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크는 기업]② SK에너지 '행복디딤' 한영수 대표 "발달장애 직원들 어엿한 사장님 되는 모습 보고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동 기자
입력 2021-03-09 05: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이익 아닌 직원 안전·건강 최우선 가치

"발달장애인들이 행복디딤에서의 직장생활을 통해 지적·정서적으로 사회 적응력을 높여서 사회인으로서 자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본인 스스로는 물론 발달장애인 가족 모두에게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행복디딤에서의 업무 경험을 토대로 발달장애 직원들이 '사장님'으로 독립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SK에너지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행복디딤'의 한영수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목표가 발달장애인의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행복디딤은 대전 유성구에 소재한 SK이노베이션(SK에너지의 모회사)의 환경과학기술원(옛 기술혁신연구원) 내부에서 세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선천적·후천적 장애를 원인으로 취업을 통한 경제·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장애인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좋은 일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대표는 이 같은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일터의 안전과 직원 건강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경영의 우선순위를 회사의 이익 창출에 두지 않고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강조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현장 업무 프로세스와 절차를 정립해 놓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9년 출범 초부터 지금까지 행복디딤을 지키고 있는 초대 대표다. 처음 회사가 생긴 이후 지금까지 한 대표가 꿈꾸는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특히 그는 발달장애 직원들의 정서적·정신적 불안과 불우한 가정환경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높은 자발적·비자발적 퇴직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한 대표는 "발달장애 직원들 상당수가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ADHD 등 정신적 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또한 적지 않은 직원들이 편부모·조부모 슬하에서 생활하는 등 가정환경도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러한 요인 탓에 자립을 향해 가던 직원들이 회사를 중도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오랫동안 재직한 직원이 점차 자립해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직원들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긍정적 변화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많은 사례 중에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던 언어장애 직원이 재직 1년이 지나자 간단한 내용이지만 적극적으로 동료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변한 모습을 보여줬던 일이 먼저 생각난다"며 "중증 지적장애 직원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 다른 경증 발달장애 직원과 경쟁해서 업무 우수직원으로 선정됐던 일도 뿌듯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한 대표는 이같이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얻고 자립하기 위해서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일자리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나서 이들의 교육과 복지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에서다. 

다만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좀 더 빠르게 확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가 그중 하나로 꼽은 것이 실용성이 적은 장애인 편의시설 조항이다. 현재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장애인 친화적 근무환경을 조성해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공식 인증도 받아야 한다. 

허가를 위해서 갖춰야 할 장애인 편의시설 중 하나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보행통로·화장실·엘리베이터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문제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기존 건물이 많은 상황에서 장애인을 채용하기 위해 설비 보완에 적지않은 금전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발달장애 직원들의 경우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어도 직장생활에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쉽게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것 같다"며 "물론 행복디딤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장애인 편의시설도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허가요건보다는 이득요건으로 적용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사업장의 경우 장애인 고용률을 2배로 인정해주거나 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확산될 것 같다는 시각이다. 

그는 행복디딤을 포함한 대부분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결국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복디딤도 이를 위해 발달장애 직원의 자립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 대표는 "발달장애 직원이 스팀 세차장 사장님으로 독립해서 자립발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지원하는 것이 행복디딤과 저의 궁극적 목표"라며 "동시에 행복디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직·간접적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1989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해 30년간 SK그룹을 지켰다. 지난 2018년 정든 SK이노베이션에서 퇴직한 이후 행복디딤과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행복키움'과 '행복모음'의 CEO직을 동시에 맡고 있다. 
 

한영수 행복디딤 대표.[사진=SK에너지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