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하는 북·중·러] 중 거쳐 한 찾는 러 외무장관...한·미·일 3각 공조 강화에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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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박경은 기자
입력 2021-03-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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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르게이 러시아 장관 11년만 첫 단독 방한...패권경쟁 고조되자 한·러관계 챙기기

  • 공고해지는 ‘북·중·러’ 반미(反美) 전선...정부 '줄타기 외교' 부담 커질 듯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미·중 갈등으로 신(新)냉전 구도가 격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줄타기 외교’ 정체성이 시험대에 놓였다. 조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동맹 강화로 대중(對中) 압박 강도를 높이자 중국이 ‘북·중·러’ 반미(反美) 전선 구축으로 반격에 나섰다.

외교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2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단독 방문했다. 지난주 한·미 외교·국방장관 '2+2회의'에 이어 진행되는 회담인 만큼 북핵 문제 등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에 견제구를 던질 협상안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본격화 된 북·중·러 밀착...韓에 양자택일 강요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부터 25일까지 한국에 머문다. 마지막 날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나 양국 관계, 한반도 문제, 국제현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라브로프 장관의 한국 방문은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단독 외교장관의 방한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진행되지 못했던 '한·러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 패권 경쟁이 고조되는 데 따른 관계 개선 차원의 방한으로 풀이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방한을 통해 '중·러 대미 전략'을 우리 정부에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뿐만 미·러 관계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동맹국 확보가 필요하다.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방중한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을 겨냥해 "소그룹을 이용한 집단대결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로 언급하면서 격화된 갈등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북한도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구두서한을 언론에 공개하며 '반미연합'에 힘을 보탰다.  

한국의 입장에선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 외교적 부담이 커졌다. 실제로 앵커리지 미·중 회담에서 양국은 한국의 '외교 정체성'을 두고 미묘한 기싸움을 벌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당시 앞선 한·일 순방을 언급하며 "동맹으로부터 중국 정부 조처에 관한 깊은 우려를 들었다"고 말했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만의 시각 아닌가"라고 받아쳤다. 왕이 부장은 반중연합에 미국·일본·호주만 거론하는 등 한·중 관계 개선을 열어두는 행보를 보였다. 

◆'전략적 모호성' 협상 전략으로 활용해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전략적 모호성’을 외교적 약점이 아닌, 협상 전략으로 활용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북·중·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공고해진 반미연대를 오히려 외교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갈등이 위기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은 미·중, 미·러 갈등 속에 동북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정학적으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방한을 통해 미·러 간 갈등에 한반도를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단지 '전략적 모호성' 사이에서 신뢰를 잃어버리는 상황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한국을 빼놓고는 동북아나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방향으로 갈지는 우리 정부의 손에 달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관계에만 의존하면서 고착화된 남북관계에 '북·중·러' 구도를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은 "북한과 러시아는 협조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한·러 간의 대화를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의 요청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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