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신용대출 옥죄기…직장인 대출한도는 반토막

서대웅 기자입력 : 2020-09-15 19:00
은행권, 최고한도 축소 검토…2억→1억원 DSR 강화 한계…고신용자 더 높은 금리 "빌리고 보자"…규제 前 막차 수요 늘 듯

[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의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가 반토막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고소득·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다. 일각에서 제기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가 어려울 전망이어서, 이 같은 예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신용대출 최고한도 대폭 낮출 듯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급증세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연소득 대비 한도 비율을 하향 조정하는 안과 최고 대출한도를 대폭 낮추는 방안을 병행 검토하고 있다.

전날 금융당국이 주요 은행들에 고소득·고신용자에 대한 대출한도 축소 방안을 자율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고액 대출 등을 제한토록 은행권에 주문했다.

직장인 신용대출에 은행들이 현재 적용 중인 최대 한도비율은 연소득 대비 150~200% 수준이며, 최고한도는 2억원 규모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는 보통 250~300%까지 3억원 내에서 신용대출을 내준다.

은행들이 한도 축소에 나서게 되면 직장인 신용대출의 경우 100~150%에 1억~1억5000만원, 전문직은 150~200%에 1억5000만~2억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고위 임원은 "용처를 알기는 어려우나 고소득·고신용자 위주로 최근 신용대출을 많이 받아간 게 사실"이라며 "신용대출 급증세를 완화하기 위해선 결국 이들의 한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SR 규제를 강화하기 어려운 점도 최고한도 축소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인 DSR의 비율은 금융위원회가 정한다. 비율 조정이 정책 변경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기준이 모호한 '고소득자'만 따로 떼어내 DSR을 강화하기가 부담스러운 데다, 비율 자체를 축소할 경우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서민들에 타격이 간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도비율 및 최고한도를 줄이는 방향은 어느 정도 정해진 분위기"라며 "다만 당국으로서도 (비율 등 수치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규제하기보다, 구두개입과 같은 행정지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고신용자인데 금리 상승 '역설'
고소득·고신용자 대출한도 축소가 현실화할 경우, 이들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는 상승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대출금액이 클수록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일종의 '박리다매(薄利多賣)' 개념으로, 업무원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1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고객이 1억원을 대출받을 때와 1000만원을 받는 경우를 가정하면, 금리는 1억원을 빌릴 때가 더 낮다. 이 같은 고객 10명이 각각 1000만원을 빌리는 경우에도 은행은 1억원의 대출을 취급하게 되지만, 관리해야 하는 고객이 1명이 아닌 10명으로 늘어나게 돼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고신용자가 신용도가 낮은 고객보다 높은 금리를 책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금리가 낮아진다'는 기본 전제를 지키기 위해선 전체적으로 금리를 조정해야 하는데, 이 경우 서민들의 금리도 올라가 빚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신용자에게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면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고, 시장질서를 지키려 한다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일단 빌리고 보자' 식의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0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4172억원으로, 지난달 말(124조2747억원)과 비교하면 열흘 만에 1조1425억원이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신용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4조755억원) 수준과 비슷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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