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앤트그룹 IPO 중단시킨 마윈의 소신 발언

조평규 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입력 : 2020-11-26 06:00
마윈의 '입'이 원인 제공···앤트그룹 IPO 불발 마윈의 소신과 용기…우리에겐 왜 없나

조평규 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이달 5일 중국 앤트그룹(ANT GROUP; 螞蟻集团)의 기업공개(IPO)가 무기한 연기됐다.

IPO를 통해 약 340억 달러(약 38조원) 세계 최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앤트그룹의 상장을 기다리던 이들은 깜짝 놀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직접 상장 중단을 지시했다는 소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상장 중단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8% 폭락하고,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의 개인 재산은 하룻새 30억 달러 증발했다. 사상 초유의 상장 중단은 중국에 대한 리스크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 마윈의 '입'이 원인 제공···앤트그룹 IPO 불발

앤트그룹의 상장 연기 결정의 발단은 10월 24일 상하이 와이탄(外滩) 금융서밋(金融论坛)에서 마윈이 내놓은 발언 때문이다.

당시 마윈은 중국 은행들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우리(중국)는 규제엔 강하지만 (발전을 지켜보며) 감독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차역을 관리하는 식으로 공항을 운영할 순 없고,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를 규제할 수 없다”며 “중국엔 제대로 된 금융제도가 없기 때문에 제도적 위험도 없지만, 제도의 부재 그 자체가 위험요소”라고 정면 비판했다. 마윈이 발언한 주요 내용을 꼼꼼이 살펴보자.

◆ "'바젤협정=노인클럽' 옛날식으로 금융 감독하면 안돼!"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는 금융시스템이 있으나, 중국은 그런 것조차 없는 나라다. 중국의 금융당국은 유럽이나 미국의 시스템을 선진적이라고 평가하고 무조건 따라 해서는 안된다. 낡은 서방 금융시스템의 모방은 중국의 현재를 놓칠 뿐만 아니라 미래도 망치게 될 것이다.
세계 2차대전 이후 브래튼우즈협정(BrettonWoods System)은 세계 경제발전을 견인했고, 바젤협정(Basel Accords)은 리스크 통제의 관리기준이 됐다. 이 같은 협정은 현재 전 세계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변질돼 발전을 말하지 않는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거나 개발 도상국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생각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다."

"바젤협정은 노인클럽과 같은 것으로, 몇 십 년간 운영된 노화된 금융시스템이고 매우 복잡하다. 중국은 유럽의 금융시스템과 같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는 금융시스템 조차 근본적으로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중국의 금융은 막 성장하는 개도국과 같으며,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해당된다. 중국의 은행은 큰 강이나 하천으로 혈관의 대동맥같이 보이지만, 우리에게 지금 더 필요한 것은 호수나 저수지, 작은 하천과 개울 같은 것이다. 각종 각색의 늪지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홍수 때는 물에 빠져 죽고, 가뭄에는 말라 죽는다."

"중국 금융은 옛날의 방식으로 관리감독하는 것이 문제다.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지 않은가.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 할 수 없다. 금융의 본질은 신용관리인데 중국의 은행은 저당과 담보가 있어야 대출이 되는 전당포(典當鋪)의식을 가지고 있어 매우 심각하다."


◆ 미래 금융시스템은 '빅데이터' 기반으로···개혁은 지속돼야

"미래의 금융 신용시스템은 전통적인 IT기초 위에 세우거나, 인맥 관계의 사회적인 기초 위에 세워서는 안된다. 반드시 빅데이터의 기초 위에 세워야 한다. 신용은 자산과 동일한 것으로 생존을 위해서는 신용을 쌓아야 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사람과 기업이 돈을 찾았지만, 이제 돈이 신용 있는 사람과 좋은 기업을 찾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평가하는 유일한 표준은 ‘보편적 혜택’,’신용’,’그린’,’지속가능’등이 되어야 한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배후는‘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블록체인기술’ 등의 앞선 기술이 거대한 신용 사회를 책임지게 해야 한다."

"디지털화폐는 현재에는 별로 쓰임이 적지만, 미래 30년후에는 가장 중요한 핵심일 수 있다. 디지털화폐는 과거의 역사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장과 미래에서 찾아야 한다. 세계와 미래를 위해 디지털화폐를 글로벌무역이나 금융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코로나19이후 미국 정부가월가와 기업에 투입하는 다량의 유동성이 어떤 문제를 야기 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개혁에는 반드시 희생과 대가를 지불해야하지만, 개혁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무거운 짐을 지고 전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세대는 반드시 미래에 대한 역사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


◆ 마윈의 소신과 용기···우리에겐 왜 없나

사실 중국 4대 금융 관리 감독기관인 중국 인민은행,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국가외환관리국이 마윈을 소환한 것은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앞에서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상장 연기의 트리거(Trigger)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핀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핵심 원인이었다. 마윈은 앤트그룹의 알리페이를 신기술에 의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생각한 반면, 정부당국은 금융으로 인식하고 엄격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여긴 게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이다.

마윈은 정부와 자기를 감독하는 금융기관의 핵심 인사들 앞에서, 거침없이 중국 금융의 미래에 대한 용기 있는 발언을 했다.

마윈은 본인의 발언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과 개인적 피해를 예견하고 발언을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중국의 사회체제를 감안하면 마윈은 자신의  발언에 목숨을 걸었을 뿐만 아니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개인적 손실을 희생했다.

그런데 우리의 기업인이나 금융계 인사가 정부나 금융감독 기관장 앞에서 이 같은 소신 발언을 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더 엄혹한 사회주의적 체제 때문인가? 마윈과 같은 용기 있는 인사가 없기 때문인가?
조평규 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컴패션_미리메리크리스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