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스포츠윤리센터, 반년간 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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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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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은 2배 늘었는데, 관철된 주장은 4%에 그쳐

  • 학부모 A씨 "보호받지 못해…언제까지 마주해야 하나" 절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6개월간 스포츠윤리센터의 실적이 공개됐다. 신고된 129건 중 심의한 것은 32건이고, 피해자의 의견이 관철된 것은 4건이다. 전체의 4%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2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해 9월 2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총 129건(인권침해 44, 비리 85)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에 따르면, 체육계 인권 침해는 폭력이 24건(55%)으로 가장 많았다. 성폭력은 5건(11%), 기타 15건(34%) 순이다.

스포츠 비리는 횡령·배임 20건(23%), 조직 사유화 18건(21%), 규정 위반 17건(20%), 승부 조작 3건(4%), 입시 비리 1건(1%), 기타 26건(31%)이다.

신고 건수는 인권 침해가 44건이었으며, 비리는 인권 침해보다 2배가량 많은 85건으로 조사됐다. 

신고 경로는 홈페이지가 78건(60%)으로 가장 많았고, 이메일 30건(23%), 우편 11건(9%), 대면 5건(4%), 전화 3건(2%), 팩스 2건(2%) 순으로,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주를 이뤘다. 사안이 민감하기도 하고, 코로나19 확산도 비대면 접수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원회는 총 5회 열렸다. 심의위에서는 신고 접수된 129건 중 32건을 심의했다. 4건 중 1건꼴이다. 약 25%만이 처리가 된 셈이고, 75%는 아직 처리가 되지 않았다.

32건 중에서 9건은 센터에서 각하했다. 심의 후 재조사 중인 것은 13건, 심의 후 완료된 것은 19건이다. 19건 중 징계 요청은 4건, 수사 의뢰는 1건, 기각은 4건, 각하는 10건이다.

결국 징계 요청 4건과 수사 의뢰 1건만 등 총 5건만을 건진 셈이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지금까지 접수된 129건 중 약 25%(32건)를 심의했고, 그나마도 전체 신고 건수에 약 4%에 그치는 5건만 눈에 띄는 성과라는 것은 분명 센터의 역할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해 8월 체육인 인권 보호와 스포츠 비리 근절을 위한 전담 기구로 출범했다. 당시 고(故) 최숙현 사건으로 체육인 인권 보호가 세간의 관심을 받을 때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말이 많았다. 이사장 폭언 및 갑질 논란, 채용 의혹 등 스포츠윤리센터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신고자들은 처리가 지연되자 분노하기 시작했다. 

고 최숙현 사건에 이어 이제는 '학폭(학교 폭력)'까지 이슈가 됐다. 배구에서 연예계를 거쳐 다시 축구와 야구로 번졌다. 하지만, 스포츠윤리센터의 역할은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여론이 들끓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스포츠윤리센터를 방문했다. 당시 그는 "스포츠윤리센터가 체육인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그제야 스포츠윤리센터는 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추진 과제를 발표하는 등 발등에 불을 끄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9월 스포츠윤리센터를 통해 강원체중·고 양궁부 학교 폭력 사건이 신고됐다. 양궁부에 소속된 한 중학생이 다수의 운동부 선배들에게 구타를 당한 사건이다. 더구나 고등학생까지 구타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안겼다. 

이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소년부로 송치됐지만, 스포츠윤리센터는 여전히 답이 없다.

피해자의 학무보 A씨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스포츠윤리센터는 동문서답이다.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있다. 가해자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이어간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절규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해 정부에서 운영 예산 22억9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올해는 53억원으로 약 두 배 늘어난난 액수다. 하지만 피해자의 주장이 관철된 신고 건수는 4%에 그쳤다는 점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피해자가 지지부진하고, 동문서답인 스포츠윤리센터에 답답해하며 가해자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어쩌면 제2, 제3의 스포츠계 폭력 문제는 이미 예고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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