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집 사기 더 힘들어진다...흑백 주거 격차까지 파고든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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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0-09-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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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 이후 대출 기준 더 깐깐해진 탓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미국에서 주택을 소유하는 데 있어 흑인과 백인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가 고꾸라진 데다 은행들의 대출 기준이 더 깐깐해져 흑인이 주택을 새로 사거나 소유한 주택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팬데믹이 흑인과 백인의 주거 격차까지 파고든 것이다.
 

[그래프=WSJ 캡처]


흑인의 주택 소유 비율은 2007년 초 48%까지 올랐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지난해 1분기에는 41%까지 떨어졌다. 반면 백인의 주택 소유 비율은 2007년 초 75.3%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분기에는 73.2%까지 하락했다. 2007년 초 27.3%p였던 흑인과 백인의 주택 소유 비율 격차가 지난해 초에는 32.2%p까지 벌어진 셈이다.

문제는 팬데믹으로 둘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모기지은행협회(MBA)의 마이클 프라탄토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흑인의 일자리가 더 많이 줄어든 데다 금융 긴축까지 더해져 집을 사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은행들은 팬데믹 이후 대출 기준을 더 깐깐하게 적용하는 모양새다. 볼티모어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다수 은행이 FICO신용점수(FICO credit score)를 최대 680점에서 700점까지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중개업자는 "흑인 고객 대부분은 FICO신용점수가 620~680점 사이에 있어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뛰어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FICO신용점수는 미국에서 가계 신용을 평가하는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신용 등급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 2018년 흑인 대출자의 FICO신용점수 중간값은 691점이다. 이는 백인 대출자의 신용점수 중간값(748점)보다 낮다. 흑인이 백인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기가 더 어렵다는 얘기다.
 

[사진=AP·연합뉴스]


다만 팬데믹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근래 크게 벌어진 흑인과 백인의 주택 소유 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프라탄토니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으로 고꾸라진 경제가 회복되고 코로나19 위기가 어느 정도 억제되면 격차가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흑인의 경우 이미 소유한 주택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앨라나 멕카고 도시연구소 주택금융정책센터 부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많은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이 대출 상환을 미루거나 상환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미 주택을 소유한 흑인이 집을 잃을 위험이 커졌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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