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에듀테크,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

현상철 기자입력 : 2021-01-08 06:00
노중일 비상교육 Geo 컴퍼니 대표

노중일 비상교육 Geo 컴퍼니 대표.[사진 = 비상교육]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 시발점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화정책 원칙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간섭 없는 지원’은 창의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이 원칙이 새롭게 열리는 에듀테크(Edutech) 산업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에듀테크 산업은 2025년 34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리라 예상된다. 우리는 이 시장을 석권할 잠재력이 있다. IT와 교육 분야 모두 세계 정상이다. 두 분야가 융합하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0년대 초반, 정부는 디지털교과서 정책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국제적 관심도 받았다. 통신·전자, 교육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번번이 좌초됐다. 정부를 믿고 투자했던 기업들은 뼈아픈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그 사이 중국과 미국의 IT, 교육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했다. 시작은 먼저하고도 뒤처진 대한민국,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부가 민간의 혁신 역량을 지원하기보다 방향성 없는 정책으로 이런저런 간섭을 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인을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주도했던 교육 플랫폼은 비즈니스 모델(BM)이 불분명했다. 플랫폼 구축에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하나는 BM을 먼저 만들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스템부터 구축하고 BM을 맞추는 것이다.

당연히 전자가 바람직하다. 학생과 학부모, 교육기업 등 교육주체들이 다 같이 만족하고 참여하는 BM이어야 한다. 전제 조건은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다. 교육 기업들에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기업들에 무료 혹은 저가 정책을 강제한다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 교육 기업들이 외면한 플랫폼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둘째, 에듀테크 정책에 콘텐츠 육성전략이 없었다. 유튜브(Youtube)와 넷플릭스(Netflix)를 예로 들어보자. 유튜브는 세분화된 소비자의 니즈를 수많은 프로슈머들이 충족시키는 구조다. 생산비는 저렴하고 B급 콘텐츠도 상당수지만, ‘맞춤’형 콘텐츠와 이를 추천하는 AI 알고리즘이 핵심 경쟁력이다.

넷플릭스는 정반대다. 고품질 영상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급한다. 공급과 수요 모두 규모의 경제다. 두 플랫폼 사이에 위치한 어정쩡한 플랫폼과 콘텐츠는 생존이 어려워졌다. 지상파 방송사 몰락의 이유다.

에듀테크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교육 콘텐츠 역시 유사할 것이다. 학생 맞춤형 콘텐츠와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고품질 콘텐츠가 병존할 것이다. 국경으로 나뉜 교육시장의 장벽도 무너질 것이다. 고도의 기술력과 자금력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에는 벅찬 과제다.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새로운 에듀테크 시장에 유통될 교육 콘텐츠 육성 전략을 정부가 마련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셋째, 에듀테크 혁신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세계적 혁신국가다. 이스라엘, 독일과 선두를 다툰다. 로봇, 바이오 등 전략산업에 대한 지원 체계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에듀테크는 예외다. 교육부, 산자부, 과기부 등 어떤 기관에서 에듀테크를 지원하는지 모르겠다. 어렵사리 산자부 보조금을 받아 제품을 개발해도 교육부 문턱을 넘어 학교에 공급할 수 있을까? 다른 전략산업들처럼 혁신 생태계 형성이 필요하다. 산·학·연 연계, 보조금과 세금 혜택 등 정부 지원이 복합 처방되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에듀테크 혁신은 가속화된다. 때를 놓치면 따라갈 수 없다. 갈피를 못 잡는 정부정책과 지원체계 미비로 차세대 먹거리인 에듀테크 혁신이 지연되고 있다. 시간이 없다. 정부의 ‘간섭 없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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