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25) 쩌우까우를 결혼 예물로 보내는 사연

안경환 전 조선대교수, 전 한국베트남학회회장 입력 : 2020-12-07 14:48

{안경환 전 조선대교수] 



베트남에서는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는 11월부터 결혼 시즌이 시작된다. 전통 결혼식을 보면 그 민족 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전통 결혼식에 민족 고유의 독특한 문화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혼인이란 이성(二姓)의 결합이요, 만복의 근원이며, 남녀 두 사람이 만나서 백년해로하며 평생 동안 고락을 같이 할 관계를 맺는 것이다. 원시시대에는 남녀가 공동으로 생활하고, 남자는 가족의 보호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일을 담당하고, 여자는 자식을 낳고 양육을 맡았다. 이것이 오랜 습관이 되어 공동의 목적을 위하고 공동의 자유를 위해서 질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혼인이라는 제도로 발전시켜 왔다. 베트남 사람들의 혼인 풍습도 인류 혼인사의 테두리 안에서 변천되어 왔다. 문헌에 따르면, 베트남 고대 반랑(文郞)국에서는 수혼(嫂婚)의 풍습 및 다부일처(多夫一妻)의 혼인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기원전 179년 중국의 지배가 시작된 이래 938년 독립 후 베트남의 왕조를 세울 때까지 중국의 문화의 영향을 받아 6례(六禮)로 전통혼례를 치르는 것으로 정착되었다. 베트남과 한국의 전통적 관혼상제 의례의 절차가 똑같다. 두 나라가 모두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혼례는 일생에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이고, 어느 사회에서나 성대하고 엄숙하게 거행되기 마련이다.

∎결혼 필수 예물: 쩌우까우, 차(茶), 술

베트남은 북속(北屬) 시대(B.C 179-A.D 938년)에 중국의 지배를 받아 통과의례는 중국의 주례(朱禮), 의례(儀禮), 예기(禮記) 3권의 책을 근간으로 진행하였다. 베트남은 54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민족마다 각기 독특한 통과의례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아쉬움이 있으나, 자고로 혼례에 빠져서는 안 되는 변함없는 필수 예물이 있다. 베트남에서는 약혼식과 결혼식 때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예물로 쩌우까우(Trầu Cau), 차(茶), 술, 바인(떡), 약간의 돈, 귀걸이, 장신구와 붉은 양초를 보낸다. 이 가운데 쩌우까우, 차(茶). 술, 바인(떡)은 결코 빠져서는 안 된다. 쩌우까우는 쩌우(蒟醬)와 까우(檳榔)의 통칭으로 쩌우까우를 예물에 빠트리지 않는 것은 쩌우의 줄기가 담쟁이처럼 어떤 것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습성이 있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대개 까우나무에 덩굴이 기어 올라가는 식물이다. 그래서 쩌우까우를 선물하는 것은 쩌우와 까우처럼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백년해로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쩌우까우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쩌우까우는 우애와 부부애의 상징

훙브엉 시대(B.C 2879-B.C 258)의 4대 훙지엡(Hùng Diệp)때에 떤(Tân)과 랑(Lang)이라는 형제가 살았다. 두 형제는 어렸을 때 부모를 여의고 이웃에 사는 르우(Lưu)씨로부터 도움을 받아 성장하였다. 르우씨 집에는 두 형제와 같은 또래의 딸이 하나 있었다. 두 형제는 모두 이 낭자의 아름다움에 반하였다. 세월이 흘러 아가씨는 두 형제 가운데 형과 결혼키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쌍둥이처럼 닮은 형제라 형과 아우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밥 먹는 것을 지켜보며 누가 젓가락을 상대방에게 건네주는 지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젓가락을 건네주는 쪽이 형일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아가씨는 밥 한 사발과 젓가락만 상에 놓아 가지고 갔다. 밥상을 받은 떤은 젓가락을 집어 동생인 랑에게 주며 밥을 권하였다. 결국, 아가씨는 젓가락을 건네준 떤과 결혼하였다. 어느 날 형수는 들에서 일을 일찍 마치고 어둑어둑한 저녁나절에 돌아온 시동생을 보고, 남편인 떤으로 착각하고 힘껏 껴안고 말았다. 마침, 집으로 돌아오던 떤이 이를 목격하였다. 형수의 실수였으나, 이 일로 형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수가 없어서, 동생은 집을 떠나기로 하였다. 집을 떠난 동생은 이곳저곳을 방황하다가 어느 강가에 도착하였는데, 배도 고프고 몸도 지치고, 또한 의지하며 살던 형과 헤어지게 된 마음의 충격으로 땅에 쓰러져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죽어서 랑은 커다란 바위로 변하였다. 한편, 형은 동생을 떠나보내게 한 자신을 후회하면서 동생을 찾으러 집을 나섰다. 부인을 두고 동생을 찾아 나섰다,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우연히 이 바위에 이르렀다. 바위를 발견한 순간 동생을 찾아보기 위하여, 바위 위로 올라갔다. 동생의 화신이 된 바위는 따뜻하게 형을 맞이하였다.

