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논의를 주도한다"...中 쏙 빠진 쿼드 정상회담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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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3-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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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쿼드(Quad)가 아시아 전략의 중심부가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쿼드 4개국 정상이 '중국의 침략(aggression)'을 명시적으로 호명하지 않았더라도, 중국은 여전히 이날 회담의 '숨은 이유(subtext)'로 남아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50여일 만에 열린 쿼드 정상회담의 의미를 평가한 말이다.

2019년 미국의 주도로 결성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공식 안보협의체인 쿼드는 지난 12일 사상 첫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대(對) 중국 압박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을 겨냥한 바이든 정부의 외교 행보는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쿼드 외교장관 회담 개최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열렸다. 15~18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한·일 순방 일정과 18일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첫 미·중 정부 간 대화(미·중 고위급 회담)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이날 회담은 공개발언과 성명에서 모두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며 예상과는 달리 대중국 메시지가 비교적 약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WP는 쿼드가 공식적 군사 동맹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는 거리가 있는 협력체라고 지적했다. 또 각국이 중국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를 비롯한 4개국의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 전략에 중요한(crucial)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 롬에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장관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크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협의체다.[사진=AFP 연합뉴스 ]


그간 바이든 외교팀의 발언을 고려했을 때, 의도적으로 중국에 대한 직접적이거나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외교 정책이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각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중국'을 끼워넣으려는 시도는 쿼드의 파트너십 약화는 물론 국제 무대 기싸움에서 미국이 패배하고 중국에 끌려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1일 쿼드 정상회담을 앞두고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쿼드는 단 하나의 위협에 대응하거나 단 하나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수립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중국이 의제를 지배하진 않을 것(China is not going to dominate the agenda)"이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외교 행보에 대해 지나치게 중국으로 시선이 쏠리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6~7주에 걸쳐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 협의해 (중국에 대한) 논의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왔으며 이를 다루는 논의를 시작하려는 것이 블링컨 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조기에 방문하는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쿼드 정상회담과 한·일순방, 미·중 고위급회담으로 이어지는 일정에서 중국을 겨냥해 동맹국들과 공동의 가치와 논제를 공유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이 아닌 미국이 논의를 주도한다는 개념은 향후 중국과의 체제 경쟁을 공식화한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핵심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일 미국 백악관이 발행한 '국가안보전략 잠정 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guidance)' 역시 "미국의 신뢰와 미래 지향적인 리더십을 회복해, 중국이 아닌 미국이 국제사회 의제를 설정하도록 보장할 것"이라면서 해당 지침을 명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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