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세대교체 "버핏 보단 머스크"…서학개미, 왜 변했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정혜인 기자
입력 2021-03-22 15:4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美 개인투자자, 머스크 등 인플루언서 발언에 주목

  • 팬데믹 속 월가 비웃는 SNS 스타에 서학개미 열광

  • "'아웃사이더' 연기하는 그들로 결국은 '억만장자'"

[사진=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미국판 개인투자자 ‘서학 개미’의 변심으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스타 투자자’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뉴욕증시의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워런 버핏 등 거물급 ‘구루(GURU·전문가)’의 투자전략을 분석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일론 머스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명인물 이른바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메시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과거 개인 투자자들은 빌 빌러,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등 스타 투자자들에게 매료돼 그들이 추천하는 도서, 그들의 투자노트에 눈길을 쏟았다. 또 이들은 (스타 투자자들이 투자한) 회사 수익 보고서, 부채 비율 등을 검토하며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전문가들의 투자전략을 녹이려 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케이블TV, 인터넷 등에서 비즈니스 뉴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서학 개미들의 시선이 SNS 인플루언서로 이동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스팩킹(SPAC KONG)’으로 불리는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펀드매니저 캐시 우드, ‘데이 트레이더’ 데이브 포트노이 등이 월가의 새로운 투자자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들은 금융산업계의 규범을 무시하거나 경멸하며 자신의 SNS 팔로워들에게 신임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거래 분석에 대한 깊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인플루언서의 투자 대상을 따라가고 있다”면서 앞서 언급한 인플루언서의 발언으로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베팅사이트 바스툴 스포츠의 창업자인 포트노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락장 이후 주가 움직임만을 보고 차익을 노리는 투자인 ‘단기투자’ 생중계 방송으로 인기를 얻으며 ‘개미투자자의 대통령’으로 불렸다. 포트노이는 앞서 단어 맞추기 주머니에서 꺼낸 철자를 바탕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1월 자신의 트위터에서 ‘게임스통크(Gamestonk·게임스톱과 맹폭격이라는 의미의 단어 stonk의 합성어)’라는 11글자를 올리며 게임스톱 주가를 하루 만에 150% 끌어올렸다. 당시 월가 분석가들은 머스크 CEO의 트윗 이외 게임스톱 주가 폭등의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팔리하피티야도 지난 1월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자신을 설득한다면 어디든 10만 달러(약 1억1299만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뒤, 게임스톱 주식 콜옵션 12만500달러를 매입했다.

 

21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3개월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게임스톱(GME) 가격 변동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캡처]


미국의 인기 래퍼인 스눕독은 그의 앨범 표지 중 하나의 표지에 강아지 머리를 한 자신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고, 이후 암호화폐 도지코인의 가격은 급등했다. 도지코인 가격은  지난 2월 10일에는 머스크 CEO가 아들을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는 소식에 오르기도 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장난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이들은 당시 인터넷 밈(meme)의 소재로 인기를 얻었던 일본 시바견을 화폐의 마스코트로 채택하고, 화폐 명칭도 시바견 밈을 뜻하는 ‘도지’에서 따왔다.

리트홀츠 웰스(Ritholtz Wealth) 매니지먼트의 벤 칼슨(Ben Carlson) 기관자산관리 담당 이사는 “(스타 투자자의 조건에서) 투자 기술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SNS 덕분에 (시장의) 프로모터(Promoter)가 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칼슨 이사는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팔로워들을 기쁘게 하고자 미국 증권거래소위원회(SEC), CNBC, 헤지펀드, 억만장자 등 다양한 집단에 대한 분노를 직접 드러낸다”면서 이들의 이런 행동이 개인투자자에게 인기를 얻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 CEO는 도지코인에 대한 자신의 트윗을 SEC가 조사한다면 아주 놀라울 것이라며 조롱의 트윗을 올렸다.

 

22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3개월간 암호화폐 도지코인의 가격 변동 추이. [사진=코인데스크 홈페이지 캡처]


포트노이는 주식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인 로빈후드가 개미 투자자들의 상대로 게임스톱 주식의 거래를 제한하자 트위터에 로빈후드 CEO인 블라디미르 테네브의 사진과 “사기, 거짓말쟁이, 쓰레기 같은 자식”이라는 글을 게재해 주목을 받았다. 또 억만장자 헤지펀드 소유자인 스티브 코헨이 자신의 헤지펀드를 구하려고 일반인 즉 개미 투자자들을 희생시켰다고 비난하며 서학 개미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윌리엄앤드메리(William & Mary) 대학의 피터 애트워터(Peter Atwater) 경제학 겸임교수는 “인플루언서가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영웅이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이 아무런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이런 인식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무기력증 등에 빠진 개인 투자자들이 많은 이의 추종을 받는 인플루언서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동질감을 강하게 느끼며 이들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칼슨 이사는 개미 투자자들의 추종을 받는 인플루언서들도 크게 성공한 ‘억만장자’라며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월가는 인플루언서를 향한 서학 개미들의 신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리어 인베스트먼트(Lear Investment)의 설립자 겸 매니징파트너인 릭 리어(Rick Lear)는 “대중에게 실제로 다가오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라며 “시장이 상승하는 동안에는 이를 유지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바뀐다면 더는 재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WSJ은 인플루언서가 주식시장의 새로운 스타 투자자로 급부상하면서 젊은층의 투자 열풍이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장의 이런 급격한 변화는 인플루언서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시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