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의 불온한 정치] 인구수축사회…역대급 '퍼펙트 스톰'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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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정치팀 팀장
입력 2021-01-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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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수축사회 도래…지난해 첫 데드크로스

  • 2060년 청년세대 노년부양비 현재 4배가량↑

  • 청년 일자리난에 노동시장으로 내몰린 고령층

  • 자산소득 불평등에 '세대 내 갈등' 확전 불가피

  • 양극화해소 시대정신…세대·계층 집단지성 묶자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은 1월 셋째 주(18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29% 올라 지난주(0.25%)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


#. 30년간 공직에서 재직한 60대 아버지는 새벽 5시에 어김없이 기상한다. 그리고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그에겐 20대 후반의 '캥거루족(대학 졸업 후에도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동거하는 젊은이)' 아들이 있다. 잠결에 일어난 아들은 "다녀오세요"라고 말한 뒤 다시 자신의 방에 들어간다.

아버지는 한탄한다. "아니, 저놈이 제 밥 구실도 못 하고…." 아버지가 출근한 것을 확인한 아들은 그제야 일어나 노트북을 켠다. '학원강사라도 알아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아들은 그날 오후 모처럼 정장을 입고 면접장으로 향한다. 학원장 앞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10분간의 강의 쇼'를 한다. 그러나 결과는 탈락. 누구의 노랫말대로 '쇼는 끝이 없구나'를 외치며 다시 절망에 빠진다. 

◆청춘도 은퇴도 예찬할 수 없는 시대

초고령화 시대, 세대 간 갈등을 빚는 '잿빛 풍경'은 일상화됐다. 부모와 자녀가 성인 전과 은퇴 이후를 서로 책임지는 직계가족 간 '품앗이'는 깨진 지 오래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부모 세대는 한국 전쟁 이후 교육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으로 등골이 휘도록 일만 했다.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교는 1980년대 '우골탑(농촌에 사는 학부모가 소를 팔아서 마련한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으로도 불렸다.

이 세태는 2000년대 들어 유학을 가야만 성공하는 시대로 확장됐다. 그 사이 청년 세대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어린 시절부터 옆집 친구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를 짓눌린 채 경주마처럼 질주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청년 세대는 양자택일을 강요받는다. '빛이냐, 빚이냐.'

대학교 졸업 후 높은 자리에 올라 집안의 빛이 되는 '승리자'와 대학등록금에 이어 또다시 빚을 내는 '패배자'만 존재했다. 일제강점기 소설가 '우보 민태원' 선생은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라며 청춘을 예찬했다. 그러나 청춘의 현실은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나약한 존재다.

그렇다. 2021년 한국 사회의 부모와 자식은 '죄수의 딜레마'에 꽁꽁 묶인 존재다. 앞당겨진 인구 수축사회로 향후 이들의 갈등 관계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이미 지난해 사망자가 출생자를 앞지르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하지 않았나. 행정안전부의 '2020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자는 3만2882명 감소한 27만5815명을, 사망자는 9269명 증가한 30만7764명을 각각 기록했다. 1962년 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청년·출산·복지' 팔이만 하는 정치권
 

사진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참 괜찮은 일자리 플랫폼' 론칭 행사. [사진=연합뉴스 ]


그 결과 향후 청년 세대가 부담할 부양비는 기하급수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21.7명에 그쳤던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노인 인구수는 오는 2060년 102.4명(통계청의 장기인구특별추계 기준 전망치)에 달한다. 청년이 부담할 연금 보험료가 현재보다 3∼4배 폭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구 수축사회야말로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퍼펙트 스톰(복합 악재)'이다. 과거 1970년대 제1∼2차 오일쇼크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등과 비교할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상의 위기다.

인구 수축사회는 우리 사회 모든 문제의 '복합물'이다. '가파른 초고령화'와 표 떨어질까 후순위로 밀린 '연금 개혁', '청년 팔이'만 하는 정치권. 그 사이 정부와 정치, 사회 기득권층을 불신하는 '분노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디테일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세대 간 갈등을 넘어 '세대 내 갈등'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청년 일자리는 주로 '대학 졸업자'에 초점을 맞췄다. 고졸 의무채용은 '생색내기용'이다. 법정 의무교육에서 낙오한 이들을 위한 대책도 사실상 전무하다. 강남에 아파트를 가진 부유한 은퇴자 말고 폐휴지를 줍는 노년층을 위한 대책은 어떤가.

여기에 '진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젊은 층이나 고령층이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위험사회'로 전락했다. 세대 간 연대 같은 것은 없다. '각개약진 사회'에 모두가 갇혀 있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가 말한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한, 위험한 개인주의 사회다.

인구 수축사회에서 더 벌어질 '자산·소득을 포함한 불평등' 해소. 이것이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이다. 2022년 체제(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이다. 확증편향 오류에 빠진 리더는 가라.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의심도 가라. 국민의 집단지성을 활용할 '통합 리더십'과 '따뜻한 자본주의'만 남고 불필요한 껍데기는 저 멀리 가라.
 

지난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2만여명 줄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출생자 수가 27만여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비해 사망자 수는 30만명을 넘으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혼자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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