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한국판 뉴딜은 리뉴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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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0-11-1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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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再)의 시대’에 살아남는 길은 ‘제조강국’

 

뉴딜 전략회의 참석한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했다.

 

[곽재원의 Now&Future] 지금 세계의 화두는 ‘Re(再)’다. 제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의 높은 파고 속에서 도출된 지구촌의 집단지성이 다시(再)를 뜻하는 접두어 ‘리(Re-)’로 집약되고 있다. 여기에는 분리와 단절의 대명사가 된 ‘트럼프 현상’이 한몫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외 주요 미디어에 쏟아지고 있는 ‘리(Re-)’의 행렬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리셋, 리빌딩, 리 셰이핑, 리 메이킹, 리스토어링, 리 조인, 리 디자인, 리페어링, 리 밸런싱, 리컨스트럭션, 리뎀프션 같은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매년 1월 말 그 한 해의 키워드를 결정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세계경제포럼(WEF)은 일찌감치 2021년 키워드를 ‘Great Reset’(거대한 재조정)으로 정했다. 지금은 리셋이 ‘리 브러더스’의 맏형이 된 모습으로 가장 빈번히 쓰이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 체제에서 바이든 체제로 바뀌는 확실한 미국의 변화를 의식한 각국의 유수 싱크탱크들이 ‘리셋’을 보고서 타이틀이나 키워드로 삼는 것도 뉴 노멀이 된 것 같다.

팬데믹 발생 이후의 ‘리(Re-)’는 과거의 연장선상에서의 ‘재출발’이 아니라 전혀 달라진 환경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뜻한다. (과거로의) 비가역적 시대라는 말을 쓰는 이유다. 최근 발표되는 주요국들의 정책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시키면서 팬데믹 시대를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력과 참신성을 불어넣으려는 노력들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새 총리가 발표한 행정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 전략,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내건 중장기 계획인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과 2035년 비전 등에 그러한 노력이 담겨 있다. 얼핏 보면 새로운 내용이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국가 대전환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은 막강한 IT 인프라를 민관협력을 통해 국가 디지털 혁신으로 풀가동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세계 전략까지 구상하고 있다. 한국이 IT강국이라고 하지만 IT소비강국이지 세계경제에서 우뚝 서 있는 IT경제 강국이 아니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일본의 동향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내수경제와 무역경제를 묶는 ‘쌍순환’전략은 글로벌 전략인 일대일로의 제2탄으로 훨씬 섬세해진 대미 경제전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내년 초 바이든 정권이 출범하면 바이드노믹스(바이든 경제정책)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관한 진단과 전망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사지 포린 어페어스는 ‘Repairing the World’(세계를 수선한다)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Great Rebalancing’(글로벌 경제회복과 균형)으로 바이드노믹스의 방향을 예견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2년이 채 안되는 임기 후반기에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 뉴딜정책은 정부가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 대규모 건설토목공사를 통해 유효수요를 일으키는 1920~30년대 루스벨트식의 뉴딜은 아니다. 행여나 닮아서도 안된다. 민간섹터가 공공섹터의 몇 배나 되는 달라진 시대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우리의 삶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대의 뉴딜정책은 과거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뉴딜정책은 과연 과거 회귀형의 ‘리(Re-)’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향한 ‘리(Re-)’인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3차 한국판뉴딜 전략회의'에서 "국가목표로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을 다음 정부에 넘기지 말고 이 정부에서 출발해 확실한 기틀을 잡아야 한다"면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력과 관련해 "바이오 헬스는 정부의 미래 먹거리 3대 핵심 산업이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미래차에 대한 우리 역량은 잘 알지만 바이오헬스 산업의 경쟁력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판 뉴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얼마나 속도 있게 추진하느냐, 둘째 국민이 체감하느냐"라며 "이 두 가지는 서로 얽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요 민간 연구소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전략 키워드로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를 꼽았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신산업 시장 선점을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성윤모 장관 주재로 주요 민간 연구소 기관장들과 '산업전략대화'를 개최한 자리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진단하고 미국 대선, 탄소중립 등 최근 여건 변화에 대응하는 산업전략을 모색했다. 산업부는 이러한 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3대 산업전략으로 산업구조 혁신, 산업활력 제고 , 연대와 협력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미국산업 보호와 제조업 육성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2050년 탄소중립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 도전적 과제이지만 지속가능한 성장과 친환경 시장 선점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경제·산업정책은 친환경화와 디지털화 흐름에 맞게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한국판 뉴딜 추진과 빅3 신산업 육성으로 산업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한국판 뉴딜정책의 ‘리(Re-)’는 ‘(정책) 추진 속도-국민 체감-산업구조 혁신’이란 삼각형으로 대변된다. 문제는 거버넌스(관리체제)다. 누가 국가 빅 프로젝트를 잡아채서 끌고 나갈 것인지, 이를 가능케 할 조직과 사업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이 정부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과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을 어떻게 정리해 둘 것인지 등 구체화해야 할 일이 많다.

세계적인 ‘리(Re-)’의 시대에서 무엇보다도 급한 일은 행정혁신이다. 정부의 일하는 방식이 확 달라져야 한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논쟁은 과거형이다. 기능하는 정부가 미래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기능하는 정부와 그러지 못한 정부의 차이를 극명하게 목격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칠 때 우리를 지켜낼 한국경제의 최대 강점은 어디에 있는가. 나라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이다. 한국은 제조강국에서 IT강국으로 발전했다. ‘리(Re-)’의 시대에 제조강국 코리아의 레거시(유산)는 유효하다. 한국판 뉴딜정책에서도 제조강국의 유산을 토대로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산업 전략도 제조강국의 유산을 활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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