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하이브리드角] 기아+애플=키애플(KIAPPLE)카…이름 잘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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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1-01-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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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과 전기차 생산 협상 시 이름 쉽게 양보 말아야

  • 기아 이름-로고 바꾸고, 미국 생산공장 거점 강조


▶‘짓다’라는 순우리말 동사는 정말 중요한 명사와 이어지는 말이다. 우리 생명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의식주에 다 붙는다. 밥을 짓고, 집을 짓고, 옷을 짓는다. ‘정성을 다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많다. 웃음, 미소도 그렇다. 이렇게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움직임을 가리킬 때 ‘짓다’를 쓴다. (‘짖다’는 개가 내는 소리에 붙인다.)

▶이름에도 붙는다.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라는 제목의 책, 작명소 광고를 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에는 작명이라는 말은 잘 안쓰고 브랜드, 회사 명칭을 바꾸거나 새로 만드는 일을 ‘네이밍’(naming)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단어는 메이킹(making)에 비해 뭔가 노력을 더하는 느낌을 준다.

▶여러가지 상품 중 자동차는 특히 네이밍이 이미지, 차 판매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중형 세단의 베스트셀러인 현대자동차 ‘쏘나타’(sonata)는 처음 원래 뜻(서양 고전음악 기악곡 형식)인 소나타로 시작했다. 하지만 ‘소나 타’는 차라는 비아냥이 나오자 공식 차명을 바꾼 것으로 기억한다. 또 지금은 단종됐지만 기아차 아벨라(avella)는 ‘처녀들이 타면 애 밸라’라는 시대착오적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아름다운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차들도 적지 않았다. 새한자동차가 내놓은 ‘맵시’, 대우자동차 ‘맵시나’(새한차 맵시의 두 번째 모델-가나다 중 나-이라는 뜻), ‘누비라’가 대표적이다. 쌍용자동차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안 나오는 국내 최초 SUV ‘무쏘’는 물소의 순우리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차명은 코란도다. ‘코리안 캔 두’(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의 줄임말이다.

[그래픽=김철민 기자]


▶연초 미국 애플(Apple)이 현대차그룹에 ‘애플카’를 공동 개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현대차 주가가 연일 폭등했고, 19일에는 현대차그룹이 협력 파트너로 기아차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아차 주가에도 불이 붙었다.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희망과 고민이 겹쳐 있다고 한다. 애플카 사업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을 거라는 희망, 반면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고민이다. 

▶넘어야 할 높은 산이 적지 않겠지만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협상을 할 때 이름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다. 우려를 희망으로 바꾸는 포인트가 바로 네이밍이다. 하청업체는 즉 주문자 상표 부착방식(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생산 회사다. 이름에 대한 권한이 없다. 그런데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방식은 제조자가 제품 개발과 생산 뿐 아니라 브랜딩과 마케팅까지 참여하는 방식이다.

기아는 올 들어 회사이름을 바꿨다.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뺐다. 로고도 새로 바꿨다.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기아는 2009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생산공장을 가동하며 수 만개의 미국 일자리를 만들었다. 애플과 함께 공동으로 차를 생산하면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애플을 상대로 협상할 때 네이밍까지도 고려했으면 한다. 미국에선 현대차를 휸다이라고 부른다. 현대차가 직접 생산할 가능성은 적어 현대+애플=휸다이플(HYUNDAIPPLE), 또는 휸다이애플(HYUNDAIAPPLE)은 아닐 듯 싶다. 그렇다면 기아+애플=키애플(KIAPPLE) 어떤가. 애플과 상대할 때 이름을 쉽게 양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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