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관심의 척도 ‘네이버 실검’, 16년 만에 역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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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2-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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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5월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서비스 시작

  • 사건·사고, 연예계, 재난 정보 제공 수단으로 주목

  • 정치적 키워드로 조작 의혹... 광고판 오명도 받아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각광받았던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 서비스가 1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실검은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이용자들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고, 블로그, 지식인과 함께 네이버를 국민 포털 반열에 올려 놓은 대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치권으로부터 끊임없는 조작 의혹에 시달려 여러 차례 개편이 진행됐지만, 결국 서비스 종료를 맞게 됐다.

네이버는 25일 실검 서비스를 종료했다. 2005년 5월 서비스가 시작된 지 16년 만이다. 실검은 네이버에서 검색량이 급증한 검색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관심사를 보여주는 척도였다. 각종 사건·사고, 스포츠 경기, 연예계 소식, 재난 상황 등 주요 이벤트 뒤엔 항상 실검이 있었다. 지난해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서도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 조명받았다.

실검은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보를 보여주면서 포털 이용자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았고, 지식인, 블로그 서비스와 함께 네이버가 야후와 구글 같은 쟁쟁한 경쟁사를 제칠 수 있었던 핵심 서비스로 평가받았다.

네이버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입력하는 키워드는 네이버에게 검색을 위한 질의어 기능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며 “이 점에 주목해 2005년 내놓은 서비스가 실검”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실검 이미지 [사진=네이버 실검 캡처]


출시 초기, 실검의 서비스명은 ‘실시간 인기 검색어’였다. 총 10개의 키워드가 5초마다 갱신됐다. 2007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서비스 명칭이 변경됐고, 갱신 시간 단위가 5초에서 10초로 변경됐다. 2018년 10월, ‘급상승 검색어’로 서비스명이 바뀌었고, 키워드도 10개에서 20개로 늘었다. 또한 전체, 연령대별, 시간대별 순위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많은 이용자의 이목이 쏠리는 서비스인 만큼 부작용도 드러났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콘돔’, ‘안철수 룸살롱’ 같은 단어들이 실검에 올라온 것이 그 예다. 실검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네이버는 그해 9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관련 알고리즘을 공개했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네이버 검색어 검증위원회’로부터 타당성·적정성 평가를 받고 결과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2019년 9월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두고 찬반 세력간 ‘실검 전쟁’이 벌어졌다. 당시 조국 전 장관을 지지하는 이들은 ‘법대로조국임명’, ‘조국힘내세요’라는 키워드를, 반대 세력은 ‘조국사퇴하세요’를 의도적으로 순위에 올리는 집단 행동에 나섰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여론 조작이라고 봐야 할지, 정당한 의사 표현이라고 봐야 할지 의견이 엇갈렸고, 그해 국정감사에서도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증인으로 불려나간 한성숙 대표는 “실검을 조작하지 않았다”고 거듭 해명했다.

또한 실검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특정 시간대에 광고성 검색어를 상위권에 노출시키는 상업행위도 발생했다. 일부 업체가 ‘초성퀴즈’, ‘행운퀴즈’ 등의 이벤트를 진행해 이용자들의 검색을 유도했고, 이런 단어들이 실검 순위의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이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네이버는 “이벤트·할인 정보의 경우 누군가에게는 생활정보지만 다른 사람에겐 불필요한 정보일 수 있다”며 2019년 11월 실검에 인공지능(AI) 검색어 추천 시스템 ‘리요’를 적용했다. 이용자가 직접 이벤트, 할인 정보와 관련된 키워드의 노출 정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 실검이 다르게 나오도록 했다. 시사와 스포츠, 연예 등 다른 키워드에도 리요를 확대 적용했다. 실검이 이용자마다 다르게 나오게 되자, 이전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 기간에 이례적으로 실검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실검이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네이버는 실검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최근 이용자들의 인터넷 서비스 이용 행태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변화했고, 실검과 같이 주어지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소비하기보다 능동적으로 포털을 사용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실검 종료에 맞춰 뉴스토픽 서비스도 종료한다. 뉴스토픽은 뉴스 기사에서 생성된 문서를 기반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키워드를 시간대별로 집계해 순위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2010년 ‘핫토픽 키워드’라는 이름으로 처음 서비스됐다.

네이버는 “이용자가 직접 매체를 선택하고 다양한 뉴스를 추천받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뉴스토픽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사옥 이미지 [사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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