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최저등급 태광산업, 이호진 전 회장의 짙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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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1-1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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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 태광산업이 최근 지배구조 분석 결과 사실상 최하위 등급으로 평가받았다.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수감으로 오너 부재 상황이 길어지면서 지배구조를 개혁할 만한 동력을 상실한 탓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재계의 화두인 'ESG 경영'에 너무나 뒤떨어지기 전에 태광그룹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평가에서 태광산업에 C등급을 부여했다. 이 중 지배구조(Governance) 등급은 D등급을 부여했다.

D등급은 KCGS의 7단계 평가 등급 중에서도 가장 최하위 등급에 해당된다. 같은 시기 KCGS가 지배구조 등급을 공개한 963개사 중 D등급으로 평가받은 것은 3.01%(29개사)에 불과하다.

이는 최근 주요 기업들이 ESG 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것과 큰 격차다. 실제 SK·포스코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실제 SK, SK네트웍스, SK텔레콤,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같은 시기 지배구조는 물론 ESG 평가 전체에서 사실상 최고 등급인 A+ 등급을 부여받았다.

재계에서는 이들 기업과 태광산업의 격차가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적으로 사외이사 선임에서부터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태광산업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통해 겉보기에 문제없이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는 태광산업 이사진인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이 모두 사추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외이사로만 사추위를 구성하는 대부분 상장사와 큰 차이다. 사내이사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사추위에서 회사를 제대로 감독할 만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 주식의 18.09%(2019년 말 기준)를 쥐고 있는 소액주주와 소통이 부족한 것도 지배구조상 약점으로 꼽힌다. 태광산업은 지난 2009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10여년 이상 공식적인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2007~2009년 기간 동안만 매년 1차례씩 IR를 진행했을 뿐 이후부터는 감감무소식이다. 태광산업 수준의 매출 규모(연간 3조원)를 자랑하는 상장사 대부분이 매분기 잊지 않고 IR 행사를 통해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 기타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이 전 회장의 그림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관련 혐의가 불거진 2012년 태광그룹 회장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태광산업·대한화섬 대표이사직과 티브로드 사내이사직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요직을 겸임하고 있었다. 주요 계열사에 걸쳐 왕성하게 활동하던 이 전 회장이 갑작스레 물러나고 재판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후 그룹 내에서는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지난 2018년 말 기업문화 쇄신을 위해 정도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광우병 PD수첩 기소 거부 검사'로 유명한 임수빈 전 서울지검 부장검사를 영입하는 등 혁신을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아직 주요 계열사에서 뚜렷한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왕성하게 활동하던 오너가 사라진 상황에서 ESG 경영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결국 이 전 회장의 그림자 탓에 태광산업 등이 음지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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