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변이, '백신 내성' 특성 유력한 듯...모더나·화이자도 '10~12배' 약화

최지현 기자입력 : 2021-03-09 15:47
혈장치료제-모더나·화이자 백신 모두 중화항체 형성 효과 9~12배 축소 5대 백신 모두 남아공 변이주엔 약화...그럼에도 백신 접종이 더욱 이득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주인 'B.1.351'이 기존 백신 물질에 '내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더힐과 비지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남아공 변이에 대해 모더나의 백신(mRNA-1273)의 중화항체 형성 효과가 최대 12.4분의1,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BNT-162b2)은 10.3분의1까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사진=UPI·연합뉴스]


해당 연구는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에이즈) 치료 분야의 세계 일인자인 '아론다이아몬드 에이즈 연구소'의 데이비드 호 박사가 주도했다. 최대 과학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에 출판 승인을 받은 상태이며 아직 전체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이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한 경우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각각 10명과 12명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영국(B.1.1.7)과 남아공 변이주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백신의 효능을 측정했다.

인체가 감염이나 백신을 통해 면역을 형성할 경우, 혈액 샘플의 혈장 혹은 혈청에 해당 바이러스가 재침입했을 때 재감염을 막기 위한 중화항체를 형성하는 반응을 이용한 것이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2회 접종 후 28일이 경과하고 모더나는 2회 접종 후 43일이 경과한 경우의 혈액샘플을 채택했기에, 이론상 해당 샘플은  충분한 감염 예방력을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각각의 백신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원형에 대한 감염 예방 효과는 95%와 94.1%로 보고된 상태다.

연구진이 남아공 변이주를 혈액 샘플에 투입했을 때, 두 종류의 백신을 접종한 경우 모두 중화항체의 형성 능력이 감염 후 회복한 사람의 혈액보다 모더나는 10.3배, 화이자는 12.4배까지 현저히 감소했다.

아울러 혈액 샘플에 혈장치료제를 투약한 후 변이주에 대한 중화항체 형성 효과를 측정했을 때에는 중화 항체 형성 능력이 9.4배 줄었다. 반면, 영국 변이주에 대해서는 두 백신 모두 종전 보고된 감염 예방 효과와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이는 영국 변이주와는 달리 남아공 변이주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를 약화 혹은 무효화하는 내성을 지닌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노바백스와 존슨앤드존슨(J&J)의 코로나19 백신 또한 남아공 변이주에 대한 효과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 결과는 전반적으로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해당 결과를 남아공 변이주의 '백신 내성' 특질로 명확히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측정한 샘플의 숫자가 적을 뿐 아니라 중화항체 형성은 면역반응 전체에 일부분에 불과하며, 실험에 사용한 남아공 변이주는 실제 바이러스가 아닌 실험실에서 특정 특성을 유사하게 조작한 가공물이라는 점에서다.

아울러 해당 연구는 일반적으로 영국 변이주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남아공 변이주는 공통적으로 가진 'E484K'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바이러스에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으로도 추정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이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갈고리와 같은 모양으로 생긴 돌기 부분으로, 바이러스의 인체 세포 침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5대 백신 모두 남아공 변이주엔 약화...그럼에도 백신 접종이 더욱 이득

지난해 말 영국과 남아공발 변이주가 보고된 이후,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남아공발 변이주에서 급격히 저하한다는 연구·관찰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의대의 마이클 다이아몬드 의학 교수 연구진 역시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혈액 샘플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남아공발과 브라질발(P.1) 변이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원형 바이러스와 영국발 변이주의 경우보다 최소 3.5~10배까지 중화항체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다만, 브라질 변이주의 경우 백신 내성보다는 재감염 위험성을 지적하는 연구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모더나는 지난 1월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남아공 변이주에 대해 자사 백신의 감염 보호 효과가 6분의1 수준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관찰하면서, 변이주 내성에 대응할 수 있는 '업데이트 백신' 개발에 들어갔다.

지난 2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발표된 바이오엔테크와 텍사스주립대 의과대학(UTMB) 공동연구에선 남아공 변이주에 대한 BNT-162b2의 중화항체 형성 정도가 3분의2 정도 더 약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의 백신 'AZD-1222'의 경우, 남아공 변이주에 대한 효과가 기존의 10%에 불과하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남아공 정부는 한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도 했다.

J&J 산하 얀센은 자사 백신(JNJ-78436735 혹은 Ad.26.COV2.S)의 평균 감염 예방효과를 66%로, 남아공 변이주에 대해서는 57%라고 임상 결과를 발표했으며,

미국의 4번째 백신으로 유력한 노바백스 백신(NVX-CoV2373)은 임상 중간 분석 결과에서 백신의 효과를 각각 평균 89.3%, 영국 변이주 85.6%, 남아공 변이주 49.4%로 발표했다.

이와 같은 결과가 잇달아 나오자 연구자들은 백신 내성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감염 예방 효과가 일부 약화하더라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남아공 변이주의 백신 내성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실험실 내의 연구 결과의 수치가 일상적인 환경에서 백신의 효능을 무시할 수 있을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각각의 연구들이 기술의 한계 때문에 개별 변이에 대한 백신 효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거나 항체 보호력의 구체적 기준을 설정할 수 없기에, 해당 수치가 백신 효능의 실질적인 감소치로 이어지지 않을뿐더러 지나치게 이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백신 접종을 거부해 코로나19가 더욱 더 확산할 경우, 확산 정도에 따라 더욱 많은 변이주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도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 

 

8일(현지시간) 네이처에서 발표한 데이비드 호 컬럼비아대 연구진의 논문.[사진=네이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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