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코로나 위기, 'G20 연대'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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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0-12-1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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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선임연구위원] 



국내 정치에 관심이 쏠린 나머지 정작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국제 이벤트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스치듯 지나가버렸다. 지난달 23일 새벽에 채택된 주요 20개국(G20) 정상선언문이 바로 그것이다. G20 정상회의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생각은 없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고꾸라졌을 때 이를 수습한 것이 G20 정상회의였다. 이후 국제적으로 어려운 고비마다 G20 정상들이 모여 해결 방향을 제시해 왔다. 비록 미·중 간 대립으로 때론 파행을 겪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G20은 세계 경제의 80%를 대표하는 국가들의 정상이 모인 국제회의로, 이를 대체할 만한 국제회의는 없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빠진 세계 경제를 구해내고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세계인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는 방안 마련도 G20 정상회의를 통할 때 가장 강력해진다. 과거에는 서방 선진7개국정상회의(G7)가 그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지속하기가 불가능하다. 세계가 그만큼 다원화되었고, 중국·인도 등 신흥개도국의 힘도 커져 선진국들 맘대로 세계를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 중견통상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8개 단락으로 이루어진 이번 G20 정상선언문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비롯하여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과제에 대한 평가와 G20 국가들의 결의를 담고 있다. 그중에는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내용도 있다. 첫째는,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대응으로, 특히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이 세계 모든 사람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공평하게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일부 선진국들의 백신 선점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하여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소위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니고 일부만이 잘사는 사회는 이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G20 정상들은 코로나 19 백신과 치료제가 세계의 공공재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이를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소득 개도국의 코로나 대응을 위해 210억 달러의 보건재원을 지정하고, 개도국 채무상환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한 결정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둘째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무역과 투자환경의 조성을 언급한 부분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산업 보호와 고용유지를 위한 다양한 수입제한 조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G20 정상들이 향후 세계 무역과 투자가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비록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그렇다고 보호무역이 정답은 아니며, 세계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포용성을 기초로 한 공정하고 투명한 자유무역이 그 방향임을 강조하고 있다. 수출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중요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급속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대한 준비를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이제 화상회의나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쇼핑은 일상화되었다. G20 정상들은 디지털시대의 핵심인 데이터에 관해 신뢰에 기초하여 데이터의 자유 이동은 물론 데이터에 들어 있는 사생활과 지재권도 적절히 보호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 무역에 대한 국제규범을 논의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전자상거래 협상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데이터에 관한 국제 논의를 감안해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디지털사회로의 전환을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환경 및 생물다양성 보존과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지침을 제시한 부분이다. G20 정상들은 기후변화 및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은 시급한 지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리협정의 완전한 이행을 재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G20 국가들은 파리협정상 각자의 의무 이행을 위하여 최대한 노력하기로 하였으며, 동시에 2020년까지 장기 저탄소 배출 발전전략을 통보하기로 하였다. 코로나19의 원인도 결국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생태환경의 파괴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기후변화 대응 해결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사회’ 선언은 시의적절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G20 정상선언은 우리나라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당장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관련해서 세계적으로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질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돈이 없어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사태는 피해야 할 것이다. 한편 공정하고 포용적인 자유무역은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방향이다. 무역을 저해하는 규제조치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WTO 감시체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시켜야 하며, 또한 중견 통상강국을 규합하여 공정한 자유무역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언급은 우리의 의지를 적기에 표명한 것이다. 아울러 디지털사회로의 전환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데이터 이동을 막는 관련 규제의 혁파와 탄소배출 순제로(zero)를 향한 산업계의 체질개선도 시급히 요청되는 과제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지속가능발전과 포용성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 초연결사회로 진화해 갈 것이다. 힘만으로 세계를 이끌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우리 것이 세계의 것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선도해 나갈 때 우리나라는 세계의 리더국가로 우뚝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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