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M&A]① 한진중공업 예비입찰, ‘한진해운 악몽’ 떠올린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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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11-04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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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매자 대다수가 구조조정 전문가

  • 조선은 기간산업...핵심기술·유출 위험

올해 연말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한진중공업의 예비입찰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조선업계 종사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만 원매자의 대다수가 사모펀드(PE) 등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한진중공업을 살리려 할수록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하반기 진행된 한진중공업 예비입찰에서 KDB인베스트먼트(KDBI)·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과, 한국토지신탁, APC PE, NH PE·오퍼스 PE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진중공업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이후 빠르면 다음달 열릴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이들은 본입찰을 앞두고 재무적투자자(FI)뿐 아니라 전략적투자자(SI)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만으로는 쉽사리 한진중공업을 살릴 수 없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진중공업 M&A를 놓고 '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 전체의 회복과 기술 인력의 고용유지 등 조선업계 전문가로서의 시각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실제 삼면이 바다에 접해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조선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중요성이 적지 않다. 또한 '대한민국 조선 1번지'인 영도조선소를 보유한 한진중공업 M&A만큼은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는 시각이다.

조선업계 종사자들은 한진중공업이 사모펀드 등에 넘어간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핵심 기술인력 상당수가 빠져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결과 한진중공업이 재무적으로 개선되더라도 기술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핵심 기술인력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국가적인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만약 이들이 해외로 떠난다면 국내 조선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조선업계 종사자들은 KDBI의 예비입찰 참여가 한진중공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KDBI는 KDB산업은행의 100% 자회사로,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아직 뚜렷한 투자실적(트랙레코드)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1호 자산인 대우건설 이외에 관리 회사가 없어 구조조정 방향성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KDBI가 한진중공업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한진중공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인수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 된 탓에 조선업에 정통한 다른 경쟁자가 인수전에 관심을 잃어 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산업권에서는 KDBI 등 구조조정 전문가가 한진중공업을 인수하게 된다면 과거 '한진해운 사태'가 조선업계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당시 국내 1위‧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은 2016년 8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물류대란을 일으켰고, 결국 이듬해 2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후 관계자들은 해운 전문성이 없는 경영진에 해운사를 맡긴 탓에 위기가 시작됐고, 정부도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파산을 결정한 탓에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인 물류대란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조선업 역시 해운업만큼 국가 기간산업의 측면이 크기에 조선 전문성이 없는 경영진이 한진중공업을 맡을 경우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가 기간산업의 보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 투자 측면에서 본다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해운업에서 문제가 됐던 행동을 조선업에서도 그대로 되풀이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울 용산구에 소재한 한진중공업 본사.[사진=한진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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