투자 액수도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나온다. KT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3년까지 오리지널 타이틀 100개를 목표로 약 4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적어도 국내 사업자 중 투자금액으로는 가장 많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른 국내 OTT 사업자의 행보도 빨라졌다. CJENM은 지난 2월 지난해 실적발표를 통해 향후 3년 간 티빙에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왓챠는 지난해 12월 마무리된 36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기반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왓챠는 최근 한화이글스를 소재로 한 첫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년 중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후발주자 쿠팡은 쿠팡플레이에 올해 1000억원 규모를 투자한다. 하지만 각 사의 투자규모는 넷플릭스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적다.

업계에선 당장 넷플릭스 이상으로 콘텐츠 투자액을 확보할 수 있는 국내 사업자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가 막대한 자금으로 국내 시장을 점령한다는 비판도 많다.

사실 넷플릭스가 미친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그간 국내 외주제작사 현장은 방송사와의 불공정 거래로 몸살을 앓았다.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사가 만든 콘텐츠 저작권을 모두 가져간다고 비판하지만, 국내 방송사 역시 비슷한 계약을 제작사에 강요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국내 제작사들은 넷플릭스가 방송사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선지급하면서도 훨씬 다양한 소재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콘텐츠 납품이 곧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을 계기로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 OTT 사업자의 전략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국내 사업자들은 국내에서만큼은 넷플릭스에 못지 않은 탄탄한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OTT 서비스 대부분이 주요 방송과 통신 사업자가 운영한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방대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으며, KT는 올레tv부터 스카이라이프 등 총 1300만명 가입자를 점유한 국내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다. 글로벌 사업자보다 국내 콘텐츠 시장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질적 성장과 상생은 장기적으로 국내 OTT 사업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갖고도 제작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소 제작사를 사전에 발굴하고 자사 인프라를 통해 적극 밀어주는 것이다. 국내 OTT사업자들은 이들과의 상생을 통해 우수 콘텐츠를 조기에 선점할 수 있게 되며 국내 제작사들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OTT 시장의 쩐의전쟁이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한발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차현아 기자]


컴패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