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는 SK하이닉스, 속도 부추기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성규 기자입력 : 2020-10-27 04:27
공정거래법 개정안, SK텔레콤 실탄 확보 총력 중간지주사 추진...최종 목표는 SK㈜ 지배력 강화 SK텔레콤 자사주 매입, 최태원 지분 확대에 역할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블로그]

[데일리동방]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 몸집이 커질수록 SK텔레콤이 추가 지분 인수를 위한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자회사 상장으로 실탄을 확보함과 동시에 인적분할을 통한 중간지주사 전환도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2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한 ‘2020 CEO’에서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매년 가을에 열리는 ‘CEO 세미나’에서 시대 변화에 따른 경영 화두를 던지며 그룹 발전을 위한 주문을 해왔다. 이번 발언은 그간 사회적 기업을 강조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내막을 보면 기업가치 제고 연장선에 있다.

특히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결정한 직후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10조원을 투입한다. 해당 자산은 2021년과 2025년에 두 차례에 걸쳐 마무리 된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단기 재무부담은 불가피하지만 향후 성장성과 사업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낸드플래시는 메모리반도체다. 과거에는 D램과 같은 단품 형태로 팔렸지만 대용량 저장장치 확대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SSD는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비메모리반도체), 펌웨어 등이 합쳐진 형태다. 즉 낸드플래시는 컨트롤러와 함께 복합 형태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어 SK하이닉스가 메모리와 비메모리반도체 전반 기술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사업이다.

SK하이닉스 성장은 그룹 경쟁력에도 일조한다. 그러나 현재 SK그룹 지배구조상 SK하이닉스는 사세 확장이 쉽지 않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SK하이닉스는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탓에 인수합병(M&A) 시 피인수 기업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하는 탓이다.
 

[자료=공정정래위원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그룹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이어져왔다.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SK텔레콤을 인적분할 해 투자부문을 중간지주사로 두는 것이다. 현재는 그룹 지주사인 SK㈜가 SK텔레콤을 지배하고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를 산하에 두고 있다. 개편안이 추진되면 ‘SK㈜-SK텔레콤 지주회사-SK하이닉스’ 형태로 바뀌게 된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SK하이닉스는 M&A 추진 시 지분투자 등도 시도할 수 있어 자금부담을 덜게 된다. 그만큼 그룹 차원에서 SK하이닉스 활용 폭도 넓어지는 셈이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지주회사가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20%다. 추가로 1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 6조원(최근 시가총액 기준) 자금이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텔레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지분 매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SK텔레콤은 통신업을 기반으로 매년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또 원스토어를 선두로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웨이브 등 핵심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큰 걸림돌은 아니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확장하면서 기업가치가 빠른 속도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자회사 IPO만으로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10% 확보를 위한 자금이 6조원에서 더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사세 확장을 결정한 이상 SK텔레콤도 빠르게 움직여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올해 초 SK하이닉스 주가가 10만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SK텔레콤이 지분 인수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자금 규모는 줄었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기존 SK텔레콤이 보유한 자사주는 761만주로 전체 발행주식수 대비 9.42%다. 추가로 2.5%를 사들여 총 12%로 늘어나게 된다.

SK텔레콤은 자사주 매입에 대해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각 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도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에 우려를 표명했다.

자사주 매입 신탁 계약은 2021년 8월 27일까지로 여유가 있지만 실제 체결은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 인적분할은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두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최종적으로는 SK㈜와 SK텔레콤 지주사를 합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 자사주는 SK가 SK텔레콤 지주사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 일명 ‘자사주 마법’이다. 실제로 과거 SK C&C와 SK 합병 전에도 SK는 자사주를 사들였고 합병 후 소각을 통해 최 회장 지분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자금이 커지고 그만큼 기업가치 제고도 어려워진다”며 “실탄이 필요한 SK텔레콤이 자회사 상장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SK하이닉스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가 시작되는 내년 말 전에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핸 대부분의 작업을 마무리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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