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미얀마 쿠데타로 군이 정권 장악

[국회의원들이 구속되어 있는 곳으로 보이는 건물 주변을 경비하고 있는 군 차량과 병사들 =1일, 네피도 (사진=D-Wave제공)]


미얀마군은 1일 새벽, 문민정부의 실질적인 수반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겸 외무장관과 윈 민 대통령 등을 구속하는 등 구데타를 실행했다. 군 계열 뉴스를 통해 국가긴급사태선언을 발령,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이 입법, 행정, 사법 등 전권을 장악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민정이관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미얀마가 다시 군정으로 복귀하는 등 민주국가로부터 점차 멀어져 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얀마군은 지난해 11월에 실시된 총선에 부정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재선거 실시를 촉구함과 동시에 수치 고문이 이끌고 있는 여당 국민민주연맹(NLD) 정권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었으나, 여당측은 이를 각하. 일본을 포함한 선거감시단 및 국제기구는 총선이 공정하게 실시되었다고 표명하고 있다.

1일은 총선 후 첫 연방하원의회가 개회될 예정이었으나, 새벽에 수도 네피도에서 수치 고문이 구속되었으며, 윈 민 대통령을 비롯한 NLD 소속 각료, 국회의원 다수가 연금되었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표 민 테인 관구 총리가 구속됐다.

미얀마 헌법에는 대통령에게 국가긴급비상사태선언을 발령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그러나 군은 수치 고문 등을 구속한 후, 정부와 군의 협의의 장으로 규정된 '국방치안평의위원회'를 군 인사만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했다. 이후 군 출신인 민 쉐 부동령이 총사령관에게 전권을 이양했다. 긴급비상사태선언 기한은 1년.

군 계열 뉴스는 국방치안평의위원회 영상과 함께, 군 총사령관이 1일부터 전권을 장악, 현행 헌법을 존중하는 정권운영을 실시할 것이라고 방송했다. 정부가 총선 부정을 조사하지 않고 의회를 개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쿠데타를 정당화하며,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승리한 정당에게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전했다.

■ 수치 고문, 저항 호소
수치 고문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얀마를 독재국가로 되돌리는 쿠데타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며 국민들에게 저항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수치 고문은 혹시나 일어날지도 모를 쿠데타를 대비해, 측근에 메시지를 사전에 부탁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군은 이에 앞선 지난달 26일 네피도에서 회견을 열고, 중복투표 및 국민등록증(NRC)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에 의한 부정투표가 860만명분이라고 주장, 정부를 비난했다. 당시 대변인이 쿠데타를 시사하기도 해, 유사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연방하원 개회 2일 전 국군측은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성명을 발표, 일단 리스크는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수치 고문이 구속된 것으로 보이는 심야부터 네피도에서는 전화회선이 차단되고, 양곤 등에서도 오전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양곤에서는 은행 및 환전상의 영업이 중단됐으며, 양곤증권거래소(YSX)도 거래중지를 발표했다. 공항은 국내선, 국제선 모두 폐쇄되었다.

양곤 중심부에서는 쿠데타를 지지하는 군 지지자들이 가두행진을 벌이기도 했으나, 시내에는 오가는 인파가 거의 없었으며, 상업시설 등도 식료품을 판매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업이 중단됐다. 건설현장에서는 공사가 급거 중단돼, 당황한 노동자들이 바닥에 앉아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양곤에서는 현재, 군이 민주화 세력에 대해 물리적 제압행위 등은 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수치 고문의 구속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NLD 지지자들의 반발을 억누르지 못해 대규모 시위로 사태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

미얀마군 쿠데타에 대해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은 1일, "민주화 프로세스가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한다"는 담화를 발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강하게 비난한다. 미얀마의 민주적 개혁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얀마는 1988년부터 군사정권이 이어져 왔으나, 2011년에 민정이관이 실현. 군 계열의 연방단결발전당(USDP) 정권이 이어진 후, 2015년 총선에서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가 선거 의석의 약 80%를 획득하는 승리를 기록, 반세기 만에 문민정권이 탄생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NLD는 2015년을 웃도는 연방 상하원 396석을 획득. USDP는 수치 고문의 높은 인기와 군사정권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혐오하는 국민 대다수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해, 의석이 2015년의 41석에서 33석으로 줄어드는 큰 패배를 맛봤다.

■ 군, 개헌에 위기감?
미얀마 정치경제에 정통한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쿠도 토시히로(工藤年博) 교수(동남아시아 연구)는 "압도적인 NLD 승리로 수치 정권이 공약으로 내건, (군에 유리한) 현행 헌법의 개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민관차원에서 미얀마에 많은 투자를 해오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서부 라카인주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문제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군의 정권 장악으로, "지원 및 투자를 하기 어려워졌으며, 상당한 영향이 있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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