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서울형 도시재생?...창신동 등 6개구역 집단행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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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김재환 기자
입력 2020-11-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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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신·숭인, 가리봉5구역, 구로1구역, 서계, 수색14구역 등

  • "도시재생 효과 체감 못 하는데, 공공재개발 말라니" 분노

서울형 도시재생이 시작 6년 만에 삐걱거리고 있다.

1호 모델인 창신·숭인동을 비롯해 가리봉5구역, 구로1구역, 서계동, 수색14구역 등 6개 구역이 도시재생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각 구역 대표자들이 창신동을 구심점으로 모인 상태다.

그간 잠잠했던 도시재생 지역이 단체행동까지 예고하고 나선 까닭은 도시재생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도시재생 지역이란 이유로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공모에도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0일 창신동 재개발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각 구역 대표끼리 연대 방이 있다"며 "가리봉5구역, 구로1구역, 숭인, 서계동, 성북5구역, 수색14구역, 우리까지 총 7구역"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아직 코로나19 2단계라 날짜를 확정하진 못하고 있지만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구로1구역 위원장은 "현재 모여 있는 구역 말고도 더 많은 구역과 연대하기 위해 찾아보고 있다"며 "지금은 행동으로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4년부터 7년째 진행 중인 도시재생의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창신동 위원장은 "6년간 뭘 했는지 묻고 싶다. 한 것이 주민들의 삶에 영향이 있었는지"라며 "주민들의 요구를 돈욕심으로 치부하는 분들께 요청하고 싶다. 여기서 한 달만 살아보라고. 아마 보름도 못 버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와 서울시는 창신·숭인 도시재생을 위한 마중물 사업에 200억원을 들였는데, 대부분의 돈(125억7600만원·62.88%)은 봉제역사관, 백남준기념관 등 '건물 신축비'로 쓰였다. 대부분 이곳 지역민들이 자주 찾지 않는 공간들이다.

창신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백남준기념관 옆 카페를 가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박물관이 있는 줄도 방금 알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 간격이 좁은 창신동. 사람 한 명 들어가면 꽉 차는 수준이다.[사진 = 윤지은 기자]

주민들은 이 같은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도시재생을 원했다며, 그 외침은 7년째 가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본지 기자들이 지난 26일 창신동을 방문한 결과, 건물과 건물 사이는 사람 한명이 들어서면 꽉 찰 만큼 여유가 없었고, 곳곳에 보이는 이층집은 단 높이가 상당한 계단으로 이뤄져 있어 노인들이 오가기엔 위태로워보였다.

창신동 위원장은 "이곳은 메인도로 폭도 4.5m에 불과하다"며 "정작 필요한 건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인데 '마을 탐방로'(예산 14억원 투입)가 웬말이냐. 서울시는 주민이 원치도 않는 '감성'을 동네에 덧씌우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가 많이 오면 빗물이 싱크대로 역류한다. 악취가 진동해 살 수 없는 지경"이라며 "정화조가 무너져 고쳐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두는 분들도 많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주민들의 박한 평가에 대해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CRC) 측은 "조합의 노력이 안 좋은 쪽으로만 비쳐져 안타깝다"고 전했다.

손경주 CRC 상임이사는 "약 4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하수도를 갈고 있다. 5~6년 정도 기간을 두고 매년 조금씩 진행 중"이라며 "이 밖에도 공공성을 띤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고 알렸다.
 

폭이 좁은 창신동의 도로. 마을버스도 다닐 수 없어 길을 새로 내야 하는 수준이다.[사진 = 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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