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경제적인 시선] 문재인 정부 입맛대로 통계의 불편한 진실

김병수 편집국장입력 : 2020-11-11 08:07
말 많은 KB 통계, 한국감정원 것보다 실거래가격과 상관관계 더 크다 실거래가격 직접 집계하는 감정원이 동향조사에선 KB에 못 미쳐 文 정부서 실거래가격 가파르게 오르는데 동향은 더 평탄해진 감정원 표본 수·추출 방법 차이 고려하면 소비자 관점에선 KB가 적시성 더 좋아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정책은 늘 핫이슈다. 땅덩어리는 작고, 급격한 산업화로 사람은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었으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통일이나 돼야 이 문제가 풀리려나.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난제 중 난제다.

그래서 말 많은 부동산 통계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주요 주장을 다시 살펴봤다. 통계라는 것은 그 자체로 해석의 여지가 있다. 그 숫자들의 이면을 잘 읽어야 미래가 보인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있다. 표본 통계가 100% 실제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종종 치명적인 오류의 출발이 되는 이유다.

◆김현미 장관이 감정원 통계만을 고집하는 이유
 

 

급격한 집값 상승으로 국민의 불만이 커질 때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KB부동산 통계는 호가(呼價) 방식이어서 높게 나온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실제 집값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시장에서 잘 작동하고 있다는 항변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럴까. 한국감정원과 KB부동산이 조사해 발표하는 동향지수와 이의 증감률(월별)을 보면, 이 말이 얼마나 잘못된 얘긴지 금방 알 수 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10여년의 통계를 보면 주택매매가격 지수는 감정원이 KB보다 대부분 높았다. 매매가격 동향은 올해 8월부터 KB가 높아졌다. 총 130개월에서 딱 3개월 동안의 일이다. 전셋값 동향지수도 2018년부터 역전해 감정원이 지수가 낮아졌다(그래프 ①②).

1986년부터 시작한 주택가격동향의 조사 방식은 그동안 표본 수가 늘어난 것을 제외하곤 크게 바뀐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2017년 5월~) 이전엔 등락은 조금 있으나 대체로는 감정원 지수가 높았다. 각 조사 기관의 베이스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월별 증감률을 봐도 트렌드는 큰 차이가 없다. 10여년 동안 두 조사의 증감률은 대체로 비슷하게 움직이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간헐적으로 KB의 증감률이 높았다.

◆부동산 가격 동향 조사 방식의 차이
 

 

문재인 정부 들어 KB부동산 지수가 감정원 지수를 추월한 이유는 뭘까.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선 두 기관의 조사 방식을 봐야 한다. 김현미 장관이 그토록 반복해 주장하는 KB부동산 측의 조사 방식 문제다(주택매매가격 동향 조사기관별 특징 요약 참고).

먼저 표본 수다. 감정원은 2만8360개, KB는 3만6300개다. KB의 표본 수가 28% 많다. 아파트와 단독, 연립으로 나뉜 주택 형태 비중도 다르다. 감정원은 각각 61%, 17%, 22%지만 KB는 88%, 7%, 6%다. 이렇게 비중이 다른 것에 대한 해석은 갈릴 수 있다.

국내 주택 종류에서 아파트 비중은 절반을 넘은 지 이미 오래다.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2019년 11월 1일 기준, 통계청)를 보면, 전국 주택(1812만6954호)에서 아파트 비중은 62%에 이른다. 수도권은 65%, 특·광역시 66%, 도 지역도 60%다. 전국 주택의 유형별 비중 구성은 감정원이 합리적으로 보이나, 소비자의 선호와 실제 주택 시장의 가격 변동 측정 면에선 KB의 표본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표본 수가 많고 아파트 비중이 큰 KB의 조사 결과가 감정원보다 전반적으로 높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해석은 실제와 다르게 더 높게 나온다기보다는 실제에 더 근접해 높게 나왔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감정원의 조사는 상대적으로 거래가 적은 주택 종류가 많고 수요가 많은 주택 종류가 적어, 가격 변동을 적시에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실거래가격과 비교하면 혼란에 빠지는 감정원
 

 

이는 실거래가격과 동향 지수 및 증감률을 비교해 보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결과를 보면 감정원 지수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감정원이 조사해 발표하는 실거래가격지수는 동향지수 발표와 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현재 동향조사 결과는 10월까지 나왔다. 실거래가격지수는 7월치까지 발표됐다.

감정원의 실거래가격과 KB 및 감정원의 동향조사 간 상관관계는 전국 주택과 각 지역의 아파트만을 봤다. 아파트 외 나머지 주택 종류(단독, 연립 등)는 표본 수와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비교의 실효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반적으로 KB 동향지수의 흐름에 더 근접했다. 감정원의 동향지수는 전반적으로 KB 지수보다 높게 형성됐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KB 지수와의 격차를 좁히더니 2018년 후반(전국 아파트 기준)부터는 KB보다 낮아졌다. 실거래가격을 직접 조사하는 감정원의 동향지수가 왜 이때부터 실거래가격지수와 격차를 벌렸는지는 추정이 쉽지 않다(그래프 ④⑤⑥⑦). 

전국 아파트 매매 증감률과 실거래가격 증감률 추이도 감정원 증감률은 상승·하락 국면에서 한 타이밍 늦게 또는 상승·하락에서 조금씩 덜 반영돼 상대적으로 평탄한 모습을 보였다. 지역별로 세분한 그래프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그래프 ⑧⑨⑩⑪).
 

 

◆실거래가격과 증감률 상관관계 KB가 더 높아
 

 

그래서 이 지표들의 상관관계를 다시 확인해봤다. 2010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와 동향지수의 상관계수는 전국, 서울, 수도권, 6대 광역시 모두에서 KB가 높았다. 부동산가격이 대세 상승기에 들어선 2014년부터의 상관계수도 모든 지역에서 KB가 컸다. 실거래가격지수와 KB 동향지수의 상관관계가 감정원 지수보다 더 밀접했다는 얘기다. 

실거래가격과 동향의 증감률 상관관계는 전국과 6대 광역시에선 감정원이, 서울과 수도권에선 KB와의 상관계수가 더 컸다. 상관계수는 통상 0.5 이상이면 상관관계를 인정한다. 따라서 두 기관 모두 어떤 오류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차이라면 감정원의 상관계수가 높은 지역인 전국과 6대 광역시는 0.5대(조금 높은 상관관계)인 반면, KB와 상관관계가 큰 서울과 수도권은 0.7대(높은 상관관계)라는 점이다(그래프 ⑫⑬).

결국 KB의 동향과 증감률이 실거래가격과 전반적으로 상관관계가 높아 좀 더 유용해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인구가 많이 몰려 있는, 그리고 이미 아파트 주거가 60%를 넘은 상황에서 KB 통계의 의미를 깎아내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통계와 정치의 불편한 만남

현 정부의 '입맛대로 통계'는 집권 1년여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황수경 통계청장의 사실상 경질은 현 정부 실세들이 통계를 어떻게 보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 통계의 해석은 여러 갈래로 나올 수 있고, 어떤 숫자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도 달라진다.

그러나 고도화한 통계기법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때도 있다. 황 전 총장은 이임사(2018년 8월 28일)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일갈했다. 이 한마디로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갈림길이 열렸다.

고위 공무원들은 각종 통계 발표 때마다 언론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인 SNS를 통해 기자들이 해석을 잘못했다며 꾸짖기를 반복한다. 이런 SNS 정책 홍보와 정치가 왜 횡행하는지는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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