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인재육성 외길...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영면

이승요 기자입력 : 2021-01-17 11:20

고(故) 장만기 인재개발연구원 회장.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땅도 좁고, 자원도 부족한 한국이 가진 최고의 경쟁력은 사람이다."

한평생 인재육성 외길을 걸어온 장만기 한국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이 지난 7일 영면에 들었다. 향년 83세.

고인은 인간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설파하며 반세기에 가깝게 사회 각계각층 리더들에게 인간에 대한 교육을 펼쳐왔다.

그가 만든 최고경영자(CEO) 조찬 모임은 정·재·학계를 아우르는 지도자들이 모여 시대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민·관 협동의 기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37년 전남 고흥의 작은 섬 거금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으로 인해 몇 차례 학업을 중단할 위기를 맞았지만, 주변의 도움과 밝은 미래를 향한 집념으로 한남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이 인재교육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1960년대 후반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생 시절 읽은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매클릴랜드의 '성취동기는 개발이 가능하다'는 글 덕분이다. 매클릴랜드의 가르침은 미국의 원조를 받는 가난한 대한민국 흙수저 청년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메클릴랜드로부터 영감을 받은 고인은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견인차 역할을 하는 기업인과 경영자를 교육시켜야 된다'는 내용의 경영자 리더십 개발을 위한 성취동기에 관한 대학원 졸업 논문으로 명지대 교수로 발탁된다.

이후 그는 경영자로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그는 박정희 정부의 국가 홍보 사업을 성공시킨 뒤 설립한 글로벌 마케팅 회사로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횡령으로 부도를 맞으며 다시 맨손으로 돌아가는 힘든 시기를 겪게 된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잠재력을 믿어야 한다'는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 폴마이어의 정신을 이어받아 1975년 인재개발연구원을 세우고 국내 최초로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을 시작했다.

인간개발연구원의 CEO 조찬 강연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를 이끈 1·2세대 경영인들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 명예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최종현 SK 선대회장 등이 참여해 리더십에 대해 소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등 현대사의 주역들도 참석해 민생을 위한 고민을 나누고, 대안을 모색하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Better people, better world(사람이 좋아지면 세상이 좋아진다)'는 고인의 신념으로 시작된 CEO 조찬 강연은 지금까지 30만명에 가까운 기업인들이 참석할 만큼 국내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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