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경쟁과 서열화가 부추긴 개신교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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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1-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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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열 매겨서 교회 조직 안에서 차등

  • ‘자기교회 중심성·비공공성 탈피’ 우선과제

대전시 중구 대흥동에 있는  IEM국제학교 [사진=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의 교육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담은 한 통신사의 광고는 감동을 줬다. 함께 어려움을 견뎌내고 있는 수천만명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같은 부모의 마음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대전과 광주에서는 IM선교회에서 운영하는 비인가 대안 교육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속출했다.

대전 IEM국제학교와 선교사 양성과정(MTS) 관련 확진자는 5명 더 늘어 총 176명이 됐다. MTS 과정은 청년부 선교사 양성 과정으로, 학생 등이 함께 합숙하는 ‘기숙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에서는 북구 교회 및 TCS에이스국제학교, 광산구 TCS국제학교를 잇는 사례에서 116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147명으로 늘었다.

IM선교회는 교육과 신앙에 대한 부모의 욕망을 놓치지 않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인 이헌주 목사는 2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교육이 서열과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있는데, 신앙이 우애와 연대의 가치를 가르쳐 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신앙이) 이런 어려움들을 촉발시켜 매우 안타깝다. 장사꾼이 등장하는 것들을 막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코로나 시대에 기숙학교는 논란의 여지가 없이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IM선교회 혹은 이단으로 불리는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이 목사는 “한국 교회 내에 신앙의 경쟁과 서열화라고 하는 것이 아주 깊이 뿌리박혀 있다”며 “경쟁적인 신앙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서열을 매겨서 교회 조직 안에서 굉장히 차등을 둔다. 불합리한 여러 가지 일들이 사실 자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라는 위기를 자신의 신앙이 가진 우월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종교 관계자는 “개혁은 사라지고 자유를 넘어 방종하고 있다. 각종 비인가 시설을 욕심껏 세우고 제 맘대로 운영하는 사례들이 많아졌다”며 “정교분리의 사각지대에서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사이비들이 늘어나고, 영리집단보다 더 사리사욕을 채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개신교는 큰 위기에 빠져있다. 지난해 광복절 집회와 대면 예배 강행으로 2차 유행의 중심에 선 사랑제일교회, 3차 유행 속 최근 경북 상주 BTJ 열방센터에 이어 IM선교회까지 모두가 개신교 관련 시설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은 지난 18일 ‘코로나19 시대 한국교회 신생태계 조성 및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는 종교개혁에 대한 절박함이 담겼다. 설문조사 대상 목회자(목사와 부목사) 600명 중 86.0%가 ‘한국교회에 혁신이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질의에 ‘매우 필요’라고 답했다. ‘약간 필요’는 12.9%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체 98.9%를 차지했다. 한국 교회의 혁신이 ‘전혀·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0.6%에 그쳤다.

주요 개혁 대상으로는 ‘목회자’라는 답이 32.8%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개별 교단·총회·노회’가 28.4%, ‘기독교 관련자 모두’가 23.2%, ‘기독교 기관·연합 단체’ 7.4%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혁신과제로는 ‘개인의 경건생활 회복·생활 신앙교육’(24.4%)와 ‘자기 교회 중심성·비공공성 탈피’(20.3%)가 1·2위로 꼽혔다.

개신교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교인 A씨는 “일부 교회시설의 상황인데, 기독교 전체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져서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며 “하지만 이건 국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인 만큼 제발 정부 지침을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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