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 진정세…아파트 거래 급감·당국 압박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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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0-10-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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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 대출 조이기 당분간 지속…대출 문 더 좁아질 듯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코로나19로 가파르게 늘어나던 가계 대출 증가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거래가 줄어든 데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은행들이 추가 대출을 꺼리면서 당분간 은행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54조4936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조602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달 은행 영업일이 5일 정도 남았지만, 지난달 대비 증가폭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사상 최대 증가폭을 보인 지난 8월의 경우 전월 대비 8조4098억원 늘었다. 지난달에는 6조5757억원이었다.

대출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이달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액은 2조7582억원으로 지난달 증가액(4조4419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신용대출 역시 1조6401억원 늘어나며 지난달(2조1121억원)과 8월(4조705억원) 증가액을 크게 하회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데는 지난 8월과 9월 급증했던 부동산 거래가 최근 크게 감소한 탓으로 풀이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매매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6월 1만5604건 △7월 1만647건 △8월 4985건 △9월 3677건 △10월 1118건 등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억제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들은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에 가계대출 잔액 현황과 관리 계획을 제출했다.

이에 맞춰 고소득·고신용자의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일부 은행은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시중은행들은 속속 전문직군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율)를 기존 최대 300%에서 200% 수준으로 낮췄고, 우대금리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신용대출 금리도 0.2% 포인트가량 높였다.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지난 22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들어 신용대출과 대기업 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정책대출과 금융지원이 이뤄지면서 여신 성장률이 계획을 웃돌았다"며 "하지만 3분기부터 수익성, 건전성 관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4분기 여신은 9월 말과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서민들의 대출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이 신용도가 높은 이들에게 우선 대출을 배정해 기존에 6~8%대 금리로 빌리던 이들은 자연히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이동하면 12~19% 사이 이자 부담을 해야 한다. 이자금액이 2배 이상 늘어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신용대출에 대한 당국의 '비공식' 규제로 당분간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서민들의 은행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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