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정 도용 문제, 직접 증빙하라"…쿠팡, 개인정보 관리 및 대응 '논란'

김충범 기자입력 : 2020-09-15 06:00
식초 기업 대표 K씨, 계정 도용 피해 호소…국민청원에도 비슷한 피해 사례 잇따라 쿠팡 측 "판매자 개인 유출 여부 증빙하라" 전문가들 "시장 제공자인 쿠팡, 보안 강화 의무 있어…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사진=연합뉴스]

#. "식초 및 발효식품을 판매하는 한 중소기업의 대표 K씨는 이달 초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본인 계정을 빌려 오픈 마켓인 '쿠팡'을 통해 자사 판매 품목과 상관없는 냉장고를 비롯, 약 350개의 전자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걸 확인한 것이다.

K씨는 순간 본인의 계정이 도용됐음을 직감하고 쿠팡 측에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쿠팡 측과의 연락은 좀처럼 닿지 않았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판매자 센터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담당자로부터 '상급자에게 보고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그는 쿠팡에 잘못 올라 있는 350여개 상품 정보를 모두 직접 취소해야만 했다. 이 중 이미 구매를 결정하고 결제를 한 고객 20여명에게는 일일이 카드 결제를 취소해 줄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후 도착한 'K씨가 아이디(ID) 및 비밀번호 유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K씨가 모든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쿠팡 측 입장 공문이었다. 이번 도용 사건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듯한 쿠팡 측 공문에 K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쿠팡의 미흡한 개인정보 관리 및 고객 대응 체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쿠팡에서 판매자가 판매하지 않는 상품이 개인정보 도용을 통해 버젓이 허위로 게재되고 이에 따른 신고에도 불구, 쿠팡이 적절한 조치를 내리고 있지 않는 것은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서다.

K씨를 비롯해 이번 사건으로 비슷한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은 향후 쿠팡 측과 법적 공방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14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명의 도용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청원이 4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쿠팡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판매자 개인의 ID 관리 소홀로 돌리려 하고 있다. 쿠팡 측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 준수 의무를 들어 판매자 스스로가 번호 유출에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선 상태다.

최근 이커머스 및 오픈마켓을 통해 제3자가 자주 쓰지 않는 ID를 도용해 허위 매물을 판매한다거나, 이들 업체와 유사한 사이트를 만들고 직거래를 유도하는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는 판매자는 물론 소비자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기 수법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쿠팡과 같은 오픈 마켓 입장에서도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회원 및 중개 업무를 모두 관할한다는 점에서, 고객 개인정보 도용에 대해 일일이 모니터링하기란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는 쿠팡이 마켓 공간을 제공하는 '시장 제공자'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정 도용과 관련한 판매자와 소비자 간 피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상품 업로드 시 쿠팡 측의 면밀한 필터링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제3자가 계정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바꿀 시, 이에 대한 공지가 실판매자에게 별도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앞서 K씨의 경우도 3년 전 계정 가입만 했을 뿐 이후 한 번도 쿠팡을 이용하지 않아 계정이 휴면으로 전환된 바 있다. 제3자가 K씨의 계정을 건드리는 순간 K씨에게 정보 확인 알람이 전송돼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 측이 식초 기업 대표 K씨에게 보내온 공문. [자료=K씨 제공]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K씨와 같은 사례의 경우 판매자 입장에서 계정을 도용당한 것도 억울한데, 이 도용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해명까지 거치는 이중고를 거쳐야 한다"며 "이 문제의 핵심은 시장에서 판매자와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는데, 정작 시장 측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면, 쿠팡 측이 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주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교수도 "쿠팡 측 공문을 살펴보면 어폐가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판매자가 개인정보 주의 의무를 위반해 계정이 도용됐다면 법적인 책임을 부담하라'는 대목"이라며 "관리 소홀의 원인이 쿠팡, 아니면 판매자라 가정할 때, 판매자의 부주의로 계정 도용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 이는 곧 쿠팡의 책임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연 판매자가 부주의해서, 또는 고의적으로 계정을 도용당하는 사례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설령 판매자 귀책으로 계정이 도용됐다 쳐도, 도용된 계정을 통해 올라오는 물건들에 대한 모니터링 책임은 오롯이 쿠팡 몫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고객 센터 연결부터 제대로 되지 않는 점도 큰 문제다. 실제로 기자는 지난 11일 대표 K씨의 동의를 구해 판매자 센터에 연락을 해봤지만, 센터로부터 상담자와 통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자가 1200명이 넘고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피해자가 문제 제기를 하는 초기 과정부터 지치기 쉬운 구조다.
 
한 오프라인 유통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외연 확장엔 성공했지만, 아직 고객 대응, 보호 등 소프트 콘텐츠 서비스 성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판매자 센터 고객 상담 대기 시간이 2시간이 넘는다면, 이에 따른 콜 센터 인력을 늘리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판매자들의 어뷰징이 발견되면 즉시 해당 판매자 계정을 정지하고, 상품 판매 중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주문 건이 취소되지 않았을 경우 취소 및 환불을 진행한다"며 "또 쿠팡은 경찰청 사이버안전국과 연계하는 등 소비자와 판매자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피해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보호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매자 물건 등록 검증 작업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는 "판매자 등록에 대한 확인은 당연히 하지만 그 이후 판매에 대한 부분은 플랫폼 차원에서 검증하지 못한다"며 "자유롭게 물건을 올리는 오픈 마켓의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무엇보다 '갑질' 논란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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