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철수設] ①잊을만 하면 철수설 ‘솔솔’…씨티銀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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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근 기자
입력 2021-02-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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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룹측 "한국 등 아태지역 소매금융 처분 검토 중"

  • 자회사 팔고 점포 대폭 축소…최근 실적부진 지속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씨티은행 본점 전경. [사진=씨티은행 제공/자료사진]

[데일리동방] 씨티은행이 또 다시 한국 철수설에 휘말렸다. 씨티은행이 속한 씨티그룹 차원에서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매금융(리테일) 사업 처분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매번 철수설이 나올 때마다 소문만 무성한 상태로 끝났지만, 이번은 급감한 실적 책임이 철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 리테일 사업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씨티그룹 아·태 지역 리테일 부문 수익이 지난해 4분기 기준 15억5000만달러(약 1조716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든 것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잇따라 밝힌 씨티그룹의 공식 설명은 씨티은행 철수를 염두한 수준으로 읽혀진다. 그룹 측은 "오랜 시간 충분히 생각해 결정할 것"이라며 "지난 1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대로 사업별 연계성과 상호적합성에 대해 냉정하고 철저하게 전략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프레이저 CEO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아·태 지역 사업장 처분이 가시화했다는 분석도 따른다.

씨티은행 철수설은 그간 고강도 구조조정과 자회사 매각 등 굵직한 이슈가 터져 나올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1981년 전신인 한미은행이 설립된 이후 40년간 외국계를 대표하는 시중은행으로 자리매김 했으나 글로벌 금융그룹의 일개 계열사 신분을 극복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사실상 씨티그룹의 '한국 분점'에 불과한 씨티은행도 그룹 입김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처지로, 특히 2010년대 이후 한국 철수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자회사인 씨티캐피탈을 매각한 2015년을 포함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때면 "한국에서 짐 싸는 씨티은행"이란 낙인이 찍혔다. 2017년에는 전국 133개 점포를 44개로 대폭 축소했고, 현재는 39개까지 줄였다.

더욱이 씨티은행이 최근 들어 빠진 실적 부진은 그룹이 밝힌 '철저한 검토' 대상 중 하나로 지목된다. 2018년 당기순이익을 역대 최대인 3078억원까지 끌어 올렸지만 2019년 2941억원으로 4.4% 감소했고, 그해 한미은행 시절부터 사용한 서울 중구 다동 소재의 본점 건물까지 매각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맥을 못 추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등 미래 대비용 충당금 쌓기에 힘을 빼면서 씨티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순익이 16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38% 급감했다. 조만간 집계할 지난해 전체 사업실적도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흑역사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2014년 취임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이끈 박진회 전 행장은 3연임이 확실시됐던 지난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돌연 사퇴의 뜻을 전했다. '은행 재건'이라는 특명을 받고 박 전 행장을 이은 유명순 현 행장은 씨티은행 최초의 여성 행장으로 주목 받았지만 그조차 그룹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의 입장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은행 측은 "언론 보도만 보여질 뿐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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