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믿는 건 달러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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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9-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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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 온 유례없는 경기침체는 다시금 달러 패권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돈을 찍어내 달러 가치가 추락하자 달러 패권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달러의 우월적 지위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에서 미국을 굳건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이 미래 주도권을 두고 양보없는 싸움을 벌이는 현재 중국을 응징할 수 있는 미국의 힘이 달러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책임론, 남중국해 분쟁, 홍콩보안법 강행,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탄압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양국은 제재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홍콩보안법 강행의 책임을 물어 미국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포함해 홍콩과 중국 본토 관리들에 11명에 금융제재를 가하자, 중국은 마크 루비오, 테드 크루즈 등 미국 상원의원 11명에 대한 제재로 맞불을 놨다.

그러나 제재 효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제재로 람 장관은 신용카드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홍콩경찰신용조합은 약 14억달러(약 1조6600억원) 예치금을 중국 은행들로 옮겨야 했다. 반면 중국의 제재 대상이 된 미국 의원들은 제재 여파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받고 있는지조차 모르며 그저 중국에 입국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추측만 하는 상태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더 큰 보복을 부르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세계 금융 시스템을 장악한 달러의 힘이 중국의 제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7월 기준 달러는 국제 은행 간 거래에서 40%를 차지한 데 반해 위안화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은 금융위기 후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하면서 위안화의 영향력을 키웠지만 여전히 자본통제 고삐를 놓지 못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가 여전히 멀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안화 국제화를 연구하는 에드윈 라이 홍콩사회과학대 교수는 "미국 결제 시스템이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중국은 제재를 취할 수 있는 도구가 많지 않다"면서 "중국 결제 시스템은 뒤떨어져 있고 위안화 국제화까지는 여전히 수십년이 남았기 때문에 제재 게임에서 중국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되는 건 광대한 중국 시장에 접근을 막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입'으로 불리는 후시진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타임스 편집장은 9일 트위터를 통해 "대만을 방문한 미국 관리들과 관련이 있는 미국 기업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들은 결코 중국 땅을 밟을 수 없을 것이며, 관련이 있는 미국 기업들은 본토 시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미국의 금융제재에 비해 역풍의 위험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다국적 기업을 위협하거나 미·중 1단계 무역협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조치를 경계하고 있다.

반면 달러를 배경으로 유리한 고지에 선 미국은 대중 제재를 확대할 태세다. 지난달 26일 영유원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 군사거점화에 가담한 혐의로 중국 기업 24곳에 제재를 가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번 제재로 미국 기업과의 제재가 사실상 금지됐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이 중국 기업을 응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중국 기업이나 관료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위용딩 중국사회과학원 선임 연구원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 포럼에서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을 아예 달러 시스템에서 몰아내는 건 핵옵션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는 홍콩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들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실현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중국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힘을 얻으려면 자본통제를 완화하는 것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 대외정책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수석 자문은 "중국은 위안화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자본계정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신 위안화 환율에서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비용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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