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유해약물 대리 구매해주고 수수료 받는 어른들···엄연히 불법
  • 최근 4년 간 청소년 흡연·음주율은 그대로, 대리 구매 늘어나
  • SNS에 가득한 '댈구'···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청소년에게 술‧담배 등 유해약물을 대리 구매해주는 일명 ‘댈구(대리구매)’ 행위를 한 어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소년에게 유해약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SNS 등을 통해 쉽게 '댈구'를 접할 수 있어 청소년들이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청소년이 술, 담배 등 유해약물을 접하는 정도는 큰 변화가 없지만, 방법은 과거보다 더 음지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2019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 최근 30일 동안 흡연, 음주를 경험한 청소년 비율은 각각 6.75, 15%였다. 2016년 청소년 흡연율은 6.3%, 음주율은 15%였다. 2017년 흡연율은 6.4%, 음주율은 16.1%였으며 2018년에는 각각 6.7%, 16.9%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4년간 유해약물을 접하는 청소년 비율은 지지부진했지만 직접 구매 비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여성가족부가 진행한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술을 직접 구매해봤다고 답한 청소년은 2016년 21.8%에서 2018년 16.6%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담배를 직접 구매한 비율도 41.8%에서 34.4%로 줄었다.

반면 술을 대리 구매했다는 비율은 2016년 9.1%에서 11.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담배 대리 구매 비율은 17.8%에서 21%로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 유해환경 집중 단속과 모니터링 등으로 청소년이 유해약물을 직접 구매하기 어려워지자 대리 구매 등 편법을 시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최근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댈구’ 행위를 한 판매자 12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청소년을 대신해 유해약물을 구매해서 택배, 직거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고 ‘수고비’를 챙겼다.

'댈구'로 수입을 올리기 위해 판매자들은 지속해서 청소년을 유인했다. 한 판매자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350회에 걸쳐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넘겼다. A씨는 부모에게 들키지 않고 택배 수령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수수료 할인행사를 여는 등 지속해서 청소년들이 술‧담배를 접할 수 있도록 유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판매자 B씨는 지난해 7월 이미 ‘댈구’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한 달 만에 또다시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B씨는 지난해 8월부터 트위터를 통해 ‘댈구’ 행위 360여회로 수입을 챙겼다. 올해 1월 말 B씨 팔로워는 1700여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SNS상에서 청소년 유해약물 댈구 관련 게시물이 버젓이 올라오고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실제로 기자가 구글 등 포털과 SNS에 ‘댈구’라는 단어를 검색하니 관련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댈구’를 광고하는 SNS 계정들은 거리, 택배 여부 등 거래 방법에 따라 1000~1만원까지 다양하게 수수료를 제시했다.

한 트위터 계정은 그동안 '댈구' 거래에 사용됐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자주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한 청소년은 "월요일 댈구 예약 가능하냐, 저번에 댈구는 감사했다"며 자연스럽게 판매자와 대화를 나눴다. 다른 구매자는 "담배 잘 왔다. 대리 구매 감사하고 앞으로 재구매 여기서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매자는 "학교 끝나자마자 봐서 담배가 도착해 기분 좋았다. 라이터도 감사하다. 처음 피우는데 피우는 방법이랑 냄새 빼는 법 등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SNS로 대화하고 택배를 이용한 거래 등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댈구' 특성상 단속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김 단장은 "청소년 대상 '댈구'는 트위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SNS를 통해 은밀히 거래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범죄 등 2차 범죄 노출 위험도 높다. 경기도는 '댈구' 판매자 C씨가 대리 구매를 통해 알게 된 여고생에게 지속해서 연락을 취하는 등 추가 범죄 가능성이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 다른 판매자 D씨는 술‧담배뿐만 아니라 성인용품까지 청소년에게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영수 단장은 “구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등 2차 범죄 노출 위험이 높아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술, 담배 등 청소년 유해약물을 판매‧대여‧배포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해당 법은 "누구든지 청소년의 의뢰를 받아 청소년 유해약물 등을 구매해 청소년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댈구' 행위를 엄격히 금지 중이다. '댈구' 행위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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