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75주년] ①새 ICBM 과시한 北 강온양면 꺼냈지만…연말연초 남·북·미 더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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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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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 대내외에 신형 ICBM·SLBM 등 전략무기 과시

  • 北 "누구 겨냥해 전쟁억제력 키우는 것 아냐"

  • 대미 도발 수위↓...대남 유화 메시지도 발신

  • "남북 관계, 연초 당 대회 이후 가시화될 듯"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에서 덩치를 키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하며 도발 수위를 낮췄다.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대내 행사에서는 이례적으로 남한을 언급하고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미국 대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새로 들어설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연말 연초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미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가 보도한 화면을 보면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진 모습이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北 "전쟁억제력, 선제적 사용 안 해"

11일 조선중앙TV의 열병식 녹화 중계 및 노동신문 보도사진 등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서 신형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호' 등 전략무기를 공개하면서도 전쟁억제력을 강조했다. '핵 억제력'이라는 용어 사용도 피했다.

특히 북한이 공개한 ICBM은 길이와 직경이 이전보다 커져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날 공개된 무기들이 그간 실험된 적은 없어 중간 개발 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무기들인 셈이다.

김 위원장 역시 신형 무기 공개에 앞서 연설을 진행,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다",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밝히며 대미(對美) 경고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 태풍으로 인한 수해 등 이른바 '3중고'를 직접 언급하며 인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거듭 역설했다.

아울러 남측을 향해서는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며 유화 메시지를 띄웠다. 나아가 코로나19 위기가 극복되면 경색된 남북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전략무기를 지속해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위적 방어를 위한 차원일 뿐 누구를 특정해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애써 밝히려고 했다"면서 "미국 대선 이후까지 북·미 관계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연말이나 연초에 코로나19 백신 또는 치료제가 나올 경우 남북 관계를 재활성화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볼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10일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설대에 선 김정은 위원장의 왼편에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서 있고, 오른편에는 박정천 군 참모장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 관계, 연초 당 대회 이후 가시화"

북한의 대남(對南) 메시지를 두고 11월 초 미국 대선 이후 북·미 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남측의 조력을 얻으려는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당 창건 행사임에도 한국을 직접 거론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짧은 메시지지만, 북한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모두 담겼다"고 강조했다.

국가 최고 존엄인 김 위원장이 인민들 앞에서 내놓은 메시지의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예상치 않은 대남 메시지에 청와대는 이날 오후 외교부와 통일부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향후 남북 관계 복원과 관련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나가기로 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종전선언 등에 북측이 호응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내달 미국 대선이라는 빅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남북, 북·미 관계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은 미국 대선 결과는 물론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홍 실장은 "아마 연초 8차 당 대회 이후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종전선언 등의 카드가 북한의 호응을 적절히 이끌어내는 수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대남, 대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김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열병식 연설을 통해 대외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만큼 북한이 대내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라며 "북한이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대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연말에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래픽=아주경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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