∎동생은 바위로, 형은 까우 나무로, 부인은 쩌우 덩굴로

피곤에 지친 형도 결국 이 바위에서 쉬다가 바위를 껴안고 죽었다. 그리고는 바위 옆에 커다란 까우 나무로 변하였다. 집에 남은 부인은 오랫동안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이제는 부인이 남편을 찾아 나섰다. 부인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남편을 찾아 헤매었다. 어느 날 저녁, 무서운 짐승을 피해 다다른 곳이 우연하게도 까우 나무가 서있는 바위 옆이었다. 배고픔과 피곤에 지친 부인은 까우 나무에 기대어 쉬다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부인은 죽어서 쩌우라는 식물로 변하였다. 쩌우는 덩굴이 까우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서 자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그 곳에 사당을 짓고 형제간의 우애와 부부애를 기렸다. 어느 해 극심한 가뭄이 들어 세상의 온갖 초목들이 다 말라 죽었지만 이상하게도 까우 나무와 쩌우 덩굴만은 생생히 살아 있었다. 지방을 순시하던 훙브엉(雄王)은 까우 나무와 사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매우 감동하였다. 까우 열매를 먹어보니, 맛이 썼지만 쩌우 잎과 함께 싸서 먹으니 단맛이 났다. 그 즙이 빨간색으로 변하면서 입에서 흘러 바위로 떨어졌다. 쩌우와 까우를 바위 가루(소석회-Calcium hydroxide 성분)와 함께 먹어보니 몸이 따뜻해지면서 신기한 맛이 났다. 왕은, 진정한 사랑만이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며, 전국에 쩌우와 까우를 심도록 명했다. 가뭄으로 굶주린 사람들은 쩌우 잎과 까우 열매 그리고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달구어진 바위의 가루를 섞어서 먹고 허기를 잊고자 했다. 그로부터 쩌우까우가 우애와 변함없는 부부애의 상징으로 결혼식에 빼놓을 수 없는 예물이 되었다. 산악 지방이나 벽지를 여행하다 보면 까만 이빨의 여인들을 목격하게 되는 데, 쩌우까우를 오랫동안 먹음으로 해서 이빨의 색깔이 변해 흑치(黑齒)로 된 것이다. 쩌우까우를 먹는 풍습은 약 3천여 년의 역사가 깃든 풍습이다.

∎차(茶)는 백년해로의 약속
또한, 결혼 예물 중 차(茶)를 필수 품목으로 꼽는 것은 차(茶)는 씨를 심으면 옮겨 심을 수 없고, 옮겨 심으면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하여 차(茶)는 오직 한 사람만을 따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신랑 측이 신부가 오직 자신만을 믿고 따르고 재가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을 신부 측에 전하는 의미가 있다. 술은 잔치에 즐거움을 더하기 위하여 선물하는 것이다.

∎납채(納采)
베트남의 전통 혼례는 육례(六禮)로 진행되며 중매쟁이의 역할로부터 시작된다. 중매쟁이가 신랑과 신부 집을 오가며 양가의 혼인의사를 타진하고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되면, 신랑 측에서 첫 번째 혼서와 함께 기러기를(또는 거위) 신부 측에 보내어 혼인의사를 정식으로 전달한다. 이를 납채(納采)라고 한다. 기러기는 신랑 측에서 귀댁의 규수를 신부로 맞이할 의사가 있음을 전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혼약을 청하는 데 사용되었다. 주문공(朱文公)의 가례(家禮)에는, “살아있는 기러기(生雁)를 사용한다고 되어 있고, 살아있는 기러기가 없을 때에는 나무로 만든 기러기(木雁)를 사용한다.”고 되어있다. 기러기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①기러기는 음양을 따라서 남북으로 왕래하기에 음양에 순응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 ②기러기는 두 번 짝을 짓지 아니하기 때문에 사용하였다는 설, ③소식을 전하는 전령조(傳令鳥)로서의 역할로 기러기를 사용하였다는 설이 있다.

∎문명(問名)
혼인의사를 정식으로 전달하고 나면, 신랑 측에서는 택일을 하여, 중매쟁이를 통해 두 번째 혼서와 함께 쩌우까우와 술을 보내면서 신부의 생년월일과 신부 어머니의 이름을 묻는다. 이를 문명(問名)이라고 한다. 이는 어머니의 자녀 양육 방식이 딸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부도덕한 어머니 혹은 그러한 어머니를 둔 딸을 부인이나 며느리로 맞이하는 것을 극히 꺼렸기 때문이다.

