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디지털 무역 갈등] 통상마찰 우려 이슈 文정부들어 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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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0-12-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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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한국 공공클라우드·OTT규제·5G구축에 주목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로 클라우드 도입,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등 정보통신기술(ICT)·디지털서비스 산업에서 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로 연결되는 사건이 빈번해졌다. 한국이 국내 산업 발전 및 서비스 이용자 보호 취지를 반영해 시행 중인 제도에 대해, 미국이 자국 기업의 이익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는가하면, 중국 압박이라는 자국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한국 정부 측에 민간 시장 개입을 요구하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한국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클라우드 보안인증에 문제제기

우선 미국 무역통상정책 총괄기관인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간하는 '국별무역장벽보고서' 내용에 올해 처음 한국의 '클라우드 보안인증제' 관련 언급이 추가됐다. 미국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들 입장에서 한국의 보안인증제는 한국 시장만을 위한 별도의 제품을 만들어야만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한국 공공기관에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클라우드 보안인증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민간 클라우드서비스의 안정성·보안성 등을 평가·인증하는 제도다. 인증을 받은 민간 클라우드서비스만이 공공기관에 도입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디지털뉴딜 정책 주요 사업인 '디지털정부' 분야 핵심과제로 오는 2025년까지 전국 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정책에 민간 클라우드서비스 기업을 위한 공공 시장 기회를 열어주는 성격이 있지만, 이는 보안인증을 받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한국 정부는 국내 공공기관의 보안성을 위해 데이터 보관 위치를 국내에 두고 인터넷과 별개의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망분리 환경을 구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해외뿐아니라 국내 클라우드 기업에도 마찬가지로 요구하는 항목이라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USTR의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유사한 문제가 제기돼 왔고, 해당 부서 실무자가 보고서 발간 시점마다 열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회의에 참석해 이같은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새 전기통신사업법 시행 앞서 '넷플릭스 겨냥했느냐' 우려

미국은 이달 10일부터 시행된 새 전기통신사업법이 자국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 아니냐며, 법 시행령 개정을 논의하던 시점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9월 10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한미 ICT 정책 포럼에서 미국 국무부 측 참석자가 당시 논의되고 있던 시행령 개정안이 '넷플릭스'와 같은 미국의 특정 콘텐츠사업자(OTT)를 겨냥한 법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점, 이밖에 다른 미국 기업의 관련 의견을 취합할 계획이라는 점 등을 밝힌 것이다.

일명 '넷플릭스법'이라 불린 이 법은 3개월간 국내 일평균 이용자 100만명, 전체 발생 트래픽 1% 이상 점유 등 요건을 충족하는 콘텐츠사업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망 품질 유지·관리 의무, 해외 사업자의 경우 정부의 자료제출 명령 등을 이행할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 등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등이 이같은 전기통신사업법의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사업자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이 법의 시행령 개정 논의에 앞서, 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5월에도 미국 대사관을 통해 이 법이 미국 기업에 특히 불리하게 작용할지 여부를 문의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의 우려에 대해 해당 사업자 의견을 수렴했으며 특정 미국 기업을 겨냥한 법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이 법 시행 직후인 지난 14일 오후 1시간 가량 구글의 유튜브, G메일 등 주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해, 과기정통부가 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국 이통사들이 화웨이 5G장비 안 쓰도록 해달라고 요구

미국은 한국이 5G망 구축에 화웨이·ZTE같은 중국 기업을 배제시키길 요구하고 있다. 최근 사례는 지난 10월 14일 개최된 제5차 한미고위급경제협의회(SED) 결과를 설명한 16일자 참고자료에 담겼다. 이 자료에서 미국은 "한국이 자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클린 네트워크는 5G망, 모바일앱, 해저케이블, 클라우드 등에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기업 제품을 배제하려는 정책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클린 네트워크에 포함된 6개 분야 중 5G망 보안 문제에 초점을 맞춘 '클린 패스(Clean Path)' 정책을 지난 4월 29일 제안했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도 올해 5월 미국의 반중 경제블록으로 알려진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을 제시한 자리에서 동맹국에 미국처럼 대사관 등 외교시설에 대한 클린 패스 요구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8월 5일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한 국가와 세계 이통사 목록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클린 네트워크 정책에 동참해 국내 이통사의 5G망 구축에 화웨이를 배제시켜 달라는 미국 국무부 요구에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란 입장이다. 클린 네트워크에 포함된 클린 패스 정책은 작년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5G 관련 안보회의서 채택된 공동성명 '프라하 제안(Prague Proposals)'에 근간을 두고 있다. 한국은 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일본, 호주, 이스라엘 등과 함께 이 회의에 참가한 30여개국 중 하나였지만 클린 패스와 클린 네트워크 참여에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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