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본 왕이 방한] ① '한·중·일 FTA 협상' 경제선물, 관전 포인트는?

정혜인 기자입력 : 2020-11-30 08:00
코로나19 위기 속 외교적 고립에 빠진 중국 中, 한·중·일 FTA-한·중 FTA 성과 달성 초점 '서비스·투자' 한·중 FTA 후속 협상 속도낼 듯 習방한, 한·중 수교 30주년, 협상 촉진제 역할 文정부, 習 속내 파악한 對중국 전략 마련 必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2월 23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의 해외 순방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한·중·일 FTA는 2003년 공동연구를 시작, 2012년 11월 3국간의 협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한·중·일 3국 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면서 체결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3국을 둘러싼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들이 원인이었다. 한·중·일 FTA 협상은 지난해 11월 27~29일 서울에서 열린 제16차 협상을 끝으로 1년 간 중단된 상태다.

3국간 풀어야 할 난제는 여전히 가득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그리고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한·중·일 FTA 협상의 촉진제가 될 거란 전망이다. 아울러 이를 통해 2년 간 멈췄던 한·중 FTA에도 속도가 붙을 거란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둔 내년 중반 한·중 FTA 협상 진전이 이뤄지는 동시에 한·중·일 FTA 협상 추진도 본격화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29일 외교가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전 이뤄진 왕 부장의 해외순방 목적이 ‘한·중·일 경제협력’에 있다고 분석,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대응할 새로운 아시아 경제권 탄생에 물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 경제 대국인 한·중·일이 상호 간 무역 장벽을 낮추면 3국 경제성장 및 내수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란 이유에서다. 지난해 3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약 16조5709억 달러(약 1경8322조원)에 달했다.

전 세계 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체결되기는 했지만, 협정에 포함된 아세안(ASEAN·동남아 국가연합) 15개국의 경제 수준은 천차만별로 높은 수준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아시아 거대 경제국으로 분류되는 한·중·일의 FTA 협상이 조속히 추진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한·중 FTA 2단계 후속협상 체결에 속도를 낼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 여파로 지금까지 이어진 한·중 FTA 2단계 협상의 골자가 서비스·투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앞서 한·중·일 3국은 FTA 협상시 상품·서비스·투자 모든 분야를 동시에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중 FTA 2단계 협상 타결로 양국 간 서비스·투자시장 개방이 이뤄지면 ‘상품·서비스·투자’ 분야 협의를 함께 진행하는 한·중·일 FTA 협상의 기반이 조성된다는 분석이다.

서창배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최근 통화에서 “RCEP 체결을 통해 한·중·일 FTA의 모멘텀을 찾은 것은 맞지만, RCEP 국가들의 경제 수준이 제각각”이라면서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의 진전이 먼저 이뤄지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한·중 FTA협상 관련 금융시장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제안했다. 그는 “중국은 아직 금융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았다”면서 “금융 쪽에서는 우리가 강점이 있으니 이런 점을 살리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문화서비스산업에도 주목했다. 다만 한·중이 이번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이뤄진 ‘2021~2022년 한·중 문화교류의 해’ 지정에 대해선 “수교 30주년(2022년)을 앞두고 사드로 경색된 한·중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중 FTA 2단계 협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다.

서 교수는 한·중 FTA 2단계 협상 추진을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구원투수’로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보다 한층 교묘해질 것으로 보고, 시 주석이 바이든 정권 출범 전 혹은 정권 초기에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거란 의미다.

서 교수는 “이번 왕이 방한에서 중국의 다급함이 드러났다”며 “시 주석은 2022년 수교 30주년 전에 어떻게든 한·중 관계의 굳건함을 드러낼 것이고, 방한을 통해 한·중 FTA 2단계 협상 타결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점쳤다.

이어 “한국은 이 기회를 잘 살려 한·중, 한·중·일 경제협력체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아시아 경제블록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오는 12월과 내년 3월에 각각 예정된 중국 중앙경제공작대회와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결과에 따른 대(對)중국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가 이어지고, 과거사 문제 등 한·중·일 3국 간 이해관계가 3국 FTA 협상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한국과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문제 등으로 장기간 대립하고 있고, 미·중 전략적 경쟁 속 한·중 간 사드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한·중은 물론 한·중·일 FTA 협상의 원활한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기 말기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 미·중 경쟁으로 외교적 고립에 빠진 시 주석, 새로 부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등 한·중·일 3국 지도자 모두 존재감을 드러낼 성과가 필요해 이들 모두 한·중·일 FTA 협상으로 경제성과 도출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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