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아태금융포럼]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흔들릴 순 있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달러불패”

이봄 기자입력 : 2021-03-09 19:00

[사진=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유럽경제 싱크탱크 브루겔 수석연구원]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둘러싼 위기감이 팽배하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중앙은행들의 유례없는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책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초저금리와 대규모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연준이 ‘달러 풀기’를 지속한다면 유동성 확대에 따른 가치 하락으로 달러의 지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달러 약세 틈을 타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통화 패권국에 오르기 위해 디지털 위안화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사상 첫 5만 달러 고지를 돌파한 비트코인도 달러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유럽경제 싱크탱크 브루겔 수석연구원은 ‘제14회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에 앞서 진행한 사전 인터뷰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기축통화 ‘달러’의 미래는 밝다”며 시장의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과잉 유동성, 디지털 위안화, 비트코인 등이 달러 패권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당장의 달러 위상을 흔들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잉 유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달러 패권 

최근 들어 달러 패권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장 큰 이유는 과잉 유동성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유례없는 경기 침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무제한 ‘달러 찍어내기’의 원인이 됐다. 연준이 공격적으로 돈을 찍어내 달러 가치가 추락하면서 달러 패권에 대한 의구심은 다시금 시작됐다. 여기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며 1조9000억 달러(약 21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달러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헤레로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이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달러의 우월적 지위를 위협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헤레로 수석연구원은 “미국 달러를 무색하게 할 만한 통화는 없다”며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 시장의 깊이와 폭이 다른 시장과 비교해 매우 크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과잉 유동성이 달러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달러를 대신할 국제 통화가 없어 달러의 ‘제1 국제통화’ 위상이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경제규모(국내총생산과 무역량), 경제력(성장률), 금융시장의 안정성(물가와 환율의 안정성), 유동성(국내금융시장의 규모와 효율성) 측면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미국은 시뇨리지 효과(Seignorage·주조차익)를 가장 크게 누리는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이 패권 지위를 포기하고 달러 위상의 몰락을 지켜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헤레로 수석연구원도 “연준은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중앙은행”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로 피해를 본 유럽연합(EU)의 달러 패권 견제 움직임도 위협 요인이 되지 못한다는 게 헤레로 수석연구원의 의견이다. 유럽의 금융시장이 분화된 만큼 유로화가 국제시장에서 현재보다 더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헤레로 수석연구원은 “유로화는 실제 유럽 경제 규모를 넘어서는 세계에서 둘째로 큰 무역통화”라면서도 “유럽의 금융시장이 분화됐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위안화·비트코인發 ‘화폐전쟁’ 가능성도 적어

중국을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상용화 움직임도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CBDC는 디지털 형태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를 뜻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014년 법정 CBDC 전문연구팀을 구성한 뒤 2019년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서며 디지털 위안화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 목적은 △화폐 발행 및 유통 비용 절감 △통화정책의 정확성과 실효성 제고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 △경제 거래 활동의 투명성 제고 등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중국이 디지털 화폐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를 두고 헤레로 수석연구원은 “달러 또한 디지털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누가 먼저 CBDC 발행에 나서는지가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디지털 위안화에 속도가 붙자, 미국도 CBDC와 관련해 우호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제롬 파월 의장 역시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에 높은 우선순위가 있다”고 밝히며 CBDC 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위안화의 경우 국제통화로서 달러보다 취약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달러 패권 유지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헤레로 수석연구원은 “비관론자들의 반대가 얼마나 거세냐가 (CBDC) 현실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사상 첫 5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 역시 달러 위협 요인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통화 건전성이 떨어지는 데다, 가격 변동성이 커 향후 흐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달러 지속에 따른 환율 전쟁도 없을 것”

헤레로 수석연구원은 약달러 지속에 따른 ‘환율 전쟁’ 재연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이 앞으로 점차 다른 나라들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환율보고서를 통해 스위스와 베트남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스위스와 베트남이 외환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국제 무역에서 불공정한 우위를 점하려고 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스위스와 베트남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약달러가 지속하면서 환율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음 희생양으로는 태국과 대만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를 두고 헤레로 수석연구원은 “(환율조작국 지정 확대)가 지난 미국 정권의 정책으로 남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스위스와 베트남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이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에 이뤄진 만큼,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 행정부의 행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또한, 헤레로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확대는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어, 글로벌 환율 전쟁의 재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헤레로 수석연구원은 “(환율조작국 확대) 상황이 벌어진다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이 입장이 비슷한 다른 국가들과 동맹을 맺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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