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스타항공될라... 항공업계 종사자들 불법적 상황서 ‘생존 위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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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01-13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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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날지 모를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항공업계 종사자들이 불법적인 상황에 노출돼 신음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회사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 부당한 대우에도 말 못하고, 생계 유지를 위해 스스로 위법한 일에도 뛰어드는 분위기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버티기를 지속해야 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해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내 항공사들이 대부분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대형항공사(FCS)들은 화물 운송 등으로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이렇다 할 활로를 찾지 못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 늪에 빠져든 LCC의 경우 지난 4분기에만 400억~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무급휴직 등을 통한 임직원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로 이 정도에 그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도 운영의 정상화가 어려워, ‘제2의 이스타항공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서울 강서구의 본사 사무실을 완전히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달째 임대료도 내지 못해 끝내 쫓겨난 것이다.

현금 보유고가 떨어지고 있는 다른 LCC도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여객수를 28억명으로 내다봤다.

회복 추세에 들어섰으나 코로나19 사태 이전(45억명)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IATA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여객 인원에 도달하기 위해선 적어도 2024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각종 부당한 처우에도 한마디 하지 못하고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무 효율화를 명분으로 일의 양이 늘어나거나, 복지가 축소되는 것은 약과다. 연말연초 업무량이 많지만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두세 사람 몫의 일을 처리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LCC 한 관계자는 “최근 국토교통부, IATA 등의 각종 점검과 새로운 사업 추진으로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추가적인 업무에 대한 보상을 달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낼 수도 없고 그저 회사가 무너지지 않는 것에 감사하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생 LCC 한 관계자는 “회사는 무급휴직으로 쉬라고 하지만, 평일과 주말 관계없이 각종 업무를 직원들에게 무언으로 강요하고 있다”며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지만 향후 고과 등에 불이익을 줄 것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개월 이어진 무급휴직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으면서,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항공업계 종사자들도 많다. 신생 항공사를 제외한 국내 항공업계는 정부로부터 특별고용유지 지원금을 받고 있어 해당 직원들이 다른 곳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다.

LCC 한 관계자는 “택배와 배달 등 단기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4인 가족인데 기존의 월급에 절반 수준인 금액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LCC 관계자는 “회사와 다른 동료직원들에게 피해가 갈까 말들은 안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항공업계 정상화까지는 적어도 1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무급휴직 인원들에게 일시적으로 아르바이트 등을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제주도에 이틀째 폭설이 내린 8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도착층 현황판이 항공편 결항을 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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