∎납길(納吉)
신랑 집에서는 신부와 신부 어머니의 이름과 나이를 받아 점을 친다. 혼인의 점괘가 좋으면 두 남녀가 혼인이 적합함을 조상의 영정이나 위패가 모셔진 제대상 또는 사당에 고하고, 신랑 측에서는 신부 측에 예물을 보내면서 점괘의 결과를 통보한다. 이를 납길(納吉)이라고 한다. 이 때 정혼의 조건을 서로 상의한다.

∎청기(請期)
납길(納吉)이 끝난 후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세 번째이자 마지막 혼서를 보내 성혼 날짜를 청하는 데, 이를 청기(請期)라고 한다. 세 번째 혼서에서는 신랑 측에서 택일한 3-4개를 통보하여 그 중에서 적합한 혼인 날짜를 택하도록 신부 측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신부 어머니는 딸에게 택일에 대한 의사를 은밀히 타진하는데, 이는 딸의 신체 상태를 물어 깨끗한 날을 택하기 위함이다.

∎납폐(納幣)
혼인날이 결정되면 신부 집에 혼수품을 보내 혼인의 증명으로 삼는 데, 이를 납폐(納幣)라고 한다. 예물로는 쩌우까우, 차(茶). 술, 바인(떡), 장신구, 붉은 양초와 약간의 현금이 주종을 이룬다.

∎친영(親迎)
납폐(納幣)가 끝나면 마지막 절차로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혼례를 치르고 신부를 맞이하여 온다. 오늘날의 결혼식에 해당한다. 신랑은 예물로 바인짜이(과일 모양의 케이크 종류), 혼수의복, 보석 등 예물, 술, 차(茶), 쩌우까우 등의 예물을 신부 집에 가지고 가서 신부 조상의 제대상에 놓고 가선례를 올린다. 그리고 신부 부모에게 신부를 낳아 길러준 은혜에 감사의 예를 표하고 신부와 함께 신랑 집으로 온다. 신랑 집에서는 대문 문지방 앞에 화로를 피워 놓고 신부를 기다린다. 문지방을 넘을 때, 신부는 화로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 화로를 밟고 지나가면, 신부를 괴롭히던 악령이 모두 타 없어지고, 신부를 향한 독설이나 악담이 타서 없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부가 신랑 집안 어른들과 친척들에게 인사가 끝나면, 떼떠홍(紅絲祭)을 올린다. 제대상에서 백년가약을 맺어준 응우옛라오(月老)에 감사의 제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떼떠홍에는 제문을 읽고, 쩌우까우의 기원이 된 주인공 떤과 랑 두 형제, 떤의 부인에 대한 형제애와 부부애를 기리며, 신랑과 신부는 각각 고두례 4번과 1번의 읍(揖)을 한다. 그리고 신랑 신부는 제대상에 진설하였던 술 한 잔을 나눠 마시고, 쩌우까우를 반씩 나눠 먹는다. 이제부터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어 검은머리가 백발이 되도록 서로 아끼며 사랑한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이틀 뒤 신부의 부모를 찾아 인사를 올린다. 만약 신랑의 집이 멀어서 2일 안에 신부의 친정을 방문할 수 없다면 4일 후에 찾아 인사하여도 무방하다.

요즈음은 육례에 따른 전통혼례는 베트남 사회제도의 변천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마다 집안마다 풍습이 약간씩 상이하지만, 대체로 청혼, 약혼식, 결혼식으로 간소화되어 혼례가 진행되고 있다. 예물은 신부 측에서 요구한 예물이 있으면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차(茶), 술, 쩌우까우 외에 떡, 쌀, 돼지고기, 현금도 가지고 간다. 현금은 신부 집 식구들을 대접하기 위한 잔치 음식 구입비용으로 쓰거나, 신부 측이 결혼식에 필요한 혼수를 사라고 건네주는 돈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성공하려면, 베트남 문화를 잘 이해하고, 현지인들과 정감을 주고받는 것이 필요하다. 베트남 문화는 분명 한국 문화와 차이가 있지만, 같은 유교 문화권이기 때문에 문화적인 이질감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베트남 직원들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사내단합은 물론 품질향상과 생산성 향상에 중요한 일이다. 특히, 결혼식과 장례식에 축하와 애도를 각각 표하는 것은 베트남 정서에 가장 합당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까우 나무 열매-빈랑]

























(까우 나무 열매-빈랑)
 



 
안경환 전 조선대교수, 전 한국베트남학회회장   thongnha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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