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 칼럼] 뉴욕行 쿠팡, 차등의결권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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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프론티어 M&A 회장
입력 2021-03-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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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적대적 M&A 또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경험이 적은 우리나라 주주들과 경영자들은 경영권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입법을 추진하는 국회의원, 기업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연구하는 학자 그리고 M&A와 경영권에 대한 기사를 쓰는 언론기자들 또한 경영권에 대한 실체와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은 의결권을 가진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이사에 대한 선임 결의를 통해 구성된다. 의결권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행사할 수 있지만 주주로부터 의결권행사에 대한 위임장을 받아도 주주와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경영자를 선임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었다고 해도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절반을 초과하는 이사의 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완전하게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집행임원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집행임원제도는 이사회에서 경영을 집행하는 임원을 별도로 선임하고 집행임원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기업경영권은 주주들에 의한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와 주주들로부터 경영을 위임 받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을 장악할 수 있어야 완성되는 것이다. 그만큼 경영권에 대한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전문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사의 선임은 1주 1표 내지는 부여된 권리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사회의 운영은 1인 1표제이며 의결권을 위임할 수 없기 때문에 주식에 부여된 의결권과 다르게 경영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 그래서 경영권이란 주주총회와 이사회 그리고 집행임원에 대한 선임 또는 견제의 권리가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사 또는 집행임원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경영자로 선임될 수 있다.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에서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지 않아도 이사회의 지명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회의원, 학자, 기자 등이 경영권 내지 지배권에 대한 의견의 대부분이 주식의 보유지분율, 출자구조, 의결권 행사 등에만 초점을 맞추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영권을 구성하고 있는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 복잡하고 난해한 법적 규제 그리고 기업 경영자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전문능력과 자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쿠팡(Coupang, the ticker symbol CPNG)의 미국 나스닥 또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과정에서 비롯된 차등의결권과 차등의결권제도의 국내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들이다.

쿠팡(정확하게 말하면 CPNG)은 미국 델라웨어주(미국에서 경영권 분쟁에 대한 판례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며, 경영활동의 자율성이 가장 많이 보장되어 있는 대표적인 지역)에 소재지를 둔 모기업 쿠팡 LLC의 자회사로 설립되었다. 쿠팡 LLC의 주요 주주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Vision Fund), 세계 최대의 벤처투자회사인 세콰이어 캐피털, 투자자산이 9000조원에 이르는 유대인투자금융회사인 불랙록 등이며, 비전펀드의 최대 지분은 일본계 자금과 중동계의 국부펀드이며, 경영진 대부분은 미국인들이다. 때문에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뉴욕증권거래소를 지배하고 있는 유대계 자금을 비롯한 일본계 자금과 중동계 자금이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이며, 미국에 본사를 두고, 경영진 대부분은 미국인이라는 특징을 가진 지주회사형 펀드회사이다. 그래서 기업지배권이나 경영권의 소재를 판단하는 것이 복잡하다.

또한 쿠팡의 김범석 의장에게 1주당 29~50 정도의 복수의결권을 부여한다고 해도 경영지배권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김 의장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은 것이지 경영권을 지배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권은 주식에 의한 의결권뿐만 아니라 의결권의 제한 또는 법원의 판결, 경영실적의 저조, 기업가치의 추락, 여론의 악화, 주요투자가의 압력, 범죄행위,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의 분열 등에 의해서도 경영에서 배제될 수 있는 사유는 얼마든지 있다. 결국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이 주주들보다는 법원 또는 국회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결권은 기업을 창업하여 성장시킨 공로가 있는 경영자에게 전문경영인의 지위를 보장해주는 것과, 경영권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투자를 한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합의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복수의결권의 실질적 영향력을 알기 위해서는 복수의결권에 부여된 조건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복수의결권은 회사마다 조건이 다를 수 있다. 복수의결권을 부여 받는 경영자와 대규모 투자가 사이에 체결되는 주주간계약(Shareholders' Agreement)이 별도로 존재할 수도 있는 사적 계약이며, 사적 계약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이다. 쿠팡의 김범석 의장에게 부여된 복수의결권도 표면적으로는 매매금지, 상속 또는 증여의 경우에는 복수의결권의 해제 등의 조건이 있지만, 공개되지 않은 권리와 의무 조항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끝으로, 이제 경영권과 의결권에 대한 권리도 매우 복잡하게 만들어지면서 경영권의 범위 또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차등의결권과 마찬가지로 주식의 의결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집중투표제이다. 우리나라는 정관에 집중투표제에 대한 배제조항이 없으면, 의결권을 가진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집중투표권은 차등의결권과 다른 방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결권행사 방식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자회사의 경영권을 지배할 수 있는 지주회사(Holding Company)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지주회사제도에 복수의결권까지 부여한다면, 경영권을 견제할 수 있는 대부분의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상호주 보유에 대한 의결권 제한(10% Rule) 규정, 감사 선임에 대한 의결권의 3% 제도, 황금낙하산 조항이나 포이즌 필 조항 역시 경영권에 관련된 조항이다. 때문에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실행하고 있는 경영권 관련 조항들과의 충돌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프론티어 M&A 회장 성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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