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기강참사] ②잇따른 성 비위에도 '뉴질랜드 성희롱' 처리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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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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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외교부 대응 미흡"...시정조치 권고

  •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 부적절히 이뤄져

  • 가해자 부하직원들로 인사위 꾸려 처벌도

외교부. [사진=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외무공무원의 성 비위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외교부가 '뉴질랜드 성희롱 의혹' 대처 과정에서도 미흡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최근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외교관 A씨의 현지 직원 B씨 성희롱 의혹과 관련한 외교부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 시정조치를 권고했다.

13일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외교부가 B씨의 신고를 접수한 이후 취한 조치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피해자와 가해자 간 분리 조치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 판단하는 인사위원회가 그의 부하직원들로 꾸려져 형평성을 담보하기 힘들다고도 지적했다.

B씨는 외교관 A씨가 지난 2017년 11월경 두 차례에 걸쳐 엉덩이와 허리 벨트, 배, 성기를 만졌고 이 같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현지 대사관에 신고한 직후인 같은 해 12월 21일에도 가슴을 만지는 등 2차 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외교부는 당사자 분리조치, 성희롱 예방교육, 대사관 내 인사위원회 등을 통한 경고장 발부 등 조치를 취했다.

우선 당사자 분리조치를 위해 외교부는 같은 해 12월 21일 A씨가 필리핀으로 전출될 때까지 2개월가량 강제 휴가명령을 내리고 B씨에게도 특별휴가를 부여했다. A씨는 이듬해인 2018년 2월 공관 근무 임기(3년)가 만료되면서 아시아 주요국 공관으로 이동했다.

다만 B씨가 휴가에서 복귀한 직후인 2018년 1월 15~18일 4일간 A씨와 B씨가 함께 근무하는 등 충분한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또한 대사관이 B씨의 부하직원들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B씨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린 데 대해서도 "결과와 상관없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성희롱 피해자인 진정인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외교부는 당시 주뉴질랜드 대사관 대사와 공관원 2명, 대사관 고충담당자 등 총 4명으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전체 공관원이 A씨를 포함해 5명뿐이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인권위는 A씨가 B씨에게 1200만원을 지급하고 외교부는 재외공관에서 성희롱 발생 시 조사 및 구제에 대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권위에서 나온 결정문 자체는 비공개라서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 드리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외교부는 주칠레 대사관 소속 고위 외무공무원의 미성년자 추행 사건과 주에티오피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의 부하 여직원 성폭행 사건 등 잇달아 발생하는 내부 성 비위 사건에 강경화 장관 취임 직후 '공관장 재직 중 성희롱 등 성비위로 인한 징계 시 징계 수위를 불문하고 공관장 재보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무관용 원칙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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